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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침공은 어디' - 마이클 무어가 전하는 '세상에 이런 일이!'

  • 강병진
  • 입력 2016.09.05 09:55
  • 수정 2016.09.05 09:57

마이클 무어의 영화에서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통렬한 풍자, 무리수를 감수하고서라도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무모함, 한 번 물면 대상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물어뜯는 공격성. '볼링 포 컬럼바인'과 '화씨 911', '식코'등의 작품에서 그는 종종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넘어서며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그에 대한 찬사만큼, 비난도 많았지만, 마이클 무어는 개의치 않았다. 또한 그의 작품을 보는 우리도 개의치 않았다. 그의 공격성이 바로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매우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클 무어의 신작인 '다음은 침공은 어디?' 또한 제목만 보면 이라크에 이어 새로운 공격대상을 찾는 미국에 대한 풍자극으로 보인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마이클 무어는 직접 뛰어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자원도 약탈하지 않고 석유도 뺏지 않는 방식"의 공격을 감행한다. 미국에 산적한 온갖 사회문제들(한국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을 해결하기 위해 마이클 무어가 직접 다른 나라의 아이디어를 뺏어온다는 게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이다. 

 

마이클 무어는 여전히 자신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듯 연기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그는 전 세계의 진기명기를 탐방하는 여행객에 가깝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아이슬란드까지 9개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마이클 무어는 언제나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 나라에서는 마이클 무어가 살아온 세계의(한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온갖 기행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무어식의 ‘세상에 이런일이?’랄까? 그가 여행을 하는 동안 맞닥뜨린 대표적인 '헛소리'는 아래의 6개다.  

마이클 무어가 이같은 여행을 시도한 이유는 그가 여행 중에 만난 튀니지의 여성 언론인의 말을 통해서 드러난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전혀 궁금해하는 것 같지 않아요. 미국 사람들은 매우 심한 리얼리티쇼를 자주 본다면서요? 그러지만 말고 인터넷을 좀 제대로 이용 하세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봐야 해요.” 마이클 무어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비판한 '식코'에서 이미 쿠바를 직접 찾아가 그 나라의 무상의료보험제도를 보여준 바 있다. 당시 이 설정은 마이클 무어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사실 그의 영화에는 매우 익숙한 비판이다.)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도 이런 태도가 달라진 건 아니다. 그는 이번에도 미국인들이 제발 다른 나라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을 한다. 하지만 그런 갖가지 복지제도 이면의 문제점은 감추고 있다.

그런데도 ‘다음 침공은 어디?’가 마이클 무어의 전작과 다른 느낌의 영화라면, 그건 그가 미국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여행을 기획했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지키는 노동절은 사실 1800년대 후반 시카고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자신도 대학시절에는 사실상 등록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것.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헌법에 양성평등 조항을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 말하자면, '다음 침공은 어디?'는 언제나 미국 사회의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해온 마이클 무어의 첫번째 '국뽕'영화다. 미국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한 다른 나라의 제도들은 사실 원래 미국의 것이었으니 미국은 그만큼 위대한 나라이며, 그래서 지금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영화를 한국의 극장에서 보는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기가 찰 수 밖에.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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