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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스의 중심에 있는 '말(馬)'은 과거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뉴스에 말이 계속 나온다. 말(言)이 아니라 말(馬)이다. 말이 이렇게 주목 받은 적이 있었을까? 말의 해가 되는 신년에 잠깐 주목 받는 것이 전부였다. 한겨레 신문의 독일 취재도 승마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예거호프 승마장, 호프구트 승마장 등이 등장한다.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한 학생 한 명 때문에 대학 총장이 물러나기까지 했다. 사실 말의 잘못은 아니다. 말을 타는 사람들의 욕심과 부정 때문이다. 말은 우리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뉴스의 한복판에 섰지만, 이전에는 진짜 역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1. 기마군단으로 페르시아 왕조가 탄생했다.

기마병의 기동력을 바탕으로 페르시아인들은 거대한 곡창 지대를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었다. 우수한 기마병들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유목민보다는 농경민들이 훨씬 문명도 발달했고 부유하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는 다리우스 1세에 이르러 대제국을 건설한다.

“…. 80퍼센트가 사막에 가까운 황무지인 이란 고원의 남서부 페르시스 지방에서 강력한 기마군단과 전차부대를 가진 페르시아(이란)인이 세력을 키워 주변 지역을 정복하고 200년간이나 지속된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를 수립했다. 5~20세까지 철저하게 승마, 궁술을 훈련한 페르시아 경장기병은 말을 타고 제국 형성의 중요한 역군이 되었고 다리우스 1세는 선왕의 뒤를 이어 3대 문명의 공간(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을 ‘왕들의 왕’으로서 지배했다. 변경의 유목민이 중앙부 농업 지대를 정복한 것이다.”(책 ‘공간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쓰 저)

2.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은 스키타이산 말 덕분이었다.

마케도니아에서 출발해 인도에 이르기까지 (당시 기준의) 전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다. 불과 10여 년간 엄청난 규모의 영토를 정복했다. 이 역시 기마부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좋은 말을 생산하는 산지였던 스키타이 거주지가 마케도니아에 가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스 북부의 마케도니아는 기마유목민인 스키타이의 거주지에 가까워 스키타이산 말 수입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기마군단을 창설할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역시 말에 관심이 많고 기마술도 뛰어났다. 부왕이 암살당한 뒤 약관 20세의 나이에 즉위한 알렉산드로스는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인이 뒤섞인 군대를 이끌고 기원 전 334년 동방 원정을 떠났다. 그는 기원전 330년에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그리스, 이집트에서 인도 서북부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했다.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대공간의 재편을 시행한 것이다.” (책 ‘공간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쓰 저)

3. 중국 땅도 유목민과 농경민의 각축장이었다.

흔히 중국을 한족의 땅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거란족, 여진족(만주족), 몽골족 등 유목민들이 끊임없이 중국을 지배했다. 이들은 강력한 기마부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대개는 여러 부족으로 흩어져 있어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리더가 나와 이들을 하나로 모았을 경우 그 힘은 무시무시했다. 기동력 때문에 농경민족은 유목민족을 당해낼 수 없었다.

“삼국 시대는 하극상에 의해 위를 멸망시킨 사마염이 건국한 진이 280년 중국을 통일함으로써 종말을 고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무제 사마염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혜제가 바보라는 것을 이용해 권력독점을 꾀하려는 외척에 대항해 8명의 왕족이 잇달아 병사를 일으키는 ‘팔왕의 난’이라는 왕족 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때 병력으로 이용된 것이 승마 실력이 절묘한 기마 유목민 용병 호기였다. 전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흉노의 왕 유총은 대대로 한 제국과 인척관계에 있었음을 구실로 뤄양을 점령해 서진을 쓰러뜨렸고(영가의 난) 유목민에 의한 부족정권을 수립했다. 이후 ‘5호’라 불리는 유목민이 잇달아 황허 유역에 많은 나라를 세우는 5호 16국 시대가 100년 넘게 이어지며, 중화 제국의 심장부는 말을 타는 유목민과 농경민이 뒤섞인 공간으로 변했다. 이로써 벼농사 지대인 창장 강 이남을 향해 한인의 이주가 대규모로 추진되었다. 말과 말을 타고 다니는 유목민이 중화세계를 재편하고 습윤 지대를 포함한 한층 더 큰 세계로 변화시킨 것이다.”(책 ‘공간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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