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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뿌리 깊은 좌파 척결에 불퇴전 각오로 싸워라" 지휘

ⓒ뉴스1

박근혜 정부의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작성·시행된 배경에는 군사정권 시절에나 존재했을 법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천박한 문화·예술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문화는 보수이념을 전 사회에 전파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갖고 문화계의 종북세력 확산 차단을 이 정부의 국정과제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공소장을 보면, 2013년 8월 초 비서실장에 임명된 김 전 실장은 같은달 21일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준우 정무수석과 모철민 교문수석 등 수석비서관들에게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씨제이(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이후 비서실장의 주업무가 무엇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문화계 좌파 인사 척결을 관리하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2013년 12월 중순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반국가적·반체제적 단체에 대한 영향력이 없는 대책이 문제다. 한편에는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제재하고 있다. 문화계 권력을 좌파가 잡고 있다. 교육계 원로들이 울분을 토하더라. 하나하나 잡아 나가자. 모두 함께 고민하고 분발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국정 전반의 기조가 실제 정부의 예산 지원 배제로 실행된 계기는 국정원의 보고서였다. 2013년 하반기 국정원은 ‘예술위의 정부 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점 지적’이란 제목의 정부 보고서 등을 박근혜 대통령과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을 풍자하거나 정부 비판 여론에 찬동하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부적절하다는 정부 원칙이 확립됐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이때부터 진보와 보수 성향을 불문하고 정부 비판 인사를 모두 ‘국론분열의 획책을 목표로 국정 흔들기를 시도하는 세력’으로 동일시하고, 이에 동조하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2014년 1월 수석비서관들에게 ‘반정부, 반국가 성향 단체에 정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라’고 한 뒤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월 수석비서관들과 모인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가 개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다. 지금 형국은 우파가 좌파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

좌파정권 10년에 엠비(MB)정권 5년까지 총 15년 동안 내려진 좌파의 뿌리가 깊다. 모두가 전투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투지를 갖고 좌파세력과 싸워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교육문화수석비서관뿐만 아니라 청와대 전체 수석비서관들에게 산하 부처별로 좌파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도록 재차 지시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신동철 전 국민소통비서관에게는 우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좌파들은 잘 먹고 잘사는 데 비해 우파들은 배고프다. 잘해봐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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