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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학생과 나이지리아 남편은 한국에서 만나야만 한다

아담은 범법자가 아닙니다. 관련법에 의해서도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비자발급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재량입니다. 저는 정부(외교부)에 호소합니다. 알바니아에서 온 제 제자 이브의 남편 아담이 한국으로 돌아와 둘이 재회하도록 해주십시오. 저보고 신원보증을 서라면 기쁜 마음으로 서겠습니다.

  • 박찬운
  • 입력 2017.11.15 17:44
  • 수정 2017.11.15 17:45
ⓒRidofranz via Getty Images

성격이 원인일지 모르지만 저는 남에게 저나 가족을 위한 일은 부탁하지 못합니다. 고관대작을 지냈던 분들이 자기 자식 취직 부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면, 제 자식들에겐 아비를 잘못 타고 난 것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도 부탁 잘할 때가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빠진 제자나 외국인 친구를 알게 되면 저는 저돌적으로 나섭니다. 명분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야 말로 저 같은 사람의 책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에게 그와 같은 일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현재로선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이 글을 씁니다.

저희 학교(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한 외국인 여학생(가명 이브)이 있습니다. 저 멀리 알바니아라는 곳에서 온 법률가입니다. 알바니아는 유럽에 속해 있지만 매우 가난한 나라입니다. 이브는 그곳에서 법대를 나오고 법률가 자격을 딴 다음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3년 전 한국에 와 지금 인권법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브의 꿈은 인권법을 전공해 인류애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게 꿈입니다. 저는 그녀의 꿈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법률가는 의례 돈을 벌기 위해, 비즈니스 법률 공부를 해 큰돈을 버는 게, 상례가 아닙니까.

이번 학기 제 수업에 들어오는 이브를 보니 발군의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보다 몇 배의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두 쪽 페이퍼만 작성해 와도 저로선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수업에서도 그녀는 십 여 쪽 페이퍼를 작성해 와서 저를 놀래주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지구 저쪽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가 어떤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지... 그녀는 분명 훌륭한 법률가, 훌륭한 법학자가 될 것입니다.

수업을 하다가 우연히 본 것인데, 이브의 몸에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이 아닙니까. 설마 저 친구가 한국에 와서 애를 가져? 그럴 리가... 궁금하기 했지만 프라이버시라 생각해서 물어보진 못했는데, 어느 날 같은 수업을 듣는 어느 학생(그 친구는 유명 대형로펌이 설립한 공익법률사무소의 변호사임)으로부터 저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지금 이브는 아이를 가졌고, 그것도 쌍둥이며, 두 달 뒤 출산을 한다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답니다. 남편이 나이지리아인데, 비자문제로 귀국해서, 한국 공관에 비자신청을 했지만 거절되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가 살피고 있답니다.

그렇습니다. 이브는 한국에서 살면서 정기적으로 한 법률사무소에 나가 파트타임 일을 해 왔습니다. 그녀는 자국어를 포함 영어, 이태리어, 불어, 독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할 수 있기에 어느 공익법률사무소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돕고 있었습니다. 요즘 한국에도 많은 난민들이 들어와 정부에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에게 이브는 정말 좋은 안내자지요. 다양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어려운 절차를 안내해 주고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이브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아담(가명)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둘 간에 불꽃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급기야는 아이까지 갖게 된 것이지요. 둘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 사이 아담에 대한 난민신청은 최종적으로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자칫하면 한국에서 강제추방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지요. 이 상황에서 아담은 한국을 떠나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다른 방법에 의한 한국 방문을 계획합니다. 처가 한국에 있으니 방문을 허락해 달라는 방문비자 신청을 한 것이지요.

이 비자신청은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 라고스 분관에 했는데 이것이 얼마 전 거절되었습니다. 분관 직원의 말에 의하면 아담의 한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난민도 아닌 사람이 난민신청을 한 것으로 보아 비자발급을 허가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본 것입니다.

과연 이게 이래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 이 두 남녀가 원하는 것은 배우자인 이브의 적법한 체류기간(향후 2년) 중에 함께 한국에 있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국이든 어디든 유학을 가게 되면 가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저도 20여 년 전 그렇게 해서 미국을 갔습니다. 지금 이브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학생비자를 갖고 있으니 배우자 아담에게 동반비자를 내주어 한국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난민인정을 해 기각되었다는 사정이 이것을 막아야 할 사정이 될까요?

지금 저는 백방으로 노력 중입니다. 비자발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에게 이 어려운 학생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2년 후에 한국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여학생이 임신을 했고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주변엔 아무 가족이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국으로 귀국을 해야 합니까? 나이지리아로 가서 남편을 만나 거기서 출산을 해야 합니까?

만일 여러분의 딸이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던 중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가서 도와줄 수도 없고, 더욱 사위마저 딸 옆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아담과 이브 이 두 남녀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어제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아담은 다시 한 번 비자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제 공은 한국 정부로 넘어 왔습니다. 아담과 이브를 영영 이별시킬 것인지, 아니면 아담에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줄지, 곧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아담은 범법자가 아닙니다. 관련법에 의해서도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비자발급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재량입니다. 저는 정부(외교부)에 호소합니다. 알바니아에서 온 제 제자 이브의 남편 아담이 한국으로 돌아와 둘이 재회하도록 해주십시오. 저보고 신원보증을 서라면 기쁜 마음으로 서겠습니다. 이브의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담 없이 사고무친한 한국 땅에서 애를 낳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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