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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표 지성' 지그문트 바우만 세상을 떠나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영면했다. 향년 91세.

9일(현지시각) AP·AFP통신은 폴란드 언론을 인용해 바우만이 영국 리즈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바우만은 근대성, 홀로코스트, 소비주의, 세계화 등의 주제에 관한 폭넓은 탐구와 식견으로 유명하다.

50여 권의 저서를 펴낸 그는 자신의 사상을 통해 세계화 파고 속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는 특히 인간은 윤리적인 결정을 통해 위엄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사상은 그의 성장배경과 관련이 있다.

폴란드 서부 포즈난의 궁핍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바우만은 2차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소련으로 건너가 1945~1953년 소련군이 지휘하는 폴란군 의용대에 가담했다.

그는 공산주의자가 된 이유로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환경과 비유대인 친구들에게 맞은 경험, 정직한 아버지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겪어야 했던 모욕"을 언급한 바 있다.

폴란드로 돌아온 그는 1954년부터 바르샤바대학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쳤지만, 폴란드 공산정권의 반유대주의 운동에 밀려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971년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리즈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1990년 은퇴했다.

근대성에 천착한 그는 방대한 연구성과로 유럽 아말피상(1992년)과 아도르노상(1998년), 아스투리아스상(2010년) 등 저명한 상을 휩쓸며 '유럽 사상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저서 중에서도 1989년 발표한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는 대표 저서로 꼽힌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일시적 광기로 치부한 당대 다른 학자들과 달리 이를 근대성의 산물로 여겼다.

산업화와 합리적 관료제 등 근대 질서의 작동 원리를 나치가 인간을 파괴하는 데 활용하면서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관심 영역을 확장하며 1990년대 탈근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바우만은 2000년대 들어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창시하고, 현대사회의 유동성과 인간의 조건을 분석한 '유동하는 근대' 연작을 잇달아 발표했다.

바우만의 핵심 사상인 '유동하는 근대'란 기존 근대사회의 견고한 작동 원리였던 구조, 제도, 풍속, 도덕이 해체되면서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국면을 가리킨다.

그는 지난해까지도 유럽 난민 문제를 다룬 '문 앞의 이방인들'(Strangers at Our Door)을 펴내며 집필활동을 계속했다.

바우만은 62년간 함께한 부인이 2009년 세상을 떠나자 폴란드 초대 대통령의 딸인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와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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