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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묘미를 담은 맛깔 난 하이쿠 5편

하이쿠는 일본 고유의 단시다.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진 특징이 있다. 하이쿠 작가 중 대표적 인물은 마쓰오 바쇼다.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무사의 자리를 이어받지 않고, 에도의 하이쿠 문단에 합류한다. 뛰어난 실력을 널리 떨쳐 많은 제자들을 두게 되었으나, 그에 만족하지 않고 41세부터 일본 각지를 떠돌며 주옥과 같은 하이쿠를 짓는다. 마쓰오 바쇼가 남겼다는 17가지의 ‘방랑규칙’ 중 ‘시를 제외하고는 온갖 잡다한 것에 대한 대화를 삼가라.’는 하이쿠의 대표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하이쿠에 몰입하고 자기의 인생을 건 작가였다. 그가 남긴 1100편의 하이쿠 중 몇 편이 여기 있다.

1. 남의 단점과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마라.

“말을 하면/입술이 시리다/가을바람”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말라.”라고 하이쿠 앞에 적혀 있기 때문에 도덕적 명언으로 해석되어 왔다. 남의 험담을 한 뒤에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 때문에 한기가 엄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글은 이 하이쿠가 실린 ‘파초암 소문고’에 추가된 것으로, 책은 바쇼 사후에 간행되었다. 따라서 책을 편집한 문하생 후미쿠니의 사견이 가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책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 류시화 옮김)

2. 거울 뒤에는 이미 봄이 와 있다.

“사람들 보지 않아도/봄이다/손거울 뒤 매화”

“사람이 보지 않은 손거울 뒷면에서 조용히 봄을 맞이하는 매화가 있다. 거울은 앞면만 보고 뒷면을 잘 보지 않지만, 예부터 손거울 등의 뒷면에는 꽃이나 새, 학, 거북이 등의 그림을 그렸다. 지금 그 거울 뒷면에 매화가 만개해 있다. 세계의 뒤편에 고요히 숨어 있는 것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자신의 인생을 거울의 뒷면에 배치한 심경이 드러난다. …. 49세의 음력 1월 1일에 지은 하이쿠이다.”(책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 류시화 옮김)

3. 열정이 있으면 언젠가는 성취한다.

“초록이지만/당연히 그렇게 될/풋고추”

“고추는 여름 내내 초록색이지만 가을이면 자연히 붉은색이 된다. 49세의 가을, 오쓰 지방의 문하생 샤도가 파초암을 찾아왔다. …. 눈에 띄게 두각을 나타낸 문하생 샤도가 에도에 온 것은 자신의 하이쿠 실력이 늘지 않는 고민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아직 풋고추였던 것이다. 젊은 시인 샤도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스승 바쇼는 그런 열정을 기뻐하며 이 하이쿠로 격려했다. ….고춧가루가 매운 것은 풋고추일 때의 매운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책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 류시화 옮김)

4. 처음 만난 이에게 반가움을 표현하다.

“첫 겨울비/내가 처음 쓰는 글자는/첫 겨울비”

“’첫 겨울비 내리네/첫이라는 글자를/나의 겨울비에’로 번역할 수도 있다. …. 문하생 잇포는 바쇼 7주기 추모 문집에서 “이 하이쿠는 바쇼를 집으로 초대한 어떤 이에게 준 인사의 시다. 바쇼는 그 사람을 처음 만났고, 그래서 ‘처음初’이라는 글자를 강조한 것이다.”라고 적었다. 잇포가 이 만남에 동행했다.”(책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 류시화 옮김)

5. 사랑이 없으면 꽃을 감상하는 것도 어렵다.

“아이 싫다고/말하는 이에게는/꽃도 없어라”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에게는 꽃도 없다’는 뜻도 된다. 바쇼가 어떤 배경과 의미에서 이 하이쿠를 지었는가는 불분명하지만, 아이들을 싫어하거나 많은 아이들을 키우느라 지친 사람은 꽃을 즐길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 의미인 듯하다. 사랑이 없으면 꽃을 감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책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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