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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사건 4가지

미국의 1920년대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최고의 호황과 최악의 불황, 빨갱이 사냥과 엄격한 금주법 등 서로 이질적인 듯 보이는 여러 현상들이 뒤섞여 휘몰아쳤던 숨가쁜 시대이기 때문이다. '언터쳐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미국의 1920년대를 다룬 걸작 영화들이 많은 것도 1920년대가 그만큼 복합적인 시대였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이러한 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사건 4가지를 모아보았다. 아마도 대중 문화에선 이 사건들이 언제든 리바이벌될 것이다.

1. 금주법과 알 카포네

"...한편 미국 국민은 유토피아적 이상을 품고 있었다. 이 전쟁이 모든 전쟁을 종결 짓고, 승리가 새롭고 찬란한 세계질서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이란 나라 전체가 이 효과적인 금주의 무한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고 상상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쟁은 미국 국민들을 즉각적인 결과가 아니면 참을 수 없게 했다. 1917년과 1918년에는 관료적 형식주의, 반대논쟁, 안락, 편리함 등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기왕에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즉시 해야만 가치가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자 저항할 수 업게 되었다. 열렬하게 그리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조급하게, 이 나라는 술 없는 유토피아에 이르는 지름길을 선택했다." (책 '원더풀 아메리카', F.L..알렌 저)

1920년 1월 16일, 미국은 금주법을 시행한다. 1차 세계대전은 미국을 효율, 생산, 건강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사회로 만들었고, 술은 그것들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악의 축'이 되었다. 그 결과는 끔찍했다. 불법 밀주 유통을 갱단들이 장악해 큰 돈을 벌어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해 나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시카고에서 활동했던 알폰소 카포네(Alphonse Capone)다. 어찌나 강력한 힘을 가졌던지 1920년대의 시카고는 현대국가의 통제 아래 있는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갱단 간의 살인, 총격전이 빈번한 도시가 되어 갔다. 시카고 공무원, 경찰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매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결국 ‘살인 교사’가 아닌 '탈세' 혐의로 잡혀 11년 형을 선고 받는다. 규제를 통해 유토피아를 만들려던 발상이 더 큰 타락을 불러온 역설적인 상황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2. 원숭이 재판

"...근본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테네시 주의회는 "...인간이 하등동물의 후손이라고 가르치는 일은 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통과되자...라펠리아는 스콥스에게 순진한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치다 현행법으로 체포되어 볼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고...스콥스는 이 위법행위를 곧 실행에 옮긴 뒤 체포되었다." (책 '원더풀 아메리카', F.L..알렌 저)

미국의 1920년대는 종교와 과학이 격돌한 시기였다. 여전히 교회는 19세기까지 자신들이 가졌던 권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전쟁 이후 급격하게 이루어진 과학의 대중화는 이러한 교회와 근본주의자들에게 위기의식을 안겨주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1925년 테네시 주에서 있었던 '원숭이 재판'이다. 당시 테네시 주는 자신들 주에 위치한 모든 교육기관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 법이 통과되자마자 의도적으로 진화론을 교실에서 가르친 한 고등학교 생물학 교사를 체포한다. 그리고 이 교사의 석방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재판이 언론에 의해 일명 '원숭이 재판'으로 이름 붙여져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리 대결의 장이 된 이 재판에서 결론적으로 이 생물학 교사는 1백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 받으며 패배했지만, 진화론의 존재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했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다. 교회 입장에선 '전투에는 승리했으나 전쟁에선 패배'했던 셈이다.

3. 린드버그 대서양 횡단

"...왜 린드버그는 우상화되었을까?...설명은 간단하다. 값싼 영웅, 스캔들, 범죄에 식상하고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스스로 즐겼던 인간 본성의 낮은 기대치에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러 해 동안 미 국민은 영적으로 굶주려왔다...그런데 갑자기 린드버그가 그것을 주었다. 원탁의 기사를 부인했던 세대에게, 로맨스·기사도·자기희생이 '현대판 원탁의 기사'를 통해 구현되어 여기 나타난 것이었다...린드버그에 대한 대중의 환영이 대규모 종교 부흥회의 면모를 띠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책 '원더풀 아메리카', F.L..알렌 저)

린드버그의 등장은 언론이 퍼뜨리던 스캔들에 떠들썩하게 반응하면서도, 그것만으론 허기를 느끼던 당시 미국 대중의 심리를 잘 반영한 사건이다. 1927년 린드버그는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경비행기를 타고 최초의 무수면 단독 대서양 횡단을 성공한다.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당시 미국 대중들이 보였던 반응은 단순한 경탄 이상이었다. 린드버그 이전에 대서양 횡단 비행을 성공했던(다만 혼자는 아니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받지 못했던 특전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대중들은 당시 막 활성화되었던 타블로이드 언론들이 뿌리던 자극적인 소식, 선정적인 보도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고, 전쟁과 과학이 기존의 가치관을 무너뜨린 데에서 오는 공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린드버그는 이들에게 새로운 '영웅'의 이미지를 안겨주었다. 이후 대중들 앞에 되도록 나서지 않고 그 모험으로 어떤 이윤도 얻으려 하지 않았는데, 그럴수록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져갔다. 린드버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서양을 횡단해 영웅이 되려고 했지만, 누구도 그와 같을 수는 없었다.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주는 사건이다.

4. 사코-반제티 사건

"...증권시장의 상승세는 이제 최고조를 향하고 있었고, 노동운동은 약화되었으며, 번영은 급진주의에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지만, 두 사람의 순박한 이탈리아인에게 내린 재앙은 미첼 파머의 '빨갱이 사냥 시대'를 생각나게 하며 오랫동안 진정돼 있던 공포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힘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보수주의자인지 개혁주의자인지를 거의 잊어가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금 자신의 견해를 신랄하게 논하기 시작했고, 사코의 모자나 피해자를 사살한 총알에 관한 프록터(William Proctor) 대위의 증언을 둘러싸고 우정이 틀어지기도 했다."(책 '원더풀 아메리카', F.L..알렌 저)

사코-반제티 사건은 1920년대 미국을 뒤흔들었던 이념 사건이다. 사코와 반제티는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로, 급료 지불용 현금을 담은 두 개의 상자를 운반하던 회계주임과 경호원을 권총으로 사살한 혐의로 1920년 체포되었다. 그러나 증거로 제출되었던 총알은 사코의 콜트 총에서 나오지 않았음이 밝혀졌고, 이것 말고도 두 명을 범인으로 확정할만한 증거는 없었으나, 결국 7년에 걸친 재판 끝에 1927년 이 둘은 사형당한다. 그 둘이 '빨갱이 사냥'이 이뤄지던 당시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자신들이 '무정부주의자'임을 내세웠던 것이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재판 기간 내내 유럽과 중남미 각국에서까지 국제적인 사면 청원 운동을 불러일으키며 '사상의 다양성'을 위해 저항하던 사람들에게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한다고 알려진 미국도, 그 자유를 결코 거저 얻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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