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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이 골든 글로브 수상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했다

  • 강병진
  • 입력 2017.01.09 11:47
  • 수정 2017.01.09 13:55

메릴 스트립은 골든 글로브에서 세실 B. 드밀상을 받고 강렬한 연설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반 이민자를 대하는 입장선거 운동 중 장애가 있는 기자를 조롱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언론인보호위원회를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트럼프라면 절대 말리고 싶을 일이다. 메릴 여왕님의 우아함은 꿈도 꾸지 못할 정치인 트럼프에게 거대한 엿을 날린 셈이다.

스트립은 쉰 목소리로 헐리우드 밖에서 태어난 배우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헐리우드에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우리를 다 쫓아낸다면, 미식 축구와 종합 격투기 말고는 볼 게 없을 것이다. 그건 예술이 아니다.” 스트립은 이어서 사회적으로 퇴행적인 트럼프의 수사를 비난했다.

오늘밤 #GoldenGlobes 는 헐리우드의 전설 메릴 스트립에게 명망 높은 세실 B. 드밀상을 수여한다.

매년 평생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시상하는 세실 B. 드밀상을 받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커리어 이야기를 해왔다. 스트립의 연설은 예외적이었다. 스트립은 사망한 자신의 친구 캐리 피셔가 했던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너의 아픈 마음을 예술로 만들어라.”

메릴 스트립과 요리법을 공유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소개한 비올라 데이비스는 이 날 일찌감치 정치적 이야기를 했다. ‘펜스’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이비스는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비교적 우아하게 발언했다.

“힘들겠지만, 나는 트럼프를 빼놓고 이야기하려 한다. 트럼프보다 더 큰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유지하는 건 우리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미국 그 자체가 긍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실패했다. 우리의 신념체계의 연장이 아닌 사람이 취임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우리에 대해 무얼 말해주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본다.”

아래는 메릴 스트립의 연설 전문이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앉아 달라. 고맙다. 모두 사랑한다. 양해해 달라. 이번 주말에 소리지르고 통탄하느라 목이 쉬었다. 올해 초에 정신도 잃었다. 그래서 써온 걸 읽어야겠다.

헐리우드 외신 기자협회에게 감사한다. 휴 로리가 했던 말을 이은 것이다. 여러분과 이 곳에 있는 우리 모두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비난 받는 집단에 속한다. 생각해 보라. 헐리우드, 외국인들, 매체. 하지만 우리는 누구인가? 헐리우드란 게 뭔가?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의 집합일 뿐이다.

나는 뉴저지에서 태어나 공립학교를 다니며 성장한 인간이다. 비올라 [데이비스]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소작인의 오두막에서 태어나 롱 아일랜드의 센트럴 폴스에서 자랐다. 사라 폴슨은 브루클린의 싱글 맘 밑에서 자랐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오하이오의 일고여덟 남매 중 하나였다. 에이미 애덤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나탈리 포트먼은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그들의 출생 증명서는 어디 있는가? 아름다운 루스 네가는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자란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루스 네가는 버지니아 주의 작은 동네의 소녀를 연기해 오늘 후보에 올랐다. 라이언 고슬링은 가장 좋은 사람들이 그렇듯 캐나다 출신이다. 또한 케냐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란 데브 파텔은 태스매니아에서 자란 인도 인을 연기해 오늘 이 자리에 왔다.

헐리우드에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우리를 다 쫓아낸다면, 미식 축구와 종합 격투기 말고는 볼 게 없을 것이다. 그건 예술이 아니다. 나의 발언 시간은 3초다. 배우의 유일한 일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올해에는 바로 그런 일을 해낸 강렬한 연기들이 정말 많았다. 숨이 멎을 듯한 열정적인 연기였다.

올해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연기가 하나 있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좋아서가 아니었다. 좋은 점이라곤 없었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추구한 바를 이뤄냈다. 표적으로 삼은 청중들이 웃으며 이를 보이게 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자리에 앉겠다고 주장한 사람이 장애가 있는 기자를 흉내냈던 순간이었다. 그는 그 기자에 비해 특권, 권력, 맞서 싸울 능력이 모두 더 컸다. 그걸 봤을 때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걸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 강력한 사람이 굴욕감을 주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그건 모든 사람의 삶에 스며든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허가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무례는 무례를 부른다. 폭력은 폭력을 조장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면 우리 모두가 패배한다.

그래서 매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에겐 권력자에게 책임을 물을 원칙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격분이 일어날 때마다 권력자를 끌어낼 매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의 건국자들이 매체를 신성시하고 헌법에 언론의 자유를 넣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유하기로 유명한 헐리우드 외신 기자협회와 우리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들에게 언론인보호위원회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겐 그들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진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필요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어느 날 촬영장에서 나는 뭔가 불평하고 있었다. 저녁을 거르고 일을 해야 했나, 촬영이 길어졌나, 그런 일이었다. 토미 리 존스는 내게 메릴, 배우라는 것만으로 엄청난 특권이 아니냐, 고 말했다.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공감의 연기에 따르는 특권과 책임을 서로 일깨워 주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 밤 여기서 헐리우드가 기리고 있는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세상을 떠난 내 소중한 친구 레아 공주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의 아픈 마음을 예술로 만들어라. 고맙다.

 

허핑턴포스트US의 'Meryl Streep Goes After Donald Trump In Powerful Golden Globe Speech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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