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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ICBM 발사로 기어코 '레드라인'을 넘었다. 모든 건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7.07.04 14:26
  • 수정 2017.07.04 14:29

"북한이 방금 미국 본토 일부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초, 이런 트윗을 쓴 적이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트럼프의 이 트윗 이후,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 선을 넘으면 군사적 '응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북한이 그 선을 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4일 '화성-14형'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정점고도 2802km까지 상승해 933km를 비행했다"는 게 북한 측의 주장이다. 만약 이같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제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1. 북한은 직접 미국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통상 ICBM은 55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춘 미사일을 뜻한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열중해왔다. 북한에서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는 약 9100km, 워싱턴DC까지는 약 1만700km 정도 떨어져 있다. 본토는 아니지만 미국 영토인 하와이(7000km)나 알래스카주 앵커리지(5600km)는 더 가깝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안북도나 강원도에서 ICBM를 발사하면 20여분 만에 미국 본토에 닿을 것이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4일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정상각도로 발사됐을 경우, 최대 8000~9000km를 날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바로 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도 ICBM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5개국 밖에 없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이다. 북한이 전 세계 6번째 ICBM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것.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다음 수순은 ICBM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하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5월15일 ICBM은 아니지만 ICBM 같은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 강위력한 국방력을 갈망해온 우리 공화국의 력사에 특기할 대경사, 특대사변으로 된다."

2.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북한이 ICBM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의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ICBM을 북한이 발사해왔던 중·단거리 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 체인저'로 인식해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 "미국이 우려하는 ICBM 발사가 이뤄지면 미국 정부, 의회 입장에서 '게임체인저'(안보의 판도를 바꾸는 요소)로 본다"면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미국 측은) 전략적 도발에 대해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4월13일)

미국 정부가 우선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제재조치 강화가 꼽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는 별도로 미국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4일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성공 발표 직후 "북한이 한미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한국·미국)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더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ICBM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타격 같은 군사행동을 선택지에 올려놓고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도 3일 전·현직 국방관리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미국 내부의 우려를 전했다.

통신은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빠르게 확대해 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협상을 하거나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2가지 방안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한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현직 관리들은 통신에 "북한의 미사일(ICBM) 시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발사 전에 선제타격을 하거나, 중간에 요격하는 방안, 그대로 발사하게 하는 방안 3가지 안이 있다"고 말해 원론적이지만 선제타격도 옵션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1월5일)

물론,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고, '재앙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3.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도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선언 직후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올바른 여건'이 조성될 경우를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다소 곤란해졌다.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당분간은 한국 역시 미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

또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문 대통령의 기조도 다소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 국면이 이어지는 한 미국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이 ICBM 성공을 무기 삼아 한국을 빼고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북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를 병행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선수단 참가 등에 대해서도 미사일 도발과는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핵심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바는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에 대해 합의가 됐던 부분"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압박과 대응 강도도 커질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위기상황이라 한반도에서 대화가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적인 우리 기조에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1 7월4일)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스1에 "대화로 풀겠다는 대북 기조는 바뀌지 않겠지만 대북정책 초기 동력이 위축되거나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짜놓은 일정이 있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수습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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