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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전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폭발' 대응은 또 하나의 재앙이었다

  • 허완
  • 입력 2016.10.12 13:29
  • 수정 2016.10.12 13:54
A visitor tries out a Samsung Electronics' Galaxy Note 7 at company's headquarters in Seoul, South Korea, October 5, 2016. Picture taken on October 5, 2016.  REUTERS/Kim Hong-Ji
A visitor tries out a Samsung Electronics' Galaxy Note 7 at company's headquarters in Seoul, South Korea, October 5, 2016. Picture taken on October 5, 2016. REUTERS/Kim Hong-Ji ⓒKim Hong-Ji / Reuters

한국 언론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 소식을 전하며 "소비자 안전 최우선", "발빠른 대응으로 조기수습" 따위의 말들을 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전 현직 직원의 말을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이 기사를 보면, 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1일 뉴욕타임스가 발행한 '삼성은 플래그십 폰 갤럭시노트7를 왜 단종시켰나' 기사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이 얼마나 허술했고, 무책임했는지 잘 드러난다.

삼성은 아직도 문제 원인을 모른다

먼저 이 부분을 읽어보자.

8월에 몇몇 삼성 갤럭시노트7 스마트폰이 여기저기에서 폭발하던 그 때, 이 한국 기업은 부리나케 움직였다. 수백명의 직원에게 문제를 빨리 진단하라고 재촉했다.

그들 중 누구도 폭발을 재연해내지 못했다. 마감이 촉박했던 삼성의 엔지니어들은 초기에 결함이 부품사로부터 공급받은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9월에 노트7 기기 리콜을 발표한 삼성은 다른 부품사의 배터리를 장착한 갤럭시노트7을 계속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대책은 실패했다. 테스트 과정을 보고 받은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엔지니어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번 주가 되기까지, 삼성의 테스터들은 여전히 폭발을 재연해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10월11일)

여기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은 "마감이 촉박했던 삼성의 엔지니어들"이라는 부분이다.

물론 삼성으로서는 빠르게 대응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서둘러 '셀프리콜'을 단행했다.

당시에도 미국 컨슈머리포트 등은 삼성의 '셀프리콜'을 비판하며 독립된 외부기관의 조사가 보장되는 공식 리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은 '배터리 때문'이라는, 결과적으로는 틀렸던 것으로 판명난 결론을 스스로 내렸고, 배터리만 바꾼 제품을 교환품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교환품에서도 문제가 반복됐다. 국내에서도 신고가 있었다. 삼성의 대응은? '블랙컨슈머들의 소행'이라는 언론플레이였다.

(...) 삼성전자와 언론은 갤럭시노트7의 폭발 주장이 블랙컨슈머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 ‘노트7 또 터졌어요…허위 신고에 음모론까지’(10월5일자), 메트로 ‘발 없는 말에 잇단 곤혹 치른 삼성’(10월 5일자)기사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에 맞춰 “노트7에 인위적으로 열을 가한 뒤 불이 났다고 하는 등 허위신고 사례가 전 세계에서 59건이 확인됐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미디어오늘 10월11일)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신고가 접수되고 미국 통신사들이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신속한 대응이 아니라, 실패한 대응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일련의 전개를 감안하면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뼈를 깎는 결단"으로 단종을 결정한 게 아니라, 단종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사실에 가깝다.

삼성의 '군사주의적'인 기업 문화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내부적으로 삼성의 기업 문화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두 명의 전 삼성 직원은 자신들의 직장이 제품의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윗선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오는 탑-다운 접근이 이뤄지는 군사주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10월11일)

이건 사태 초기 한국 언론들이 '이재용 리더십'에 주목하며 기대감(?)을 잔뜩 나타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삼성의 위기돌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갤럭시노트7 사태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오너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배터리 발화 논란, 250만대 전량 리콜, 국내외 사용중지 권고 등으로 이어져온 갤럭시노트7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9월12일)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8월 말 '갤럭시노트7 성공이 말해주는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한 적이 있다.

(...) 끊임없는 경영과 기술 측면에서의 존속적 및 파괴적 혁신만이 선도자의 위치를 지켜줄 것이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은 삼성의 ‘조직문화 혁신’이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며 눈치 보는 조직문화로는 절대 지속적으로 경영과 기술 분야 혁신을 뒷받침할 수 없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경제 칼럼 8월30일)

적어도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에 그런 '조직문화 혁신'은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두려워한 건 '소송'이었다

삼성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단종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어 온 마당에 그 말을 그대로 신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에 인용된 삼성 관계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던 수백명의 삼성 테스터들이 서로 쉽게 소통할 수 없었던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송과 소환에 대한 염려 때문에 삼성은 테스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테스트에 대한 소통을 오프라인으로만 하라고 지시했다. (기록을 남기는) 이메일은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뉴욕타임스 10월11일)

수백명의 직원들이 마감에 쫓겨가며 문제 해결에 매달리면서 '오프라인으로만' 소통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었을까?

삼성이 소송을 걱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달 16일 로이터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한 남성이 갤럭시노트7가 폭발하는 바람에 화상을 입었다며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결국 미국 정부가 역사상 최대규모의 '공식리콜'을 명령한 다음 날 전해졌다.

11일 미국 포춘은 삼성이 값비싼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로펌은 현재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참여할 소비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미 조사에 착수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 대해 두 번째 리콜을 실시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CPSC의 엘리엇 케이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리콜 이후에 우리가 두 번째 리콜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는 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며,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던 (문제해결) 절차에서 (삼성이) 정부와 더 일찍 협의했어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12일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원, 2조6000억원 낮춰 3분기 실적을 정정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직접비용을 전부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신뢰 상실'에 대한 비용이 얼마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54일 만에 휴대폰을 세 번 바꿔야 했던 소비자들이 치러야 했던 유무형의 비용도 계산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요약하자면, 삼성전자는 무능했고, 무책임했다. 다른 결론을 내리거나 삼성전자를 변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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