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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에 버금가는 문학 속 브로맨스 3개

2017년이 되었다. 또 한 살 먹어 갑갑해진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절망하진 말자. 2017년 기준 꽉 찬 940세가 되신 분이 화면 속에서 저리 아름답게 돌아다니고 계시니 말이다. 드라마 '도깨비' 얘기다.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가 지난 12월 30일 최고 시청률 15.4%를 기록했다. '응답하라 1988'에 이어 tvN 역대 시청률 2위다. 인기의 이유로는 김은숙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 신비한 소재 선택 등이 뽑힌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는 역시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저승사자 왕여(이동욱 분)가 티격태격하며 보여주는 훈훈한 브로맨스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투샷이란 게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둘처럼, 문학에도 짙은 브로맨스를 뽐내는 두 남자를 등장시켜 주제와 매력을 동시에 전달하는 작품들이 존재한다. '도깨비'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면, 이제 고전 속에 있는 '오래된 미래' 속으로 들어가보자.

1. 그리스인 조르바

"[조르바! 이리 와보세요! 춤 좀 가르쳐 주세요!]

조르바가 펄쩍 뛰어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춤이라고요, 두목? 정말 춤이라고 했소? 야호! 이리 오쇼!]

[조르바, 갑시다. 내 인생은 바뀌었어요. 자, 놉시다!]

...[두목, 내 발 봐요. 잘 봐요!]

...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다...나는 차츰 대담해졌다. 내 가슴은 새처럼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우리는 웃으면서 한동안 장난으로 씨름을 했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져 자갈밭 위에 네 활개를 뻗었고 이윽고 서로의 팔을 베고 곯아떨어졌다."(책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브로맨스 커플이 나온다. 소설의 화자인 젊은 남자 '나'와 60대 남자 '조르바'다. 책에 파묻혀 사는 이상적이고 금욕적인 '나'와, 온몸을 던져 욕망을 채우며 책보단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즐기는 감각적인 '조르바'가 크레타 섬에 함께 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유'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거친 '짐승남'과 곱상한 '서생' 커플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서생'이 조르바로 인해 차츰차츰 변해가다 마침내 그와 함께 춤을 추는 대목은 성격과 나이를 뛰어넘어 나누는 '브로맨스'의 원형을 보여준다.

2. 데미안

"꼬마 싱클레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떠나갈 거야. 아마 너는 언제고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게 될 거야. 크로머든 다른 일로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나는 이제 더 이상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않아. 그럴 때 넌 너 자신 속으로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알겠지? 그리고 더 있어! 에바 부인이 말했어. 네게 힘든 일이 생기면, 그녀가 가나에게 함께 주어 보낸 키스를 너한테 해 주라고...눈을 감아, 싱클레어!" (책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

'막스 데미안'과 '싱클레어' 커플은 브로맨스에도 운명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신과 같은 '카인의 표적'을 가지고 있다며 먼저 다가온 데미안과, 그런 데미안을 그리워하고 선망하며 자신을 '데미안'과 같이 만들어가는 싱클레어의 이야기에서 운명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보단 좀 더 섬세하고 엄숙한, 마치 스승과 제자 같은 브로맨스 커플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는 심지어 명상과 강렬한 염원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데 성공하는 싱클레어의 모습까지 등장한다. 가히 '우정', '운명', '성공적'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3. 셜록 홈즈 시리즈

""찾았어! 내가 찾았다고!"

그는 내 곁에 선 스탬포드를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시험관 하나를 손에 들고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오직 헤모글로빈과 반응해야만 침전하는 시약을 발견했단 말이야!

금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얼굴에 즐거움이 넘쳐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왓슨 선생님, 셜록 홈즈 씨를 소개합니다.""(책 '주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저)

'브로맨스'를 이야기하며 이 소설을 빼놓을 수는 없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홈즈와 왓슨 커플이다. 말도 안 되게 뛰어나지만 말도 못하게 자기 세계가 확실한 셜록 홈즈와, 그런 홈즈를 도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며 기록을 정리해 그의 공적을 세상에 알리는 존 왓슨 사이의 찰떡 궁합은 이젠 파트너십의 롤 모델이 되었다. 애틋함을 보여주는 가장 강렬한 장면은 '빈사의 탐정'에서 홈즈가 치명적인 전염병에 걸린 걸로 알고 있으면서도 진료를 위해 기꺼이 다가가려고 하는 왓슨의 모습을 설명한 대목이다. ''예쁜 우정 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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