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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출산 인프라'는 붕괴되고 있다

ⓒ뉴스1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는 출산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 각종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상대적으로 '출산 환경 개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통계청 및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분만 실적이 있는 전국 의료기관은 619곳으로, 2006년 1119곳의 55% 수준으로 급감했다.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 수도 지난해 96명에 그쳐 2007년(20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산부인과 전문의 3명 중 1명은 현재 분만 진료를 외면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산부인과 전문의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8%는 '전문의 취득 후 분만을 하다가 그만뒀다'고 응답했고, 5%는 '처음부터 분만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같은 의료계의 분만 기피현상은 고스란히 산모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통계청의 2013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모성사망률은 10만명당 10.6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6명 수준의 두 배에 가깝다. 모성사망률은 임신과 관련된 원인으로 임신 또는 분만 후 42일 이내에 발생한 여성 사망자수다.

분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그 차이는 분명해진다. 분만 취약지가 없는 서울의 모성사망률은 4.5명인 반면 분만 취약지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강원의 경우 29.9명으로 서울의 6.6배에 이른다. 분만 취약지는 분만 가능 병원에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이 해당 지자체 면적의 30% 이상인 곳을 말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00년 중반 이후 산부인과 분만 인프라가 악화되자, 지난 2010년과 2011년 분만 수가(건강보험 보조금)를 각각 25%씩 총 50%를 가산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당시 신규 전문의수가 소폭 느는가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추락했고 산부인과가 줄어드는 현상도 막지 못했다.

이후 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만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데에는 정부가 출생아수 급감으로 산부인과 운영 환경이 척박해진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생아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분만시설을 유지하려면 다른 진료과와 달리 3교대의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비롯해 병동 간호사, 야간당직의사, 마취과의사, 식당 등 지원인력 같은 시설 유지비용이 적지 않게 올라간다. 인상된 분만 수가정도로는 이런 분만 시설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의료계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정책도 산부인과 운영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는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다.

산부인과의 경우 대표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이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는데, 제왕절개 분만율이 포괄수가제 적용 이전인 2011년 36.4%에서 매년 증가하기 시작해 2015년 40%를 넘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땜질식 처방만 계속할 게 아니라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분만에 대해서는 질환이 아니라 분만 관련한 특별 재원으로 분류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그마나 출산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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