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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모든 일을 담당한다고 백악관이 밝히다

  • 허완
  • 입력 2017.03.28 08:25

미국 대통령이란 쉬운 직업이 아니다. 최근 몇 주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일을 하고 싶은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트럼프의 첫 야심찬 법안이었던 미국건강보험법, 일명 ‘트럼프케어’가 실패했다. 트럼프가 국회의원들과의 협의를 갑자기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목요일 오후에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의 마크 미도우스 의장(공화당-노스 캐롤라이나)이 트럼프를 극찬했다가, 트럼프는 갑자기 협의를 그만두고 금요일에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그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러나 주말 중에 대통령의 국가 운영 철학이 갑자기 명확해졌다. 트럼프는 일을 많이 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의 사위 재더르 쿠슈너가 그 일들을 하길 바란다.

워싱턴포스트의 애슐리 파커와 필립 러커가 일요일에 보도했듯, 쿠슈너는 ‘연방 관료제를 점검하고 퇴역 군인 돌보기와 오피오이드 중독 퇴치 등 핵심 공약들을 이행할 광범위한 권한’을 지닌 새로운 부서의 운영자로 임명되었다.

그렇지만 워싱턴포스트가 1월9일에 보도했던 것을 되새겨 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사위이자 최측근 중 하나인 재러드 쿠슈너는 백악관의 수석 고문으로 합류하게 된다고 트럼프가 월요일에 밝혔다. 트럼프 가의 변호사는 쿠슈너의 아내 이방카 트럼프는 공식 역할을 즉시 맡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쿠슈너는 급여를 받지 않을 것이며, 정부 운영, 무역 협약, 중동 정책 등 광범위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트럼프 인수인계팀 일원이 말했다. 인수인계팀은 성명에서 쿠슈너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수석 전략가 스티븐 K. 배넌과 긴밀히 협력하여 트럼프의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 밝혔다.

다음은 2월10일의 워싱턴포스트 보도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정이 ‘궁극적 협정’이라며, 그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중동 관련 수석 고문으로 앉히고 이 일을 맡기고 있다.

그러니 정부, 정책, 외교 경험이 전무하며, 기업 경험이라곤 자기 가족의 부동산 개발 회사 경험 밖에 없고, 신문 발행인을 잠깐 해보았고, L.A. 다저스 인수에 잠시 참여했던 게 전부인 재러드 쿠슈너가 워싱턴에 와서 무역, 전반적 중동 정책,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정, 재향 군인 관리 개혁, 오피오이드 위기 해결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새 부서는 “모든 연방 부서와 기관의 테크놀로지와 데이터 인프라 현대화, 인력 훈련 프로그램 리모델링, 트럼프가 1조 달러를 쏟아붓기로 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제공 등 인프라 계획 깃발 하의 ‘변화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던 약속과는 참 다르다.

재러드 쿠슈너가 어떻게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연방 부서와 기관의 테크놀로지와 데이터 인프라 현대화’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영국에서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기관 하나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쿠슈너가 그것 하나, 혹은 저 여러 일 중 단 하나만 해낼 수 있다해도 대단할 것이다. 그런데 쿠슈너는 풀타임으로 전념해야 할 직책을 여러 개 맡았다. 장인의 대선 공약 여러 개, 혹은 전부를 혼자 떠맡게 된 것이다.

쿠슈너의 일과가 어떨지 상상해 보라.

9:00-9:30: “폭스 앤드 프렌즈” 보고 듣기.

9:30-10:00: 전국에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제공.

10:00-11:00: 전국에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제공하는 일을 그만두고 일단 정부 전체에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제공하는데 집중하기.

11:00-11:30: 브런치.

11:30-1:00: 점심을 먹으며 까다로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정 문제 해결하기. 정부의 성인들이 수십 년 동안 노력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일이다.

1:00-1:30: 중동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다른 곳도 있다고? 제발, 여러분,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요!

1:30-2:00: 대통령과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요’ 일일 미팅. 대통령은 쿠슈너에게 네가 아스펜에서 스키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건강보험법이 좌초되었다고 일깨워 준다.

2:00-2:15: 당분간 모든 스키 휴가 취소.

2:15-2:30: 오후를 버텨 내게 해줄 커피 한 주전자를 찾아내기.

2:30-3:30: 트럼프가 1조 달러를 쏟아붓기로 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제공 등 인프라 계획 깃발 하의 ‘변화 프로젝트’ 하나 만들기.

3:30-3:45: 대통령과 ‘변화 프로젝트’ 미팅. 대통령은 아직 부족한 게 있다고 말한다.

3:45-4:15: 뭐가 부족하지? 쿠슈너, 생각해 봐! 할 수 있어!

4:15-4:30: 변화 프로젝트에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다. 대통령은 서명한다.

4:30-4:45: 잠시 백악관을 서성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인생이란 원래 훨씬 더 단순했는데? 난 뭐든 할 수 있었어. 난 정말 다저스를 갖고 싶었어. 배트 소리, 주먹으로 글러브를 두드리는 소리, 오후 야구 경기의 냄새. 잘 손질된 잔디, 관중의 함성, 주근깨 투성이 얼굴의 아이들에게 점수 내는 법을 가르쳐주는 아버지들, 나른한 남부 캘리포니아의 오후, 그게 천국이지. 난 그렇게 살았어야 해. 그러려고 했어. 어쩌다 내가 여기 온 거야? 어렴풋이 기억날 뿐… 새벽에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 메시지… 소환… 이게 시작될 무렵 내가 거절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난 그 순간을 놓쳤어.

4:45-6:00: 재향 군인 제도와 오피오이드 위기를 개선하고, 정부의 능률을 높이고, 무역 관련 일도 해야 하나?

6:00: 15시간 동안 흐느끼기.

아, 또 한 가지. 현재 쿠슈너는 상원 정보 위원회의 ‘트럼프 관련자들과 러시아 공직자 및 크렘린 관련자들과의 관계’ 수사에도 연루되어 있다.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

쿠슈너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일은 그가 ‘모든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기 부’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부서가 ‘재계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일부 정부 기능을 민영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의 재향 군인 병원 시스템이 당신이 보기에 마음에 안 든다면, 주주들에게 이윤을 가져다 줄 수탁책임자가 생기면 어떨지 기대하시라!)

파커와 러커는 새 부서가 ‘내부적으로는 전략 컨설턴트의 SWAT 팀으로 간주된다’며, ‘워싱턴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불어넣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는 그건 트럼프가 직접 할 일인 줄 알았다.

“재러드, 제일 먼저 할 일은 재향 군인 관련 일이야.”

“음… 그들에게 내 성이 쿠슈너라고 말해 봤나요?”

물론 ‘전략 컨설턴트의 SWAT 팀’은 이미 존재한다. 경영 컨설팅 기업들이다. 재향 군인 병원 정비 같은 일은 그냥 그런 기업에 돈을 주고 시켜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쿠슈너가 백악관 밖에서 자신의 맥킨지를 운영할 수가 없게 된다. 이제 쿠슈너는 ‘애플 CEO 팀 쿡,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 테슬라 창업자 겸 CEO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의 참여를 요구하며 자신의 명성을 쌓을 수 있다. 물론 저 모든 사람들은 지금도 바쁜 사람들이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알고 지내는 사람은 아주 적은 것 같다. 트럼프가 믿는 사람은 더욱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소수 내부자들에게 온갖 임무가 계속해서 쏟아진다. 그리고 이 내부자들 중 적어도 두 파는 서로를 대놓고 혐오하는 것 같다. 라인스 프리버스 파는 정부의 출세주의자들로, 스티브 배넌 파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배넌 파는 직업 관료들에게 굴욕을 주고, ‘행정국가’를 해체하고, 남는 시간에는 이민자들과 무슬림들을 압제하고 싶어한다. 복스의 매트 이글레시아스는 이 두 파를 가리켜 트럼프 인맥의 ‘세 다리 의자’ 중 두 다리라고 부른다. 세 번째 다리는 ‘트럼프 대가족’이며, 여기서는 쿠슈너가 명목상의 대장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받았던 비난은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오바마는 여러 문제를 맡을 여러 사람들을 기용했고, 특정 정책에 따라 사람을 썼다. 그래서 백악관에 믿을 수 없는 ‘짜르’의 집단을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는 쿠슈너를 만사의 짜르로 만들어서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쿠슈너가 사실상의 대통령이고, 트럼프는 골프와 트위터의 짜르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쿠슈너가 이 어마어마한 일들을 혼자서 잘 해낼지 누가 알겠는가. 쿠슈너가 하는 일이라곤 실리콘 밸리 CEO들의 어설픈 아이디어들을 정부에 배달하는 것뿐이라 해도, 사람들은 언젠가 트럼프가 사위에게 맡긴 모든 일들을 떠올리며 이게 정말 말이 되긴 하는가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의 백악관이 여러 문제에 대한 실제 해결책들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쿠슈너는 힘들어질 것이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는 예전부터 하기 싫어했던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 딸 티파니에게 일 시키기. (그리고 개인적인 책임도 좀 져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White House Announces Jared Kushner Is Now Responsible For Everything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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