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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트럼프의 '옵션'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 허완
  • 입력 2017.09.04 10:19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following the ceremonial swearing-in of James Mattis as secretary of defense on January 27, 2017, at the Pentagon in Washington, DC. / AFP / MANDEL NGAN        (Photo credit should read MANDEL NGAN/AFP/Getty Images)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following the ceremonial swearing-in of James Mattis as secretary of defense on January 27, 2017, at the Pentagon in Washington, DC. / AFP / MANDEL NGAN (Photo credit should read MANDEL NGAN/AFP/Getty Images)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트윗 시리즈'를 올렸다.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했다.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켈리 장군(백악관 비서실장)과 매티스 장군(국방장관), 그리고 다른 군 지휘부를 백악관에서 만날 것이다. 고맙다.

미국은 다른 옵션들과 함께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의 모든 교역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북한이 역대 가장 강력한 위력의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몇 시간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3일 워싱턴 세인트 존 주교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트럼프는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두고 보자(We'll see)"라고 답했다. (허프포스트US 9월3일)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매티스 국방장관은 다음과 같이 회의 결과를 전했다.

"우리는 오늘 대통령 및 부통령과 함께 한반도에서의 도발에 대해 국가안보 회의를 가졌다.

우리에게는 군사적 옵션들이 있으며, 대통령은 각각의 옵션에 대해 브리핑 받기를 원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동맹들 - 한국과 일본 - 을 모든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맹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는 빈틈이 없다.

미국과 괌을 비롯한 미국의 영토 또는 우리 동맹들에 대한 어떤 위협이든 막대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효과적이고 압도적일 것이다.

김정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통일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든 회원국들은 만장일치로 북한이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으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만장일치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 국가, 즉 북한의 완전한 소멸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했듯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수단들이 있다."

이렇듯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묶을 수 있다. ①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의 모든 교역을 중단", ② "막대한 군사적 대응".

하나씩 그 가능성을 살펴보자.

①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의 모든 교역을 중단"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라고는 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의 대외무역 중 90%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 대상국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건 사실상 오로지 중국에 대한 얘기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물론 미국이 실제로 이런 조치를 단행할 경우, 그리고 성공할 경우, 그 효과는 꽤 클 것이 분명하다. 북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가정에 근거한 이야기다. 미국과의 교역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한다? 중국 역시 무역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는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한과의 무역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북한에 미칠 파괴적 영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복스는 "미국과 중국은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교역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걸 '중단'하면 미국 경제(와 함께 물론 세계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우스울 정도로 타당해보이지 않는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도 "중국은 압도적인 북한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지만 (동시에) 상품 수입과 수출에 있어 미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기도 하다"며 "그런 움직임(중국과의 교역 중단)은 트럼프 역대 최대의 무역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며,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괴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복스는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중국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나는 대통령이 강력하게 고려할 제재 패키지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낼 것이다. 누구든 북한과 무역이나 비즈니스를 할 경우 우리(미국)와의 무역이나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므누신 장관이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우리 동맹들과 협력할 것이다. 중국과도 협력할 것이다." (복스 9월3일)

② "막대한 군사적 대응"

미국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트럼프 대통령)거나 "물론 군사적 옵션도 있다"(매티스 국방장관)는 등의 이야기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도 있다'는 것과 '군사적 옵션을 시행한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미국은 수천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와 '미국이 핵무기를 쏜다' 사이의 차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그 둘 사이에는 수많은 고려와 검토, 분석, 설득 같은 복잡다단한 절차가 놓여져 있다.

미국의 군사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완전한 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먹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을 입히게 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해오지 않는 이상 선제 공격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안보당국자들 역시 군사적 옵션은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보자.

"내 직책, 내 사명, 내 임무는 필요할 경우 군사적 옵션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보시다시피... 미국의 활동은 외교적으로 주도되고 있으며, 외교적 영향력이 있고 외교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나는 현재 바로 그 지점에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전쟁의 비극은 충분히 잘 알려져 있다. 파멸이 될 것이라는 것 말고 다른 묘사는 필요하지 않다."

주한미국 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역시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그리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모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을 고려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다. 북한의 핵 시설이 점점 더 복잡해짐에 따라 (단지 핵 개발 속도를 약간 늦추는 게 아니라) 전체 시설을 전멸시킬 수 있는 군사 작전을 설계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플라토늄 및 우라늄 농축 시설, 이동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 등 핵무기 전력을 곳곳에 분산시켜놨다. 차 교수는 "(이런 시설들을) 타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략)

"북한 같은 독재 정권의 최우선 목표가 생존이라는 사실은 분명 사실"이라고 차 교수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면서 보복하면 정권을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할 수 있을 것인가? 이성적인 독재자가 가만히 있을까? 어쩌면. 그러나 그건 감수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이다." (디애틀랜틱 4월7일)

이런 점을 고려하면 설령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거론했다고 해서 '미국이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까지 경고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미국은 언제나, 누구를 상대하든 여러 가지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행동에 나설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임박했다는 징후나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그것을 꼭 실제로 사용해서가 아니라 외교적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됨으로써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존재 만으로도 위협의 수단이 된다. 그런 미국도 북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군사력을 외교적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옵션이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효과가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그 외교적 효용성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폭스뉴스에 출연한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사회자 : "군사적 옵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요, 보좌관께서 그것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지역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보좌관님도 가보셨죠. 비무장지대가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서울에서 30 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2500만명의 시민과 (주한)미군 2만5000명이 있는 서울을 겨냥한 수천개의 단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에 대한 선제 공격을 한다면, 이건 인명적 재앙 아니겠습니까?

맥마스터 :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이걸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죠. 그러나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이 무엇인지와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연계시킨 것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그 두 개는 서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겐 실행 가능한 군사적 옵션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큰, 큰 전쟁과 인명적 재앙을 피하면서 실현 가능한 제재를 통해 외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폭스뉴스 4월30일)

결국 그 모든 발언의 표면적 의미를 걷어내고 보면, 사실상 유일한 옵션은 여전히 '외교'일 수밖에 없다. 이건 미국의 능력을 폄훼하는 것도 아니고, 트럼프의 '무기력한 대응'을 비웃는 것도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 그렇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가디언에 쓴 글에서 '지금이야말로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핵실험이 또 하나의 긴장 고조행위이긴 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빠져 있는 건 외교다. 늦었더라도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작하는 기회로 삼아 이 상황을 반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유엔 제재, 세컨더리 제재로 힘을 보여주는 패배한 경로를 계속 밟을 것인지는 트럼프 정부에 달려있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은) 똑같은 걸 해왔다. (가디언 9월3일)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앵커 : 차 박사님, 그렇다 하면 지금 이야기했던 대로 군사적인 어떤 액션, 선제 공격 같은 것이 있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결국은 제재 수위를 높인다든지 북한 압박을 하는 그런 액션들이 취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부분이 또 가능할까요.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무슨 압박이 가능할까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이게 지금 일단 기존에 있던 2371호에 입각한,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이 제재 자체가 일단 변함없이 추구될 거라는 메시지를 평양에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레드라인 얘기도 나왔지만 우리가 가진 문제가 뭐냐 하면 핵을 개발한다라는 거하고 무기화해서 실전 배치한다라는 거하고 쏜다라고 하는 거는 각 단계마다 전혀 다른 차원의 액션이에요. 우리는 이 3개를 한꺼번에 엮는단 말이에요. 북한이 핵을 개발해서 내일모레 배치하면 우리한테 쏠 거다. 이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없는 일이거든요.

북한이 나름대로는 굉장히 많은 재래군사력을 건설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우리한테는 굉장히 충격적이지만 왜 5년 내지 10년에 한 번씩 도발을 했냐라는 생각을 해 보세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북한도 짐작을 하거든요. 특히 이게 핵과 핵으로 마주치는 보복이 될 경우에는 자신들도 생존하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레드라인 자체를 가지고 우리가 시간적인 강박관념을 지니면 꼭 몇 월 며칠까지 해결해야 돼. 그러니까 이거 해결 못하면… 이게 북한의 매번 선을 넘는 전략에 오히려 말려드는 거예요.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거기에 맞게 우리 자체의 전력하고 한미 연합전력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오히려 기존에 있던 제재가 무용하다는 것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한번 해 볼 수 있는 게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올리는 조치도 필요한 거고요. 오히려 우리가 이런 레드라인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서 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면 오히려 시간에 쫓기는 건 북한이 될 수 있어요. (JTBC 뉴스룸 9월3일)

어떤 '한 방'의 해결책으로 간단히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다. 하물며 수백만명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문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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