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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새앙토끼가 멸종 위기를 맞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 김태우
  • 입력 2016.10.29 14:55
  • 수정 2016.10.29 14:57

피카츄의 모델인 새앙토끼(American Pika, 아메리카 우는 토끼)가 기후 변화 때문에 미국 서부 산악 지대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어류 및 야생 동물국은 지난달에 새앙토끼를 위기종 보호 동물로 지정하기를 거부했다. 이는 과학보다는 정치적 이유라 한다.

어류 및 야생 동물국은 2010년에도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당시 발표로는 “서식지 대부분의 기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종 전체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며,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멸종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라고 했다.

콜로라도 대학교의 생태학자 크리스 레이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새앙토끼가 "앞으로 100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새앙토끼 보호를 청원한 뉴욕의 고등학생 티모시 엥은 새앙토끼가 불과 10년 전에 비해서 훨씬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새앙토끼가 사는 산의 바위 사면은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건조해지고 있으며, 덮인 눈도 줄어들고 있다. 두꺼운 단열 털가죽을 가진 새앙토끼는 고온에 취약하다.

10년에 걸친 연구들에 의하면 새앙토끼 개체 수는 기후 변화 때문에 현저히 줄어들었다. 2003년 연구에 따르면 새앙토끼들이 살던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부터 유타의 어새치 산맥에 이르는 그레이트 베이슨의 새앙토끼 개체 수는 20세기에 비해 4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 기후 변화 때문이다.

2010년 논문에 의하면 새앙토끼들은 몸을 식힐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없으면 25도 정도의 온도에도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새앙토끼들은 산 정상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 달리 갈 곳이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월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연설에서 새앙토끼를 언급했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목초지가 말라간다. 새들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새앙토끼와 같은 고산 포유류들은 고온을 피해 점점 더 높은 곳으로 밀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레이트 베이신의 멸종은 45%에 이르렀다. 자이온 국립공원에서는 아예 사라졌고, 시더 브레이크스 국립 천연기념물의 서식지의 75%에서 멸종되었다.

오리건의 컬럼비아 강 협곡과 와이오밍의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등에서는 새앙토끼 개체 수가 늘고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새앙토끼는 기온 상승의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새앙토끼를 기후 변화의 위기에 따른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할 경우의 법적 영향 때문에 위기종 보호법에 넣지 않은 것이란 주장도 있다.

어느 종이 위기종 보호법에 포함되면, 정부는 그 종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생긴다. 해당 종이 처한 위험이 콘도 건설이나 특정 살충제 사용이라면 의무 이행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의한 위기의 경우, 전 세계 에너지와 산업이 문제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 온난화 가스 배출에 대한 엄청난 규제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어류 및 야생동물국이 기후 변화 위협 하나만으로 멸종 위기종으로 등록한 종은 없다. 환경 단체들은 부시 정권 때 북극 해빙이 사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청원했으나, 어류 및 야생동물국은 북극곰을 2008년에 법적 의무가 덜한 위협 종으로 분류했다.2010년에 오바마 정권은 ‘위기종 보호법은 미국의 탄소 배출을 조절하는 적절한 기제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북극곰 분류를 그대로 유지했다.

알래스카 석유 가스 협회, 미국 석유검정 협회, 알래스카 주, 알래스카 원주민들이 항의했으나, 연방 항소 법원은 알래스카의 턱수염바다물범을 위기종 보호법에 포함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했다. 이들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해 해빙이 녹아 멸종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이 판결은 기후 변화의 위협을 받는 다른 종들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법원이 기후 변화의 위협을 받는 종들의 등록을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 어류 및 야생동물국은 미국 울버린을 알래스카, 하와이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기후 변화에 의한 위기종 보호법 대상 종에 넣겠다는 제안을 철회했다. 울버린이 굴을 파고 먹이를 찾으려면 눈이 필요하다. 울버린 서식지 상당 부분이 녹고 있다.

올해 연방 판사가 울버린에 대한 결정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법원은 제안 철회가 "강한 정치적 압력"의 영향일 수 있다고 했다.

위기종 보호법에 새로운 종을 등록시키는 절차는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새앙토끼의 경우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서 관련 자료들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 Adorable American Pika Is Fast Disappearing, And We’re Doing Nothing To Stop I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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