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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와 닮은 과거 우리나라의 우화 3가지

‘이솝 우화’란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집을 일컫는다.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 세계의 이야기를 그리고, 교훈을 주는 것이 작품들의 공통점이다. 친숙한 동물들을 인물로 등장시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우화의 인물들은 사람이 아닌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다.

보통의 이야기보다 직설적이고 인상적인 ‘우화’는 과거 우리나라에도 존재했다. 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은 그들의 삶과 닮아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의 삶의 모습, 가치관 등을 살펴 보자.

1. 경직된 유교 사회의 비합리성을 이야기한 ‘장끼전’

“까투리 홀로 경황없이 물러서니 장끼란 놈 거동 보소. 콩 먹으러 들어갈 제 열두 장목 펼쳐 들고 구벅구벅 고개 조아 조츰조츰 들어가서 반달 같은 혀뿌리로 드립다 꽉 찍으니 두 고패 둥그레지며 머리 위에 치는 소리 … 까투리 하는 말이 “저런 광경 당할 줄 몰랐던가. 남자라고 여자의 말 잘 들어도 패가하고, 기집의 말 안 들어도 망신하네.”” (책 ‘장끼전’, 작자미상)

장끼전은 장끼와 까투리를 의인화하였다. 원래는 판소리로 전승되다가 소설로 정착했다고 한다. 겨울이 지나 생활이 곤궁해진 장끼와 까투리는 먹을 것을 찾아 나선다. 마침 아주 유혹적인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진 콩이 그들 앞에 나타나고, 장끼는 그것을 바로 먹고자 한다. 까투리는 그런 남편 장끼를 말리지만, 그는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그 말을 무시한다. 결과는? 장끼는 덫에 걸리고 결국 죽고 만다.

게다가 장끼가 죽자 까투리가 재가를 하는, 당시 사회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경국대전’에서 법률로 정하여 금지시킨 재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봉건적인 유교 사상과 대립되는 행동을 하는 까투리의 모습을 통해 조선 후기의 사회상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 가부장적 질서를 꼬집는 ‘서동지전’

“”기특하도다, 네 말이여. 다람쥐가 큰 부처님의 선함을 누르고자 하니 한갖 불로 하여금 달빛을 가리고자 함이라. 서대쥐의 선한 말을 좇아 다람쥐를 풀어 주니 돌아가 서대쥐의 착한 마음을 본받으라.” 하고 인하여 방송하니, 다람쥐가 백 번 절하며 사은하고 만 번 치사한 후 물러가니라. 백호산군과 녹판관, 저판관이며 모든 하리 등이 서대쥐의 인후함을 못내 칭송하더라.” (책 ‘서동지전’, 작자미상)

등장인물은 크게 네 명으로 볼 수 있다. 서대쥐, 다람쥐, 계집 다람쥐, 백호산군. 가난한 다람쥐는 서대쥐가 연 잔치에 찾아가 가난을 호소하고, 서대쥐가 그런 다람쥐에게 양식을 내어준다. 그 한 번의 만족하지 못하고 다람쥐는 다음 해에 다시 서대쥐를 찾아가 구걸하는데 두 번째 청에 대해서는 거절을 당한다. 그에 앙심을 품은 다람쥐가 거짓으로 꾸며 서대쥐를 상대로 소송장을 낸다. 결국 백호산군에게 판결을 받게 되는데, 그는 다람쥐가 허위로 신고한 사실을 알고, 다람쥐에게 죄를 묻는다.

여기까지 보면 단순히 권선징악의 구조를 따르는 것 같지만, 장끼전과 마찬가지로 경직된 유교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이 곳곳에 드러난다. 다람쥐는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몰락한 양반 계층의 모습을 보이고 계집 다람쥐는 그런 권위 의식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교훈과 이면에 은밀하게 숨겨진 주제의식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3.무능한 정치권을 풍자한 ‘토끼전’

“토끼 이 말을 들으며 청천벽력이 머리를 깨치는 듯 정신이 아득하여 생각하되, ‘내 부질없이 부귀영화를 탐내어 고향을 버리고 오매 어찌 의외의 변이 없을소냐. 이제 날개가 있어도 능히 위로 날지 못할 것이요, 또 축지하는 술법이 있을지라도 능히 이때를 벗어나지 못하리니 어찌하리오.’ 또 한 편으로 생각하되, ‘옛말에 이르기를, 죽을 데에 빠진 후에 산다 하였으니 어찌 죽기만 생각하고 살아날 방책을 헤아리지 않으리오.’”(책 ‘토끼전’, 작자미상)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동화로 접한 토끼전이다. 판소리로 시작되어 소설로 정착된 만큼 여러 이본(異本)이 있지만 전체 줄거리 구조는 비슷하다. 용왕이 온갖 약을 써도 낫지 않는 병에 걸리고, 토끼의 간이 약이 될 수 있다는 도사의 말을 듣고 자라를 육지로 보내 토끼를 잡아오게 한다. 자라는 감언이설로 토끼를 속여 용궁에 데려오지만 토끼가 꾀를 부려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역시 위에서 소개한 두 편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당시의 사회를 비판한다. 용왕과 대신들의 모습은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위정자를 서민을 대표한다 할 수 있는 토끼가 조롱하는 이야기의 구조를 통해 사회적인 어려움을 해학적 웃음으로 풀어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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