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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을 위한 축제에 스님들이 나와 자리를 편 이유(영상)

  • 박수진
  • 입력 2017.07.15 14:27
  • 수정 2017.07.15 20:40

7월 1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올해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날 광장에 천막을 치고 자리잡은 100여개의 부스 중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스님들은 "미안하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했다.

[효록 스님]

- 오늘 어떤 계기로 나오게 되셨어요?

= 불자들 중에 성소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법회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 퀴어퍼레이드를 축하하기 위해서 법회 함께 하시는 분들과 나왔습니다. 3년전부터 오기는 했는데 부스를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효록)

=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왔습니다. 저희가 이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여러분 옆에 종교가 같이 있으니까 외롭지 않고, 약간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나온 거죠. (월엄)

- 올해 부스를 차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소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몇년전부터 성소수자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희 불교가 사회적 문제에 좀 소극적이고 뒤처진 경향이 있는데, 작년에는 나오려고 하다가 준비가 좀 늦어졌고, 올해 나오게 됐습니다. (효록)

- 부스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쓰고 붙이고 있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 축제에 오신 분들이 불교계에 바라는 점을 적어주신 거고요. 한 명 한 명 보면 소외 받는 개인일 수 있지만 이렇게 뜻을 모아놓으면 이들이 사회의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가 되는 것이거든요. 함께 이야기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 쓰는 겁니다. (월엄)

-기억에 남는 포스트잇 메시지 내용이 있나요?

= 제일 기억에 남는 건 "Love is love." 사랑은 사랑이다,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정말 사랑은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사랑이 차별이 되고 편견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엄)

[월엄 스님]

- 부채에 쓴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부처님'은 어떤 의미인가요?

= 저희가 살고 있는 해가 2017년인데요, 지금으로부터 거의 2600년전에 부처님이 사시던 그 시대에, 부처가 당시에 소외되고 고통 받고 차별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법회를 마련하고 이들을 돌보면서 생활했습니다. 지금 저희 불교가 성소수자들과 함께 한다는 건 부처님의 제자로서 당연한 일이고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그들과 함께 자비심을 실천해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거 같아요. 조금 늦어서 미안한 감이 있습니다. (효록)

= 이게 올해 우리 조계종에서 내세우는 표어가 되겠는데, 불교에는 원래 차별이 없습니다. 부처님도 중생들과 차별 없이 지냈고요, 남자 여자로, 혹은 성정체성으로 차별하는 건 불교에서 있을 수 없습니다. 평등이 불교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성소수자뿐 아니고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등 여러가지 차별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에서 만든 표어입니다. (월엄)

- 혹시 일상에서도 알고 지내는 성소수자가 있으신가요?

= 제가 성소수자 법회를 시작한 지 3년쯤 됐는데, 시작하고 보니까 "스님, 저도 성소수자예요"하고 커밍아웃하는 사람이 많았고요. 불자들 중에서 성소수자 부모들도 계셨고요. (효록)

= 가까이에는 없는데, 보통 자기 주위에 성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그게 죄가 되는 분위기가 있어서 말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저희 학교 학생회장이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어요. 당당한 모습이 괜찮다고 생각했고 열정도 느껴지고, 공감도 했었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성소수자 역시 사회의 주류로서 당당하게 자기를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요. (월엄)

- 조계종을 대표해서 한국의 성소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 지금까지 저희 불교가 성소수자들이 외로울 때 홀로 놔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고요. 너무 외롭게 둔 거 같아서 정말 미안해요. 불자들만이 아니라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 또는 이웃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소수자들에게 관심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좀더 관심을 가질 거고요. 차근차근 해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의 고통이 어떤지 저희들에게 알려주시고요. 어떤 면에서 보면 저희들을 일깨워주셔야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한쪽이 한쪽을 일방적으로 돕거나 지지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돕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으니까,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효록)

- 그중에서도 지금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특히 부모님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자책감, 미안함까지 여러가지 감정이 많은 것 같아요. 커밍아웃을 하든, 하지 않든,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고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매우 많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효록)

- 포스트잇을 직접 쓴다면 어떤 내용을 쓰실 건가요?

= 여러분 곁에 우리가 항상 있으니까 외롭지 않다, 힘을 내시라, 그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월엄)

영상/ 이윤섭 비디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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