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주도 해녀협회' 초대회장의 한 마디(인터뷰)

[짬] 제주도해녀협 초대회장 강애심씨

“제주 해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해양 전문직 여성입니다. 해녀들이 차가운 몸을 녹이고 소통했던 ‘불턱’처럼, 해녀협회는 모든 해녀의 만남의 장이 될 것입니다.”

25일 제주시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제주도 해녀협회 창립총회와 기념식에서 초대회장에 추대된 강애심(65·사진) 해녀는 해녀협회가 큰 ‘불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식 탈의장이 생기기 전 해녀들은 돌담을 쌓아 만든 불턱에서 잠수복을 갈아입고 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곳에서 불을 쬐면서 언 몸을 녹였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바닷속에 들어가 작업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해녀 물질은 특수한 직업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를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 더 나아가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협회 창설에 주도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30일에는 ‘제주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전승위) 위원 자격으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 제11차 회의에 참석해 등재 순간을 지켜보기도 했다. 강 회장은 해녀 대표로 에티오피아에 다녀온 뒤 ‘무엇인가 해녀들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전승위 위원들의 권유도 있어 흔쾌히 해녀협회 조직을 만드는 데 나섰다. “4~5개월 동안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자문을 구하고,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해녀 21명을 만났죠. 이분들이 협회 결성에 적극 찬성하면서 급물살을 탔습니다.”

강 회장은 “무형유산위 참석차 외국에 갈 때만 해도 감귤 수확철이라 1주일 동안 집을 비우는 것을 많이 걱정했는데, 가서 보니 너무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없는 사람이 갑자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된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제주도해녀협회가 창립된 것은 일제 강점기에 객주와 일제 상인들의 해녀 착취를 막고 권익보호를 위해 제주도 유지들이 1920년 4월28일 해녀조합을 만든 이후 97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제주 해녀와 해녀문화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는 서귀포시 법환어촌계장이자 ‘법환 좀녀마을’ 해녀학교장을 맡는 등 해녀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좀녀(해녀) 많기로 이름난 법환마을 출신인 그는 결혼해서 두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뒤 해녀로서는 늦은 33살 때부터 물질을 배웠다. 그래도 경력이 30년이 넘는다. “집안일만 하다가 갑자기 가세가 기울면서 해녀인 시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헤엄칠 줄도 몰라 물가에서 놀고 있으면 시어머니가 소라를 잡아 오다가 내 광주리에 남몰래 담아주곤 했어요. 그것을 팔아 돈이 되는 것을 보고 물속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게 됐어요.”

물질을 제대로 못해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법환어촌계 해녀 가운데 물질을 잘하는 ‘상군’ 해녀에 든다. 법환마을 해녀들은 남해안과 일본까지 물질을 간다. 강 회장도 10여년 전 충남 태안군 모항에서 3개월 정도 살면서 물질을 하기도 했다. “다른 해녀들이 두 번 들어갈 때 저는 세 번 들어갑니다.” 그런 그를 동료 해녀들은 ‘악바리’라고 부른다.

해녀가 행복한 날은 수확이 많을 때다. “남이 못 떼는 전복을 채취할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에 세상을 얻은 느낌이 듭니다.” 해녀는 제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또한 고된 직업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주도청 자료를 보면, 제주 해녀 수는 1970년 1만4143명에서 2015년에는 4377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4005명으로 크게 줄었다. 1년 새 372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한해에 평균 100명 이상 줄어들지만 지난해의 경우 4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법환어촌계의 현직 해녀 가운데 최고령자는 89살이다. 어촌계 주축 해녀들의 나이는 70대 중반이 대부분이다. 그가 해녀와 해녀문화의 전승을 위해 해녀학교를 통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해녀를 양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협회는 현직 해녀 4005명과 전직 해녀 5495명 등 모두 9500명 회원으로 출발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전국 해녀와의 교류, 해녀축제, 해녀문화 홍보 등 세계에 해녀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해녀 권익보호와 자긍심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친정집보다 바다에 가는 게 낫다는 우리 동네 속담이 있어요.” 친정집 가면 눈치를 보지만, 바다는 자신의 노력만큼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거친 물살을 헤치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영락없는 직업인 해녀의 모습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해녀 #여성 #제주도 #제주도 해녀협회 #인류무형유산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