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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만이 인간을 춤추게 한다

문제는 아무도 헌법을 우리의 기본가치와 상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의 근대화와 산업화는, 경제발전은 기득권을 차지하고 보호하는 게 모두의 지상 과제이고 모두의 삶의 목표였다. 그러는 동안 헌법은 무시되었고 상식도 사라졌다. 이제 역사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이제 다시 인간과 개인의 상식에 기초하여 헌법도 개정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도 선출해야 한다.

ⓒGettyimage/이매진스

글 | 김정로 박사(국가혁신을 위한 동반성장포럼 연구위원)

"국가혁신을 위한 동반성장포럼"(이하 동반성장포럼)의 첫 칼럼 기고를 맡게 되어 동반성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동반성장은 삶의 철학이다. 동반성장사회는 '함께 잘 사는 사회'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 '꿈과 도전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이다. 이처럼 동반성장은 삶의 철학이자 또한 공동체사회의 작동원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반성장은 자연스럽게 생산적 복지와 연결된다. 결과의 재분배 이전에 기회의 재분배를 고민하는 전략이다."

"동반성장은 '개인의 자유'만을 고려하는 신자유주의와 달리 공동체 사회구성원 개개인을 원자화된 개인으로 보지 않고 본질적으로 서로 상호작용의 관계를 가진 구성원으로 보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동반자'관계로 설정한다. 동반자 관계란 서로가 서로에게 대등한 관계로 함께 살아가는 관계이다. 그래서 개인이 구현할 수 있는 행복과 자유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과 자유, 그리고 공동체 사회에 구현된 행복과 자유에 의해 영향 받는다. 즉 동반성장은 이타적 이기주의를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를 분리하지 않고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 그리고 공동체 사회의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 그것이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제도, 법, 정책이 만들어지고 구현될 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가 서로 행복을 증진시키는 동반성장 사회로 갈 것이다."

사실 별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두의 상식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사회에서는 이러한 상식과 기본가치가 별로 존중되지 않고, 실제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며, 이것은 기득권 추구와 양극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활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 세대 만에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어느 때부터 그 결실이 일부 기득권층에게만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우리사회가 정착되었다. 결과로 많은 국민들은 우리 역사와 기존 사회현실에 대해 회의하고 좌절하기 시작했다. 아니 분노하기 시작했다. 곪으면 터져야 하고 분노는 표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촛불과 탄핵사태에서도 보듯이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고, 때문에 국민들은 더욱 분노한 것이다.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는 더 크게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반성장문제의 제기와 설명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했기에,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했기에 더 큰 공감을 가져다준다.

우리 사회의 상식의 집결체는 법이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이고 부패한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럼 여기서 헌법의 몇 문장을 읽어보자.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34조: 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23조: ②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③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

뭐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게다가 이 헌법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7년에 제정된 것이다. 그것도 군부독재와 타협해서 제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상식은 포괄되었고 "개인"을 지칭할 만큼 나름 훌륭한 구절로 가득 차 있다. 문제는 아무도 헌법을 우리의 기본가치와 상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의 근대화와 산업화는, 경제발전은 기득권을 차지하고 보호하는 게 모두의 지상 과제이고 모두의 삶의 목표였다. 그러는 동안 헌법은 무시되었고 상식도 사라졌다. 이제 역사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이제 다시 인간과 개인의 상식에 기초하여 헌법도 개정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도 선출해야 한다.

이런 역사의 국면에서 동반성장 담론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반성장포럼은 이미 구체적으로 동반성장 3정책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확대, 대기업-중소기업 간 초과이익 공유제와 성과 공유제, 정부발주 사업을 중소기업에게 직접 발주하도록 하는 제도화 등을 주장하였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제 동반성장포럼은 여러 분야의 정책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기본소득보장" "생활보장국가" "국민휴식제" "가계부채대책" "내수활성화 전략" 등의 제안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토론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상식이 우리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말이 좋아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지혜가 모여야 더 현실적이고 더 커다란 담론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고, 우리의 삶의 상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이 무너지고 기득권에 기댄 양극화사회는 국론을 분열시킨다. 분열된 사회에서는 그 어떤 사회정책, 경제정책도 먹혀들지 않는다. 이미 사회의 주체들인 개인들의 생각과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없기에, 정책추진의 동력을 가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상식에 바탕을 둔 공동체의식의 회복이 우리사회가 가장 먼저 추구해야할 목표이다. 기득권과 양극화, 국론분열은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상식만이 헌법을 새롭게 만들게 할 수 있다. 상식만이 인간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상식만이 젊은이들을 활기차게 일할 수 있게 하고, 노인네들을 웃게 할 수 있다. 상식만이 즐겁게 결혼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하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한다. 한 사람의 상식이 사회 전체를 짊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상식이 역사를 발전시킬 수 있다.

김정로

고려대졸, 베를린 훔볼트대학과 성균관대 박사과정,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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