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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라도 더위를 식혀주는 책 속의 구절 4가지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우리나라만 이렇게 더운 것은 아니다. JTBC보도에 따르면 열돔 현상 때문이다. 대기권에 고기압이 머물면서, 공기가 지속적으로 머무르게 되어, 점차 뜨거워져서 하나의 뜨거운 돔처럼 되는 것이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상상으로라도 더위를 식혀 줄 만한 것이 없을까? 책 속에서 찾아 본 ‘잠깐이라도 더위를 식혀줄 몇 가지 구절들’이 여기 있다. 더위를 완전히 날려버릴 수는 없겠지만, 잠시라도 독서를 통해 피서를 떠나보면 어떨까?

1. 물 속으로 뛰어들기

“...그 콘크리트 다이빙대 끝에 발끝을 모으고 설 때마다 도모키의 마음속엔 깊은 후회가 밀려든다...높이 10미터에서의 비상. 시속 60킬로미터의 급강하. 1.4초 만에 끝나는 공중 연기...부드럽고 힘차게 점프! 공중으로 튀어 오른 도모키의 몸이 어느 한 지점에서 잠깐 멈췄다가 빙글 작은 원을 그리고는 급강하한다. 정수리에서 맞잡은 손가락 끝이 수면에 닿은 순간, 그의 몸은 약간 기울어진 상태로 물속을 뚫고 들어갔다. 커다란 물보라가 일었다...매번 ...물속으로 파고들 때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는다. 공포를 극복한 달성감과, 긴장에서 벗어난 해방감.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물어 안기는 쾌감.” (책 '다이브', 모리 에토 저)

모리 에토의 소설 '다이브'는 그 제목에 걸맞게 다이빙하는 장면을 첫 대목으로 삼아 스치는 바람, 빠져드는 수면의 느낌, 몸을 휘감는 물의 감촉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더운 날 시원한 물 속에 풍덩 하고 빠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읽기에 제격인 구절을 여럿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다이빙 대 위에서 내려본 파란 물과 발이 함께 있는 표지도 시원해 보인다. 읽으며 상상해보자. 온 몸이 물에 휘감기는 감촉을.

2. 물벼락 맞아보기

“...그런데 쌀국수집이 얼마 남지 않은 골목에서 물총을 든 꼬마 군단을 만나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표정만 봐도 감당 못할 개구쟁이라고 써 있는 열 명 가까이 되는 꼬마들이 어느새 자전거 주위를 둥글게 포위했다. 그리고 인정사정 없이 물총을 쏘아댄다. 멈추라고 소리쳐도 아랑곳하지 않는 꼬마들은 물이 동날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순식간에 온몸이 흠뻑 젖은 나는 포위망의 빈틈으로 겨우 빠져 나와 쌀국수집으로 대피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주문을 하고 카메라가 젖지 않았나 확인하는 나에게 주인이 웃으며 한마디 건넨다. '속디 삐마이 더(새해 복 받으세요.)'”(책 '하얗게 웃어줘 라오스', 오동준 저)

태국, 라오스 등에선 4월말쯤이 되면 새해맞이 물벼락 축제를 벌인다. 태국에서는 ‘송크란’으로, 라오스에선 ‘삐마이’로 부른다. 우리나라 신촌에서도 물총축제를 벌이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온 나라가 그런 축제에 며칠간 빠져 있다. 무더위에 지쳐 있다면, 상상으로라도 더운 거리 한가운데에서 찬물에 온몸을 적시는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3. 고래가 되어보기

“고래는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다. 일부 행동의 목적은 분명치는 않지만 여러 가지를 볼 때 그냥 노는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고래의 놀이는 선수 타기다. 배를 타고 가다보면 돌고래들이 뱃머리에 몰려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적으로 파도를 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수컷들은...암컷을 데려와 시시덕거리며 놀기도 한다.

...고래는 낮잠도 잔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통나무처럼 힘을 빼고 떠 있는 이런 현상을 로깅이라고 한다. 길잡이고래와 향고래 등에서 잘 관찰되는데, 로깅하고 있는 고래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누워 있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긴 잠을 자지 못할 때 잠깐 자는 선잠으로 추정하고 있다.”

(책 '고래의 노래', 남종영 저)

이 책은 '한겨레21' 남종영 기자가 쓴 일종의 고래 입문서다. 위의 구절은 고래의 놀이 문화에 대한 설명이다. 고래는 배 근처로 몰려와 파도타기를 즐기고,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니며 낮잠도 잔다. 사람보다 고래가 여름을 훨씬 재미나게 잘 보내고 있다. 같은 포유동물로서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니 잠깐이라도 책을 통해 고래가 되는 상상을 해보자. 그렇게라도 피서를 즐겨보자.

4. 북극, 그리고 빙산으로 놀러가기

“...그들 모두를 침묵시킨 얼음을 보고 싶었다. 내가 북극에서 마냥 옆에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빙산이다...나는 두꺼운 방호유리를 내리고 우현 창가에 앉아 팔을 창틀에 올려놓은 채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와 다리를 감싸는 함교 난방 장치의 따스함을 느꼈다. 벨아일 해협의 북쪽에서 처음으로 빙산을 보았다. 기울어지고 파도에 팬 빙산들은 알 수 없는 어떤 불운에 탈진한 듯이 몹시 슬퍼 보였다. 우리는 그 빙산들을 지나쳤다. 더 북쪽으로 가자 낙오병들처럼 자기 생각에 골몰한 채 쓸쓸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 같은 빙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추문과 재난이 난무하는 신들의 황혼, 신화의 세계로부터 떠밀려 내려오는 것 같았다. 떨어진 달의 조각들.” (책 '북극을 꿈꾸다', 배리 로페즈 저)

상상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최강의 장소는 역시 극지방이다. 얼음이 지난 몇 십 년간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에서 얼음이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북극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5년 동안 북극을 관찰한 해양생물학자로서 과학적 사실과 문학적 설명을 버무려 북극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여름에는 빙수만으로도 행복한데, 빙산 이야기는 정말 기쁘지 아니한가? 책을 읽기 위한 휴가 ‘사가독서’를 시행했던 조상을 둔 우리다. 피서 가기 힘든 여름, 시원한 구절들이 있는 책으로 짧게나마 피서를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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