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리우올림픽 국대 선수가 말하는 요트 경기의 정의: '요트는 바다에서 각자의 체스를 두는 것'

  • 박수진
  • 입력 2016.08.10 10:39
  • 수정 2016.08.10 10:44

한국 요트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하지민(27·해운대구청)은 요트를 바다 위의 체스라고 정의했다.

"체스는 상대의 다음 수를 읽는 거잖아요. 요트도 체스처럼 5분 뒤, 10분 뒤의 바람을 내다보는 거에요. 수시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바뀌는 상황에서 나를 앞으로 강하게 밀어줄 바람길을 찾아 나가는 거죠."

요약하자면 요트란 37명의 출전 선수가 각자의 체스를 두는 것이다.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뿐이다. 출발선에 올라서면 이제 바람을 갖고 노는 게임이 시작된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아나바라만에 있는 마리나 다 글로리아에서 1~2차 레이스를 마치고 만난 하지민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그는 1인승 딩기요트(엔진과 선실을 갖추지 않고 바람의 힘으로 항해)를 타는 레이저 종목에 나섰다. 첫날 성적은 참가 선수 총 37명 가운데 15위. 하지민은 1차 레이스에서 출발이 늦어 26위에 그쳤으나 2차 레이스에서 6위로 선전하며 벌점 합계 32점을 받았다.

본 대회 전 레이저 팀 훈련 모습

성적은 레이스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각 레이스 1위는 1점을 받고, 37위는 37점을 받는다. 그렇게 총 10차에 걸친 예선 레이스를 통해 가장 벌점이 낮은 10명이 결승 레이스를 펼쳐 메달 순위를 정한다.

선수들은 총 10번의 예선 레이스 중 가장 저조했던 레이스 성적을 삭제할 수 있다. 요트라는 종목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아서 한 번의 실수 정도는 눈감아 주는 것이다.

하지민은 리우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2014년부터 8월이면 이곳을 찾았다. 첫해와 둘째 해에는 맛보기 성격으로 짧게 다녀갔지만, 올해는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넘게 이곳에서 현지 적응 훈련에 매진했다.

리우의 바다, 더 정확하게는 리우의 바람에 적응하는 것이 바로 승패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럽 선수 중에서는 리우에서의 훈련 기간이 280일이 넘는 선수가 절반이 넘는다고 하지민은 귀띔했다.

"바다 위에서는 바람이 수시로 변하거든요. 그래서 지점마다 바람의 스피드가 다 제각각인데, 물결을 보고 바람의 방향을 식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식별 불가능할 때는 감각적으로 5분 뒤, 10분 뒤 바람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탄탄한 지원을 받는 유럽 선수들은 이런 면에서 유리하다. 첨단장비를 통해 조류나 풍향과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확률을 계산해서 행로를 정한다. 시스템 면에서는 확실히 유럽 선수들이 앞선다고 하지민은 인정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음에도 하지민은 한국 선수단이 메달을 기대하는 선수다. 그는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2016 요트 레이저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메달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1차 레이스 결과는 아쉬웠다. 하지민은 출발이 늦었기 때문이라며 출발이 중요한 이유를 사이클에 빗댔다.

"사이클은 앞 선수의 뒤를 따라가면 편하잖아요. 바람이 없어서죠. 그런데 요트는 바람이 많이 불어줘야 더 빨리 나갈 수 있습니다. 사이클과는 반대로 요트가 뒤에 있으면 바람이 없어서 앞의 배보다 느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민은 이어 "또 앞선 선수가 좋은 위치를 선점하면 그 위치를 못 탄다"며 "그 위치에 가면 바람을 못 타기 때문"이라며 "출발을 잘해야지, 내가 짜놓은 전략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쉐디트의 8일 경기 모습

여기에 경험 많은 사람이 유리한 것이 바로 요트다. 하지민은 그 예로 브라질 선수 로베르트 쉐디트(43)를 꼽았다. 쉐디트는 5번의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2개, 동 1개로 모두 메달을 땄다.

40대라서 힘과 집중력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처질지는 몰라도 풍부한 경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바람길을 찾아내는 능력은 결코 따라갈 수 없다고 하지민은 혀를 내둘렀다. 브라질 상파울루 출생인 쉐디트는 자신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아는 리우에서 자신의 6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메달 가능성이 유력한 이유다.

하지민이 출전하는 레이저 종목은 오는 16일까지 펼쳐진다. 그는 "하루하루 나은 경기를 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해서 결승 레이스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태훈의 8일 경기 모습

리우 올림픽 요트 종목에는 남자부 5개(RS:X, 레이저, 핀, 470, 49er), 여자부 4개(RS:X, 레이저 레이디얼, 470, 49er FX), 혼성부 1개(Nacra 17) 등 모두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레이저(하지민), 남자 RS:X(이태훈), 남자 470(스키퍼 김창주·크루 김지훈) 등 3개 종목에 출전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하지민 #리우 올림픽 #요트 #이태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