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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게이 삼촌 이야기

나는 폴 삼촌을 만난 적이 없다. 내 외할머니가 대공황 시절에 낳은 폴 삼촌은 1959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끔찍한 차 사고로 24세에 세상을 떴다. 나는 폴 삼촌을 내 어머니의 기억을 통해 알 뿐이다.

폴 삼촌이 죽었을 때 어머니는 13세였다. 그 끔찍했던 12월에 대한 어머니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외할아버지는 상처 받은 짐승처럼 무섭게 흐느꼈다. 외할머니는 아침에 아들이 일어났던 침대에 누워, 비탈리스 헤어 컨디셔너 자국이 남은 베개에 머리를 얹었다. 그리고 폴 삼촌의 관을 넣고 흙으로 덮기도 전에 무덤에 비가 쏟아졌다.

1957년의 폴 삼촌과 나의 엄마(왼쪽에서 두 번째)

당시 폴 삼촌은 누나 중 한 명과 살고 있었다. 폴 삼촌을 매장하고 난 뒤 몇 주 뒤, 20대 초반의 남성이 내 이모의 집 문을 두드렸다. 그는 내 삼촌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부자연스럽고 머뭇거리며 대화하다 그는 자기가 하러 온 말을 불쑥 내뱉었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는 폴과 내가 서로 사랑했다는 걸 당신이 알았으면 해요. 우리는 정말 서로를 사랑했어요.”

그 시절에는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의 가능성조차 감히 언급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1960년의 동성애는 정신과에서 질병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종교에서 죄라고 하고, 경찰에서 범죄라고 하는 대상이었다. 이모는 자신의 남동생이 자신이 모르는 삶을 살았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내 삼촌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이모는 이 대화를 30년 이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950년 4월, 뉴욕타임즈

내가 폴 삼촌이 돌아가셨을 때와 비슷한 나이였던 1992년 5월에 어느 날 저녁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8살 때부터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엄마, 나 게이에요.” 어머니는 놀람이나 불편함 없이 그 소식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우연히도 그 다음 날 아침에 엄마와 이모들은 폴 삼촌의 비밀을 지키고 있던 이모의 집에서 매년 열리는 자매의 날 마당 세일 때문에 모였다. 평생 내 이모들은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받으며, 걱정거리, 슬픈 일, 가족들의 소식을 서로 털어놓고 지냈다. 그래서 엄마가 아들에 대해 불과 몇 시간 전 알게 된 사실을 이야기한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늘 힘이 되어주는 언니들에게 엄마는 걱정을 털어놓았다. 울기도 했다. 내 이모는 마침내 폴 삼촌이 죽고 나서 손님이 찾아왔던 옛 비밀을 털어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 날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몇 년 뒤 나는 그 손님을 찾아냈다. 그는 70대였고 앓고 있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조카와 살고 있었다. 그는 내 이모의 이야기가 맞다고 했다. 그와 폴 삼촌은 ‘연인’(그가 쓴 표현)이었다. 폴 삼촌은 좋은 사람이었고 남성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그는 내 삼촌의 기억을 소중히 여겼다. “그는 잊을 수가 없다.”

폴 삼촌이 지금 살아있다면 81세일 것이다. 나는 LGBT 인권 운동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한참 전의 위험했던 시절을 삼촌이라면 어떻게 살아냈을까 자주 생각한다. 여성과 결혼해서 그 당시의 요구에 순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주리 주 시골의 삶을 뒤로 하고 시카고나 뉴욕,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불운하게도 삼촌은 그런 선택을 할 만큼 오래 살지 못했다.

고 폴 모넷은 ‘게이 역사의 대부분은 미혼자의 얕은 무덤에 묻혀 있다’고 쓴 바 있다. 미혼인 채 죽은 내 삼촌의 무덤은 시골 공동묘지의 내 외조부모의 무덤 옆에 있다. 23번째 LGBT 역사의 달을 맞아, 나는 1959년에 그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 내 삼촌의 차를 치지 않았다면 내가 만나지 못한 삼촌이 어떤 역사를 만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쓴 로드니 윌슨은 1994년에 LGBT 역사의 달을 만들었을 때 세인트 루이스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였다.

허핑턴포스트US의 LGBT History Month: The Uncle I Never Me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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