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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잠 못드는 당신을 위해 소설책에서 찾아본 불면증 처방전 5가지

  • 권우태
  • 입력 2016.08.09 12:35
  • 수정 2016.08.09 12:36

더위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선풍기에서는 더운 바람만 나오고, 에어컨은 전기세가 무서워 틀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보내는 당신에게 필요한 5가지 처방전이 여기 있다. 이들처럼 하면 불면증이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1. 옛날 일 생각하기

“...나는 몇몇 밤을 잠 못 이루어 괴로워했는데, 그러다가 점점 이 방에 익숙해지자...나는 이제 말끔히 깨어나 있다...보통 나는 금방 다시 잠들려 애쓰지 않는다. 그 옛날 콩브레에 있는 대고모댁, 발베크,파리, 동시에르, 베네치아, 그 밖의 곳에서 우리 집안 사람들이 지낸 생활을 떠올리거나 그 여러 장소,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 그 사람들에 관해 보고 듣던 것들을 돌이켜 생각하며 밤의 대부분을 보내곤 한다.”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도입부는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는 주인공의 상태를 서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결국 이런 상황을 옛 추억 회상에 사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긴긴 이야기의 서막이 열린다.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이 소설도 한 불면증 환자의 옛 일 떠올리기부터 시작된 셈이다. 잠들지 못하는 당신도 지난 일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여유가 되면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

2. 방범 활동하기

“...난 집이 아주 크다고 했네. 지난 주 어느 날, 정확히 말하면 목요일 밤이지, 저녁 식사 후에 나는 바보 같이 독한 블랙커피를 한 잔 마셨더니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네. 밤 두 시까지 잠을 자려고 해봤지만 눈이 말똥말똥해서 그만 포기하고 일어나 촛불을 켰지. 아까 읽던 소설이나 계속 읽을 생각으로 말일세... 그런데 그 쪽 복도로 접어들었을 때 서재의 열린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네...나는...전투용 도끼를 골라잡고 촛불을 내려놓은 다음 살금살금 복도를 내려가 열린 문틈 사이로 방 안을 엿보았네.” (책 ‘셜록 홈즈 전집 6-셜록 홈즈의 회상록 : 머즈그레이브 전례문’, 아서 코난 도일 저)

셜록 홈즈의 회상집에 나오는 등장인물 머즈그레이브는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관계로 예상치 못한 시간에 집을 돌아다님으로써 집사가 자신을 배신하는 범죄 현장을 적발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자기 가문의 오랜 비밀까지 알아내게 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잠이 안 온다면 야구 배트라도 하나 들고 집 근처를 어슬렁거려보는 건 어떨까? 방범 활동으로 의외의 성과를 올리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3. 밤 산책하기

“몇 년 전 괴로운 일로 일시적인 불면증을 겪는 바람에 여러 날 이어서 밤새 거리를 돌아다닌 적이 있다. 만약 그 때 소심하게 침대에 누워 견뎠더라면 그 상태를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침대에 누웠다가도 지체 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간 다음 동틀 무렵에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적극적인 처방 덕분에 빨리 그 상태를 물리칠 수 있었다.” (책 ‘밤산책’, 찰스 디킨스 저)

찰스 디킨스가 불면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산책을 하여불면증을 이겨내려고 했다. 잠이 올 때까지 움직인다는 것은 꽤나 적극적이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또한 단순한 산책으로 끝내지 않고 런던의 노숙자 및 도시 하층민들에 대한 면밀한 관찰로 발전시켜 섬세한 관찰문을 기고하기까지 한다. 찰스 디킨스가 훌륭한 저널리스트가 되는데 불면증이 큰 몫을 담당한 셈이다. 세밀한 관찰까지 할 수 있다면 불면증으로 인한 밤 산책은 또 다른 세계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공부하기

“잠 못 드는 밤이 6일 동안 계속되던 중의 하룻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스티브 옆에 눈 뜬 채 누워,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잠에서 1시간을 훔치고 싶었다. 그의 눈꺼풀 아래로 손을 넣어 잠을 홱 잡아 뺐으면 했다...1시간 동안의 완벽한 의식 불명, 숨을 멈출 수 있는 한 멀리, 깊이 깊이 빠지는 깨끗하고 편안한 잠수.” (책 ‘불면증과의 동침’, 빌 헤이스 저)

잠이 안 오면 공부를 해라. 이 무슨 재수 없는 말이냐 하겠지만, 실제로 이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 있다. 빌 헤이스는 본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불면 증세로 괴로워하는 과정에서 불면증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불면에 대한 본인의 경험담과 과학적 연구 사실들을 버무린 이 독특한 책 ‘불면증과의 동침’을 출판하기까지 했다. 6일을 못 자서 단 1시간만이라도 푹 자길 간절히 바랐던 마음이 연구와 출판까지 이어졌음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잠이 안 오는 열대야, 오랜만에 공부를 해 보면 어떨까? 대부분 ‘수학의 정석’을 수면제 삼았던 경험들이 있으니 긴 설명은 필요 없을 듯싶다.

5. 싸움하기

“...슈라도스에서 온 귀하츠 신뷰레는 독특한 전쟁관을 피력하곤 했다. 그 잘생긴 젊은이는 침대가 자신이 전장이며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전장에는 모자란 잠을 보충하러 나온다고 설명하여 전우들을 당황하게 했다. 진격 나팔 소리를 들으며 ‘취침나팔이군, 달콤한 꿈의 시간인가.’라고 중얼거리던 귀하츠의 모습은 뻣뻣하게 긴장해 있던 동료 장수들을 웃게 만들었고 다가올 공포에 위축되어 있던 병사들을 감탄하게 했다...귀하츠는 그의 표현대로 자러 나온 전장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책 ‘눈물을 마시는 새 3 : 불을 다루는 도깨비’, 이영도 저)

책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이영도 작가 특유의 역설적, 반어적 표현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자러 나온 귀하츠’라는 별명의 인물은 앞에 닥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지독한 악몽으로 잘 수 없는 상황을 활용하는 멋진 사람으로 나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양한 이유로 잠 못 이루는 우리에게 내릴 수 있는 진정한 처방은 어쩌면 다소간의 여유와 농담인지도 모른다. 조금 마음 편히, 누군가와 아재 개그라도 나누면서 오늘 밤 편히 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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