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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인터뷰] 심상정은 과감하게 '왼쪽'으로 옮기자고 말한다

  • 허완
  • 입력 2017.02.28 09:25
  • 수정 2017.03.01 06:12

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한 번은 당내 경선에서 졌고, 또 한 번은 다른 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온 후보 단일화를 위한 중도사퇴는 이제 제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당시 그가 남겼던 말이다.

이번은 다르다.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고, 포기할 생각도 없다. 그는 이번 대선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본다. "야당 후보들끼리 진검승부를 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후보 단일화 압박에서 자유로운, 눈물의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노동운동가는 30년이 훌쩍 넘어 '노동을 제1의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는 대통령 후보가 됐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온통 뉴스를 장식한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있다. 의석수 6석의 '꼬마 정당'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정당이 재벌개혁을 말하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다짐하고, 복지를 약속하는 시절이다. 정의당과 심상정이 말하는 "과감한 개혁"은 언뜻 차별성이 없어보인다. 지지율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심상정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 받는 세상,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친 재벌 정부'가 아닌 '친 노동자 정부'를 상상한다. 노동시간 단축, 부부 육아휴직 의무화가 실현되는 나라, 민주당과 정의당이 경쟁하는 선거를 기대한다. 그는 "정치구도의 축을 과감하게 왼쪽, 아래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내내 버리지 않았던 꿈이다.

심상정은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이기도 하다. 여섯 번의 선거에서 후보로 나서면서 소속정당의 이름은 다섯 번 바뀌었다. 진보정당 성공과 실패, 통합과 분열을 온 몸으로 겪었다. 진보정치인으로 살아 온 13년은 "어느 하루가 편안한 날이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는 이제 "신념과 책임이 균형을 갖춘 진보정치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정치에 대해서 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제 좀 그만 고생하고 큰 데 가서 해라.' 그가 "정치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러나 심상정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 출마선언문을 읽다가 덜컥 목이 메어왔던, 그 꿈. 그건 바로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허핑턴포스트는 22일 마침내 심상정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TABLE OF CONTENTS

■ 정치

■ 진보/정의당

■ 노동

■ 재벌개혁

■ 복지/경제

■ 여성

■ 성소수자

■ 북한/외교

정치

손미나 : 대선후보가 된 후 첫 인터뷰에서 ‘완주냐, 사퇴냐’ 이런 질문을 받아서 참 서운했다고 말씀 하신 걸 들었는데요.

심상정 : 대선후보 출마 결정이 참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진보정당의 대선주자가 생각처럼 그렇게 빛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거듭 거듭 고심을 했고, 막바지에는 한 3일 동안 잠을 못 잤다고. 그렇게 긴 고뇌 속에서 결정했는데 첫 질문이 ‘완주할 거냐’ 하니까… 너무 가혹한 것 같았어요.

근데 뭐 특정 언론사나 언론인을 원망할 생각은 없어요. 왜냐면 그런 질문을 하는 구조를 잘 알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 대선은 과거처럼 작은 정당에게 그런 부당한 압력이 가해지는 선거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해제돼서 마음껏, 우리 정의당의 깃발을 들 수 있는 그런 선거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왜 출마했는지를 물어봐주시면 돼요. (웃음)

손미나 : 대선 출마 포부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심상정 : 이번 대선은 촛불의 한 가운데서 치러지는 대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 시민들의 승리를 제가 책임지겠다, 그런 자세로 나왔어요. 2017년 새벽을 천만 촛불로 열었는데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 만이었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게) 박근혜 퇴진 만이었다면 과연 천만 촛불이 가능했겠나. 암만 열심히 해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그 고단한 삶이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거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광장에 울려 퍼진 ‘이게 나라냐’ 이런 탄식은 ‘같이 좀 살자’, 그런 절규라고 저는 생각해요.

헌정사상 최초로 지금 대통령 탄핵되어 가고 있고, 또 이재용씨가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삼성그룹 시작한 79년 만에 구속됐거든요. 사실상 시민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지금 일궈가고 있는 거죠. 이제 앞으로 대통령이 되실 분은 이 개혁의 열망을 어떻게 받아 안고 새로운 삶,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것인가.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단순히 교대하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이제 확실한 개혁구상과 의지를 가지고 경쟁해라, 이게 촛불 시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하고요. 그 과감한 개혁을 누구보다도 책임질 수 있는 정당, 그리고 후보. 저 심상정과 정의당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미나 :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심상정이다’. 이렇게 자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심상정 : 과거의 대선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른 그런 대선 공간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화 이후에 최초로 정권교체냐 연장이냐가 아니라, 어떤 정권교체냐를 두고 야당 후보들끼리 진검승부를 하는 그런 선거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87년 민주화도 겪었지만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극단적으로 상층, 오른쪽에 경도돼 있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치구도의 축을 과감하게 왼쪽, 아래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는 시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정도의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정의당 같은 정당이 제1야당은 될 때 그런 개혁이 가능하다는 거죠.

지금 정권교체는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이제는 과연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변화를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 내느냐. 민주당이 오른쪽과 경쟁하는 대선이 아니라 민주당이 왼쪽에 있는 정의당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내야 촛불승리가 가능하다, 그런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 정의당과 심상정이 어떤 역할을 어디까지 하느냐, 이것이 이번 대선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손미나 : 정치인 심상정에게 붙여진 별명이 참 다양하고 또 각각 색깔이 다릅니다. ‘철의 여인’이 있는가 하면 ‘심블리’가 있거든요. 그 중에 어떤 게 더 마음에 드시는지, 그리고 어떤 게 더 본인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심상정 : 당연히 심블리죠. 그게 제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심블리 이렇게 하면 저는 좋은데 ‘아유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 별명이 주어진 이후에는 저의 블리블리한 그런 제 성격이 잘 발현이 되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웃음) 잃어버린 저를 찾은 느낌 같은 게 있어요.

손미나 : 대중하고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정치인에게 중요하잖아요.

심상정 : 너무나 중요하죠. 그런데 그 소통 능력이 기술이 아니라 진짜 지역주민들에 대한 사랑, 애정, 그런 것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얼굴 표정만 봐도 알잖아요, 느낌을. 저는 지난번에 한 번 떨어지고, 한 번은 민주당하고 단일화해서 전국 최소표차로 당선되고, 그렇게 지역구 의원 4년 하고나서는 이번에는 단일화 안 하고도 수도권 최다득표자가 됐어요. 그러다보니까 ‘우리 주민들에게 인정받았다’, ‘우리 주민들이 날 믿어주시는 구나', ‘이런 정치를 바라시는구나.' 이런 데 대한 믿음 같은 게 생겼어요. 정치에 대해서 더 확고한 신념, 더 확고한 어떤 믿음 같은 게 생겼어요.

진보/정의당

손미나 : 한국 진보정치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신데요, 정치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심상정 : 아무래도 제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시작했잖아요? 민주노동당 분당될 때. 그 때가 힘들었어요. 근데 제가 13년짼데 어느 하루가 편안한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13년 진보정치 외길을 걸어오면서 그 팔 할은 실패로 점철된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그런데 이제 요즘 생각해보면 그렇게 실패와 좌절을 딛고 오늘의 정의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신념과 책임이 균형을 갖춘 진보정치를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손미나 : 그렇게 힘든 순간들이 많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방향으로 달리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심상정 :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려면 정치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컸기 때문에 제가 정치인이 됐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제… 제가 정치하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이 ‘이제 좀 그만 고생하고 큰 데 가서 해라’. 우리 친정어머님 전화하시면 제가 듣기 싫어하기 때문에 꾹 참다가 결국은 끊기 전에 한 마디 하는 말이 ‘그만큼 고생했으면 이제 큰 데 가서 해라’, 그런 얘기를 제가 제일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제가 이 풍찬노숙의 길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저에게 꿈이 있기 때문에 그래요. 정말 좋은 정당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꿈.

손미나 : 좋은 정당은 어떤 정당인가요?

심상정 : 선진국과 같은 선진적인 정당이죠. 자기 이념과 비전을 갖추고, 또 좋은 정책을 갖추고, 그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유능한 정치인들을 길러내는 그런 현대적 의미의 정당이 돼야 된다고 봐요. 저는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당이라고 봅니다. 한번 보세요. 미국이나 유럽 같이 선진국에서 대통령 후보 한 사람에 따라서 당이 만들어졌다가 부서졌다가 갈라졌다가 하는 나라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당은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한 캠프 정당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국민들에게 책임질 수 없는 거죠.

아직까지는 정의당이 시도하는 여러 가지 좋은 정당을 향한 개혁들이 밖으로 가시화되진 않고 있지만 저희가 이제는 ‘합리적인 진보’, ‘원칙있는 진보’라는 중심을 잡고 안정적인 어떤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는 단계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죠.

[동영상] 심상정이 진보정당을 지키는 이유

손미나 : 2004년도에 민주노동당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보정당에 뭐 그다지 새로운 얼굴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상정 : 저는 늘 그 이중 잣대에 대한 불편함이 있어요. 저나 노회찬 의원은 (진보정치) 1세대가 아니에요. 우리 권영길 의원 세대가 1세대죠. 저희가 2세대고, 3세대도 좋은 정치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비례 의원들 중에서 정말 괄목할 만한 그런 역량을 인정받은 분들도 많았는데 이 대중정당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공직의 경험이 절대적이죠. 근데 결정적으로 지역구 돌파가 안 되는 겁니다. 지역구 돌파가. 비례(대표) 때는 의원 활동 성적이 매우 좋았는데 지역구 가면 그 거대정당의 벽을 뚫지 못하는 거예요.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는 정당의 이 격차를 뛰어넘어서 지역구를 돌파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거예요. 저희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대중정당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내부 정비가 됐다 하더라도 결국은 제도적인 한계를 돌파하지 않고서는 우리 유능한 후배 정치인들이 성장하는 게 어렵다는 게 현실이죠. 근데 그게 마치 심상정이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건 대단한 오해죠.

울창한 기득권 정치의 숲, 빛 한 점 안 들어오는 그 숲 안에서 커나가는 나무와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정의당인데, 끝내 좌절하지 않고 이 숲을 뚫어낼 때 숲의 생태계가 바뀌듯이 정치 생태계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게 이제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거기까지 길을 뚫어내야 될 책임이 저한테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미나 : 진보정당이 뭔가 새롭고 멋져보여서 너도나도 지지선언을 하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은 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고 계신지도 궁금한데요.

심상정 : 그동안에 진보정치가 많은 실패를 거듭했잖아요. 그러니까 진보정치가 필요하고 진보정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격려했던 분들이 많이 실망하신 거죠. 그리고 외면하시고.

수많은 우리 당원들이 온 몸에 상처를 입고 그랬지만 좌절하지 않고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서 지금의 정의당이 만들어졌거든요. 과거의 실패의 경험들이 좋은 자양분이 됐죠.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과거와 같은 수준의 실패는 절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 당은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정의당의 집권을 말씀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올해 대선 출마는 정의당이 이제 비로소 집권의지를 갖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리는 첫 번째 대선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노동

손미나 : 출마선언문에서 '노동부총리 신설'을 공약하셨습니다. '노동개혁을 제1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제일 중요한 문제로 노동을 꼽으시는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심상정 : 지난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잖아요. 그리고 지난 60년 동안 1인당 개인소득이 400배나 뛰었어요. 그만큼 고속성장을 했고, OECD 국가 중에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봉급쟁이 2000만명 중에서 1000만명이 월급을 200만원도 못 받아요. 그리고 560만 자영업자들 중에 25%는 월 매출이 100만원이 안 돼요. 농민들은 암만 땀 흘리고 벼농사를 지어도 지금 월수입이 94만원인가 그래요. 대다수 국민들은 살 수 없어요.

민주화 이후에 여섯 명의 대통령을 선출했고 두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보통시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대선 때마다 경제민주화, 복지. 다들 목청껏 외치지만 양극화는 더 심화됐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을 외면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정부는 거의 모두 친 재벌 정부였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였습니다. 노동은 늘 비용으로 취급되고 그 재벌 정책의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좌절하는 이유가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기 어렵다는 거예요. 내가 열심히 하고, 내 능력을 발휘하고, 실패가 되더라도 거듭하면 끝내 내가 내 삶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이런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좌절하는 거거든요. 저는 적어도 누구 집 자식으로 태어나든, 지방이든 서울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자기 삶에 대해서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그런 믿음을 복원하는 사회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회 만들어야 된다. 그게 제가 노동을 전면에 세우는 이윤데요.

한 가지 좀 사족을 붙이자면… 아직까지 노동이라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어요. 노동은 아직도 뭔가 불순하고, 불온하고, 뭔가 어떤 절망과 좌절이 배어있는 이런 단어가 됐어요. 그런데 세계 유수한 국가들의 대통령이나 총리들이 쓰는 언어 중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언어가 노동이에요. 근데 우리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는, 800단어로 구성된 취임사에 노동이란 두 글자가 한 번도 없다는 거지.

많은 분들이 지금 수많은 공약을 내고 있어요. 노동,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다 내고 있는데. 대통령 후보가 지금 국민들에게 밝혀야 될 것은 공약 그 자체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국정의 제1순위로 놓겠다, 2순위로 놓겠다, 3순위로 놓겠다’, 이걸 밝혀야 되는 거죠. 그리고 그 국정의 우선순위에 걸맞게 어떻게 정책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밝혀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 발표하는 수많은 공약들은 나중에 선거 끝나면 정책 자료집에서 찾아봐야 될 거에요.

손미나 : ‘노동 문제만 해결되면 복지, 경제 다 풀린다는 것처럼 들린다'는 분들도 계신데, 지금 말씀하시는 걸 듣고 보니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노동이 '1순위'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심상정 : 당연하죠. 인간은 누구나 일을 해서 자기실현을 한다는 거죠. 그게 어떤 종류의 일이든 간에. 결국 노동을 해서 자기실현을 하고 자기가 한 노동에 대해서 정당하게 평가받을 때 행복할 수 있죠.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간 존엄성의 핵심이 노동의 가치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노동의 가치, 노동할 수 있는 권리,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국가의 제1의 임무가 돼야 된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노동관이죠.

경제민주화나 복지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이 태동한 이래 일관되게 그 비전과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시했어요. 이번 정책 발표에서 서둘러서 발표하지 않을 뿐이죠. 지난 대선에서 이미 경제민주화, 복지가 시대정신이 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정의당 공약 가지고, 경제민주화·복지 가지고 당선됐잖아요.

이번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은 노동이라고 봅니다. 복지는 2차분배란 말예요. 근데 워낙에 취직하기 힘들고 취직해서 열심히 해도 제대로 돈 받지 못하고, 과로사할 지경으로 장시간 노동하고 이렇게 되다보니까 1차적으로 이 노동시장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된 거죠.

[동영상] 심상정이 '노동'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

손미나 : '집권하면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지도 궁금하고요.

심상정 : ‘가능할까?’ 이전에 이 절박성을 우리가 먼저 공유를 해야 된다고 보는데요. 비정규직은 고용의 한 형태가 아니에요. 사회경제적 신분이에요. 과거에 우리가 양반 상놈이 있었는데 지금 그런 신분제에요 이게. 똑같이 학교를 다녔어요, 같은 반에서. 근데 입사하는 회사 문이 달랐죠. 같은 회사의 하청기업이에요. 어떤 사람은 원청에 가서 같은 라인에서 일을 해요. 그런데 나는 내 친구에 비해서 작업복 색깔이 다르다고 반값 인생이 되는 거예요. 이것은 경제적인 차별 문제를 넘어서서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친구가 반값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납득할 수 있고, 그런 부당한 차별에, 인간적 모멸감에 어떻게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냐 이거죠. 그래서 이 비정규직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된다, 이렇게 보고요.

해결할 수 있죠. 왜. 이런 비정규직 공화국을 만들어놓은 것도 정책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서 고쳐야죠. 10년 전에 비정규직법, 기간제법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그 때 열린우리당 정부였죠. 사실 제가 참여정부에 각을 세우게 된 핵심적인 동기가 바로 이 비정규직 법인데, 그 때 우리는 비정규직을 맘대로 채용할 수 있는 입구를 막아야 된다고 주장했죠. 비정규직을 꼭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용사유를 제한해서 이러이러한 사유가 아니고는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도록 해야 된다, 그렇게 주장을 했던 거죠.

당시 열린우리당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 이후에는 정규직화 하되 차별을 시정하는 것으로 하자고 그랬죠. 그 때 당시에 저희가 점거농성을 하고 법안처리를 막는 데 애를 많이 썼어요. 왜. 우리는 그 열린우리당 법안대로 하면 비정규직이 더욱 확대되고, 악화되고, 차별시정의 의도는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거든요.

그 때 열린우리당 정부에서 시행해보고 평가하자고 했어요. 10년이 됐어요. 저희가 지적한 그대로 결과가 나왔어요. 그렇다면 민주당의 후보님들은 그건 다 모른 척 하고 그냥 뭐 공약을 또 발표하셔서 될 일이 아니고, 지난 10년간 비정규직법에 대한 성찰 속에서 책임 있는 비전을 내놓으셔야 된다,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요.

박근혜 대통령 공약 중에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바로 한다고 그랬어요. 근데 지금 어떻게 돼 있습니까? 오히려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만 늘어났어요. 이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서, 파견제법을 피하기 위해서 간접고용 늘어나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그러니까 노동자이지만 노동자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사람이 250만명으로 늘어났어요. 이거 누가 책임질 거예요.

2년으로 해놓으니까 이걸 피하기 위해서 3-4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하는 이런 불법이 난무해요. 주 40시간제를 도입하고 12시간 잔업을 허용했는데 주말은 노동시간으로 취급하지 않으면서 거의 과로사할 지경으로 일을 시켜요. 또 하청의 맨 마지막 단계에 가면 가뜩이나 저임금인데 수시로 부도내고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어디 받을 데도 없이. 이렇게 방치돼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지금 최저임금을 못 받는 사람이 230만명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이 민주공화국 법치국가에서 헌법과 노동법의 보호 밖에 있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말하자면 노예노동을 하는 노동자들 숫자가 어마어마한 거죠.

제가 대통령이 되면 우선 이 법의 사각지대부터 확실하게 엄단해서 어떤 노동자든 간에 최소한 헌법상의 권리, 헌법상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을 제1의 조치로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최저임금법 만들고 또 재벌개혁 하고 해야죠.

재벌개혁

손미나 : '심상정의 재벌개혁'은 어떤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주신다면요?

심상정 : 심상정의 정치인생은 한 마디로 재벌과 맞서 온 과정이죠. 삼성과 특히 맞서 온 과정이죠. 종합적인 재벌개혁 공약은 이제 곧 발표를 할 건데 제가 재벌 3세 경영을 근절하겠다는 얘기를 가장 앞세우는 이유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이 재벌개혁 공약을 많이 발표를 하는데 그 내용들의 대부분은 대통령이 하실 일이 아니에요. 국회에서 입법할 사안이에요. 대통령이 진짜 하셔야 될 일은 뭐냐. 내가 대통령 되면 삼성 뒷배 안 봐주겠다, 재벌 탈법 불법 용납하지 않겠다, 이런 의지를 천명하는 거죠.

손미나 :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같은 다른 정당들에서 말하는 재벌개혁과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조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심상정 : 첫 째는 심상정이 대통령 되면 어떤 경우에도 재벌들의 조세포탈이라든지 불법 상속이라든지 또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서 법대로 처벌하겠다. 그렇게 해야 다시는 이런 탈선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차이고요. 두 번째로는 다른 후보들은 지금 계열분리 명령제도나 기업분할 제도는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에서) 분리하는 거죠. 법적으로. 강제로. 이런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우에 따라서.

결정적으로 또 하나 차이는 이런 기업의 민주화, 민주적 경영, 투명경영을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들의 교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노동조합 만들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 법적으로 교섭권을 부여해주고. 경제적 약자들이 경제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에요. 이런 얘기 하는 건 저 밖에 없어요. (웃음)

손미나 :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으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요?

심상정 : 노동시간 단축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고, 또 임금인상 하고 이것이 다 각각 논의될 수 없고 이것이 하나로 논의가 돼야죠. 여기에 복지까지 해서. 그래서 대통령 직속으로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구성해서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또 서로 고통분담의 적정한 수준들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해요. 이것은 다 개개인의 삶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명령하듯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죠.

그러나 그동안에는 늘 결국은 친 재벌 정부였기 때문에 재벌의 논리가 정치를 점령해버렸어요.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뒤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되고요.

그럴 때 결국은 비용이 드는 데 어떡할 거냐. 그 비용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상위 1%, 그리고 800조에 가까운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대기업, 원청, 그리고 프랜차이즈로 치면 본점에서 상당 부분의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올려주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다 감당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안 망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고 망하는 기업 없어요. 오히려 재벌 3세들의 투자 실패 이런 것 때문에 망하는 거예요.

물론 임금 인상하고 또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고 하면 부담은 되겠지만 청렴해서 망한 나라 없듯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서 망한 나라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 정말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이런 사람이 돼야 되죠.

복지/경제

손미나 : 2002년 대선 때 진보정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이런 이야기를 해서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진보정당 만의 색깔 있는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심상정 : 예전에는 진보정당만 다루는 의제가 있었어요. 경제민주화, 복지. 민주노동당 시절에 국회에서 저희가 처음 이걸 이야기 할 때, 복지국가로 가자고 하면 '복지병(病)을 이야기하던 때에요 그 때가. 근데 지금은 엄청나게 변했죠. 저희 당이 지금 원내에서 가장 왼쪽 정당인데 이번 대선주자들이 저희 공약보다 훨씬 앞서는 공약들을 냈어요. 당연히 차별성이 없죠.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저한테 ‘심 대표, 정의당 더 세게 나가야 될 것 같아’ 이런 얘기를 많이 하셔요. 근데 저희는 급진성과 과격성을 경쟁하는 진보가 아닙니다. 왜. 아무리 급진적이고 더 나간 공약을 낸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삶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저와 정의당이 생각하는 진보는 우리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정책을 시류에 따라서 왔다갔다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을 가지고 실천해서 실제 결과를 만들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게 목표에요.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런 책임정치 하겠다. 그런 원칙 있는 진보, 합리적인 진보가 저와 정의당이 추구하는 진보다. 선거 때 난무하는 어떤 그 구호성 급진 경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정책적 일관성과 책임 있는 실천, 이것이 우리 정의당이 추구하는 바고. 그러면 국민들이 알아 주냐? 저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정확하게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정의당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스피커가 약해요. 제가 대통령 후보 되고 나서 지금 한 달 됐는데... 저보다 훨씬 더 지지율을 못 받는 분들도 다 보도해요. 정치뉴스에 다 한 꼭지씩 들어가는데 심상정만 빠져 있어. 그런 상태라서 전달이 잘 안 되지만 제가 지역구를 해보니까 진짜 나의 삶을 바꿀 만큼 진정성이 있는지, 책임이 있는지 이게 국민들의 최종적인 평가기준이에요. 그래서 좀 뭐 그때그때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 쌓아나가면 그 길에서 국민들과 아주 굳건히 손잡는 날이 올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손미나 :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지, 뭔가 좀 더 거시적인 (경제)비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심상정 :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뭐 정치 외교 안보 다 힘들지만, 경제상황이 거의 막다른 골목에 왔어요. 그래서 이것은 어떤 한두 개 정책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된다고 봅니다.

우선 첫 째로 저성장 시대에 트럼프가 등장하고 브렉시트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니까 우리 고속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주도 경제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온 거죠. 근본적으로 전환이 되어야 돼요. 근데 더 문제는 뭐냐면 내수에요 내수. 작년 GDP 기준으로 (민간 소비 비중이) 45.9%로 IMF 때보다도 더 소비를 못해요. 왜냐면 월급은 안 오르고 빚더미에 올라앉아있기 때문에 소비여력이 없는 거예요. 수출도 안 되고 소비도 안 되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나요. 투자를 못해요. 40년 만에 (기업들의 GDP 대비) 투자 비중이 최저로 떨어졌어요. 대기업들 몸 사리고 투자 안 하죠. 대신에 유보금으로 쌓아놓는 겁니다.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수출, 소비, 투자. 이게 다 어려운데 마지막 남은 게 정부 하나 남았어요. 정부가 특단의 결정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첫 번째로는 이런 저성장 시기에 성장을 위한 기본 조치, 최우선의 조치는 소득을 올리는 거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고 지금 IMF라든지 OECD, 세계은행에서 권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바마, 메르켈, 아베가 국정의 제1순위로 최저임금 인상, 그 담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그렇게 강력하게 추진하는 겁니다. 그 분들이 진보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근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간 거죠. 빚내서 집 사라고. 그래서 지금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소비여력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 된다는 겁니다.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를 여는 것이 우리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다, 이 점을 말씀드리고요.

두 번째로는 소비여력, 내수 진작만 가지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느냐. 신성장 동력과 관련해서 제가 다음주 정도에 공약 발표를 하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녹색경제, 녹색산업, 환경생태산업과 4차산업혁명을 결합한 이 분야를 신성장 산업 분야로 정해서 정부가 R&D 투자 이런 것을 집중적으로 하고 성장 목표로 만들어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해요.

여성

손미나 :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가 정말 심각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너무 심각하죠. 지금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높습니다. 일본만 해도 한 80% 정도 됩니다. 우리는 60% 밖에 안 되는데, 그 핵심이 출산휴가죠. 제가 ‘슈퍼우먼 방지법’이라는 것도 그래서 내놓은 거죠. 사실 ‘슈퍼우먼강요방지법’이에요.

가장 중요하게는 출산과 육아를 사회가 어떻게 책임지고 여성들의 짐을, 부당한 짐을 덜어주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고요. 저출산 문제를 여성문제라고 바라보는 시각, 그 시각이 잘못됐기 때문에 80조를 10년 동안 투자하고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았다, 더 나빠졌다는 겁니다. 어떻게 저출산이 여성 문제냐. 오히려 가족 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시스템의 문제다. 그리고 육아정책이 왜 여성정책이냐. 막 들이대고 싶어요 저는.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그동안의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었어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내 한 몸 건사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직장 다니고 밥 벌어먹고 살기가 힘든데 어떻게 애를 낳냐고. 어떻게 결혼을 하고. 이 저출산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려면 (육아·보육 정책을) 엄마, 아빠, 기업, 사회, 국가의 모든 책임으로서 전 사회적인 가장 중요한 제1의 정책으로 위치 매김을 해야 되는 거죠.

그리고 저는 노동시간 단축 이런 게 진짜 여성을 위한 정책 같아요. 일단은 슈퍼우먼방지법에는 처음으로 육아휴직에 ‘파파쿼터제’라고 하는 걸 넣었는데요, 아빠가 3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아빠들도 애 키우고 싶어 해요. 직장에서 눈치보고 승진 안 되니까 문제인 거죠. 이 법을 안 지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패널티를 주고 이 정책을 잘 시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확실한 어드밴티지를 주는 정책을 디자인을 했어요. 두 번째로는 '여성고용 공시제'를 둬서 여성 고용과 임금차별을 계속 공시를 하도록, 차별을 계속 억제하는 그런 정책을 비롯해서 제가 세부정책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3·8 여성대회 전에 3월 초에 추가 여성 정책을 발표할 겁니다.

손미나 : 남성들이 출산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승진을 못 하거나 이런 것도 있지만, 문화적인 이유도 좀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건 어떻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심상정 : 제가 덴마크를 한번 가보니까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하고 여성들이 가방 들고 직장을 다니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그때 만난 ‘파파맘’에게 물어봤어요. '이 나라 남자들은 왜 이리 쿨하냐' 그랬더니,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 인센티브를 준다는 거예요. 이런 세상도 있어요. 이런 나라도 있다고.

그럼 한번 여기서 물어볼게요. 승진에 인센티브를 주면 여러분들 육아휴직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우리 사회의 관념이 육아 문제를 남편이 맡으면 뭔가 부족한 사람 취급하고 이런 문화가 있죠. 이런 문화들은 적극적으로 정부가 주도해서 교육도 하고, 직장 문화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도 하고 그런 사례도 만들어야 해요.

저희 남편이 그동안에 전혀 인터뷰 같은 거 안 하다가 며칠 전에 대선주자 배우자 (라고) 해가지고 인터뷰를 모 잡지에서 했는데, 저도 기사만 봤어요. 제가 정치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주부를 자처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늘 '(남편의) 실제 속마음이 어떨까' 이런 의구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걸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제가. 어떨까? 물론 자원했지만.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 보니까 자기는 그런 자기의 선택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 얘기를 하니까 제가 평소 늘 좀 마음 한 켠에 억눌림이 있었는데, 오늘 굉장히 마음이 홀가분한 거예요. 그런 모델들을 만들어야 돼요.

[동영상] 심상정은 '육아정책이 왜 여성정책이냐'고 묻는다

손미나 : 얼마 전 '메갈리아'와 관련한 사건에서 당차원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리셨거든요.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지금도 아파요. 대표 임기 2년 하면서, 그건 제가 대표로서 잘 못 했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저는 우선 제가 불평등 때문에 우리 청년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런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런 불평등으로 인한 혐오가 만연하고 그것이 청년 세대 안에 그런 정도의 어떤 갈등으로 심화되어 있는 줄 잘 몰랐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래서 저는 사실 이 사태가 초기에 발생 했을 때,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죠. 이건 새로운 현상인데, 새로운 현상에 새로운 해법도 준비되지 않았어요.

너무 늦게 당원들의 문제 제기에 제가 관심을 갖게 되고 해법을... 저는 이 문제 때문에 사실 한 몇 달 동안 저도 굉장히 많은 고통을 겪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혐오라는 건 하나의 증상이지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사회적 약자나, 장애인이나, 여성들에 대한 혐오들은 다 있었지만, 이런 정도의 혐오가 만연한 데는 불평등의 심화와 더불어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남녀를 가르고 서로를 갈라쳐서 갈등과 대결을 확산하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얘기를 했어야 됐죠. 우리가 그런 증오를, 그런 혐오를 배격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갈라놓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때 정말 우리 당원들의 문제 인식을 빨리 경청하고 '이 문제는 서로 적대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연대해서 그것을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걸 위해서 우리 정의당이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그런 방향 제시와 의지를, 또 해법을 함께 공유하는 방향으로 처음부터 단호하게 정리가 돼야 했다고 보죠.

그래서 '메갈 사태'가 제게는 굉장히 큰 아픔이었지만 교훈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당시 한 1천여 명 정도 나갔는데, 지금도 그분들에게 정말 미안하죠.

손미나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젠더와 결부시켜서 '여성 대통령이나 정치인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얘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런 주장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과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광주 학살하고 그럴 때 '이제 다시는 남성 대통령 뽑지 말자'는 이런 얘기 안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것이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다 그 점을 명확히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한테 격려도 많이 해요.

손미나 :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저는 존재로서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이 자리까지 오기 어려웠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세상의 모든 불평등과 싸우는 정치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미나 : 낙태수술 합법화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 가지고 계십니까?

심상정 : 낙태 수술이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

손미나 : 낙태수술 같은 건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한 말씀만 덧붙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심상정 : 지금 차별금지법, 동성애 법제화 이런 것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지역구를 해본 분들은 아마 느낄 거예요. 왜 19대 (국회)때 그 수많은 차별금지법이 다 철회되었는지. 일부 개신교계에서 매우 조직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제가 19대 때 차별금지법 민주당 최원석 의원이 발의한 거,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발의한 거 다 사인을 해줬어요. 그것으로 인해서 제가 고양시 교회협의회 목사님들한테 불려가서 한 두 시간 동안 청문회를 했었어요.

목사님들께서 동성애를 법제화하면 '목사들이 동성애를 이단으로 규정할 경우에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하셔서 제가) ‘그런 취지가 아닙니다, 이것은. 성소수자라 할지라도 성적지향이 다른 것을 이유로 해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두 시간 동안 논쟁했어요. 그리고 철회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느 날 보니까 대표 발의자인 최원석 의원이 철회를 해버렸더라고. 그런 과정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빨리 입법화되어야 한다. 전 그렇게 생각하고요. 물론 동성애 법제화도 찬성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어쨌든 사회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우리가 예전에 호주제 법 그거 고치느라고 몇 년이 걸렸습니까? 동성애를 도덕적인 문제로만 바라봐 왔던 과거의 시선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들을 가지고 국민들도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된다고 봐요.

그런 노력을 정치권이 해야죠. 그렇지 않고 당장 표가 이제 부담이 크죠. 그거 뭐 이해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저는 이 차별금지법 정도는 여야 할 것 없이 다 공감대가 있는 법안이라고 봐요.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조금 공격받으면 다 후퇴해버리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 수 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가 이런 얘기는 처음 해보는데, 18대 때 제가 낙선될 때 제가 진보신당 소속이었어요. 그때 종로에 우리 최현숙 성소수자 후보가 출마를 했습니다. 우리 지역구에서 목사님들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심상정은 다 믿는데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철회하면 우리가 조직적으로 지원하겠다'. 그때 제가 5000표 차로 졌거든요. 아마 그 때 타협을 했으면 낙선을 면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대통령 선거라고 하는 것은 당선자를 하나 결정하는 의미 이상을 갖는 선거죠. 민주주의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가 몰려들고 그것이 혼합되고 당선자는 한 사람이지만 그 당선자는 이미 각 후보들이 대변했던 여러 이해와 욕구의 혼합물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가 진보정당의 대표주자로서 지금 이런 절실한 진보적 의제에 대해서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지 않는다면 정당의 존재 의미는 없다, 그런 생각이에요.

손미나 : 동성 결혼 법제화도 찬성하신다는 말씀이시죠?

심상정 : 네. 기본적으로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럼 정치인이 뭘 해야 되느냐?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된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차별금지법은 국회의원들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 공감대가 있죠. 그런데 표를 의식해서 후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적극적으로 빨리 추진을 해야 되는 거고. 동성결혼 법제화 문제는 그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과정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북한/외교

손미나 :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심상정 : 이번에 말레이시아 김정남 암살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개입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3대 독재 세습의 DNA, 자신의 권력에 방해가 되는 모든 세력들을 정말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그런 냉혈한이다. 그리고 김정은이 집권해서 외국 정상들과 외교에 주력하기보다는 핵무기미사일 개발하는 데 집중해온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김정은이 핵공격을 불사한다는 둥 자신을 파멸로 이끌 그런 분별없는 미치광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최근에 ‘김정은은 무슨 짓이라도 다 할 거다’라면서 여러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는 반대합니다.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규정하면 대회의 여지는 없습니다. 오로지 제재, 적대만 있을 뿐인데, 그것은 김정은의 폭주를 절대 막을 수가 없다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있잖아요. '평화를 위해서는 악마하고도 대화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핵 동결하고, 긴장 완화하고, 결국은 평화 체제로 나갈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미나 :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많이 악화됐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재개라든가 금강산 관광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개성공단은 저는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되어야 한다고 보고요. 금강산도 북한의 사과와 안전 보장의 전제 위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 하는데요. 저는 단지 그것만 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대만이 2010년도에 체결한 것처럼 국가와 국가 간의 '경제 협력 동반자 협정' 같은 그런 경제 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병행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경제교류는 평화를 위한 자산을 쌓아가는 건데, 군사적으로 긴장이 조금 격화되거나 이러면 바로 그냥 경제(교류)가 다 결딴난단 말이죠. 그래서 국가와 국가 간의 조약 수준의 '경제협력 동반자 협정' 같은 것을 체결하자는 겁니다. 중국과 대만도 경제협력 조약을 체결한 이후에 여러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류와 협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됐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제도적인 수준으로 경제협력을 해나가자는 제안을 드려요.

손미나 : 새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아직 분명하지가 않다는 생각인데요.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변수가 많죠. 앞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심상정 : 비핵화가 궁극 목표죠. 비핵화의 목표를 전제로 해서 저는 당면하게는 핵동결, 북핵 동결,긴장 완화, 전쟁 방지에 모든 외교력을 집중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미국에서 '신 페리 프로세스'라고 발표가 됐지만, 어쨌든 전쟁으로 가는 길이 아니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 당사자 그리고 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안보이익을 조정하는 거 말고 방법이 있냐 이거죠. 방법이 있냐.

한반도 문제는 이미 국제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 당사자 간의 논의만 가지고 해결되지 않죠. 남북 당사자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서 주변 강대국들의 안보이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그런 평화체제를 모색해야 된다. 그런 과정에서 제재도 할 수 있고, 경제 협력도 할 수 있는 거죠. 압박이냐, 햇볕이냐의 이분법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미나 : 도널드 트럼프가 친노동자 정책·공약을 내세운 게 당선에 큰 역할을 했잖아요. 그러면 왜 하필 트럼프였을까요? 샌더스가 아니라.

심상정 : 샌더스하고 트럼프가 붙었으면 샌더스가 됐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힐러리가, 뭐 제가 미국에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관전하기로는 오히려 기득권세력의 상징처럼 이렇게 비춰진 측면이 있다. 월가하고 친하고, 영부인부터 시작해서 국무장관부터 시작해서 그 사회 최고의 상류 인사로서 그렇게 시민들에게 어떤 이 엄청난 불평등을 해소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요. 트럼프가 뭐 선거 때는 친노동정책을 많이 얘기했는데, 대통령 되고 나서 지금 대부분 각료들이 다 월가 출신들이에요. 그래서 '친 노동 대통령'은 절대 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손미나 : 만약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혹은 폐기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심상정 : 정말 어렵죠. 어려운 문제인데, 지금 한미 FTA 24조 25조는 당사자 국가에서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180일 이내로 종료하게 되어있어요. 트럼프가 재협상을 요구해올 거라고 봅니다. 그럼 거기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금융이나 금융서비스, 그리고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거예요. 그런데 이건 서로 주고받을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확실하게 목록을 작성해서 교섭 준비를 제대로 해야 된다고 보고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계속 고집하면 단호하게 비토할 수도 있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미나 : 마지막 질문인데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 어떤 게 있을까요?

심상정 :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정치를 하게 된 거죠. 정치 초반에는 저 자신과 제 정치적 선택이 엇갈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정치가로서 내가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생겼는데, 최근 들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가장 보람된 게 정치 아닌가, 이런 확신을 갖게 되었죠.

(가장 후회되는 일은) 제가 10년 수배 생활을 하면서 우리 어머님이 마비 증세까지 오셨거든요. 나이 먹으면서 우리 엄마한테, 너무 큰 심적 부담을 드렸다, 그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내 인생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나와 관련된 가족이든 친구든 후배든 동료든 이런 사람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줘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 많이 들어요.

제가 대학 들어가서 운동권 학생이 되고 노동 운동을 25년씩이나 했잖아요? 전국에 지명 수배된 걸로, 여성으로 정치 사범으로서는 최장기 수배자였어요. 그래서 평생 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시고 사셨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엄마랑 너무 모나게 싸운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어머니가 이제 나이도 많이 드시고 지금 아직은 건강하신데,그래도 허리가 계속 굽어지시는 걸 보면서 '엄마하고 너무 싸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손미나 : 심상정에게 정의당은 어떤 의미입니까?

심상정 : 집이죠. 집. 정말 겨우겨우 쌓아 올린 집. 수많은 사람의 상처와 땀이 배어 있는 집. 그래서 이 집을 가지고 이 집으로 반드시 집권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죠.

CREDITS

진행 : 손미나 편집인

비디오 에디터 : 이윤섭 윤인경

촬영·조명 : 이태안

사진 : 레스(less)

사진 어시스턴트 : 김선익 이우정

뉴스 에디터 : 허완 박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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