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추진 중이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무산됐다.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의 방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역 일간지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3일(현지시간) 애틀랜타 국립민권인권센터가 일방적으로 소녀상 건립 취소를 발표했다면서, 이것이 "일본 측 압력 때문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AJC에 따르면 전날 민권센터는 서한을 통해 소녀상 건립 계획 백지화 이유를 밝혔다. 데릭 케욘고 민권센터 최고경영자(CEO)는 "영구적인 조형 설치는 원본 설계 또는 새 전략 계획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백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위원장은 큰 실망감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민권센터가 6개월 간의 협상 끝에 맺은 약정과 계획을 취소해 크게 실망했다"며 "만약 이러한 방침이 정말 있었다면 왜 이것을 지금 말해주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9일 민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녀상 건립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당시 센터는 "2차 세계대전의 성적착취·인신매매에 희생된 여성 피해자들을 기리는 영구적인 야외 기념물 설치"를 발표했다. 회견장에는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민권센터가 돌연 태도를 바꾼 데에는 일본을 위시한 세력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지아 주 지역 매체 '조지아아시안타임스'에 따르면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는 민권센터의 발표 직후 민권센터 관계자와 애틀랜타 상공회의소 소속 재계 인사, 시청 당국자를 잇따라 만났다.
건립위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헬렌 호 변호사는 당시 일본 총영사가 이들에게 우려를 표명했고 소녀상이 실제로 설치된다면 일본 기업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체는 소녀상 건립 발표 이후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센터 기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계획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전했다.
예컨대 '가토 켄'이라는 이름의 한 인물은 센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주 후하게 임금을 받고 좋은 대우를 받았다"며 소녀상 설치를 "악의적인 명예훼손적 운동"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호 변호사는 샌프란시스코 시 소녀상이 건립됐을 때에도 이와 유사한 압력이 있었으나 시 정부 계획에는 차질이 없었으며 추후 일본계의 보복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건립위는 현재 모금한 재원을 바탕으로 다른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기존 모금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건립을 위한) 노력을 다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