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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그대로인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6.08.07 17:45
  • 수정 2016.08.07 17:47
ⓒshutterstock

강아무개(47)씨는 보름 넘게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난 여름, 하루 3~4시간씩 에어컨을 트니까 전기요금이 20만원 넘게 나온 경험을 한 탓에 웬만해선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도저히 참기 어려우면 가족을 이끌고 대형마트로 ‘피난’을 간다. 강씨는 “전기료 폭탄에 에어컨은 손님이 올 때만 트는 장식용이 됐다”며 “길거리 상점은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추울 정도로 틀어대는데, 가정용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 아니냐”고 말했다.

연일 최고 섭씨 35도 안팎의 찜통더위가 덮친 올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폭염이 연이어 한반도를 덮친 데다 에어컨 보급으로 가구당 평균 전력 소비량이 해마다 증가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는 2007년 이후 10년 가까이 손질되지 않은 탓이다. 정치권에서 누진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누진제 완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주택용 전력수요의 계절별 가격탄력성 추정을 통한 누진 요금제 효과 검증 연구’ 논문에서 “가구당 전력소비가 증가하면 이 추세를 반영한 누진 구간이나 누진 배율의 조정이 필요함에도 10년간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적정 원가를 반영한 요금구조보다 소비 절약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998년 163㎾h에서 2014년 226㎾h로 증가했다. 300㎾h를 초과 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에 5.8%에서 28.7%로 늘었다. 보고서는 월 사용량이 300㎾h를 넘으면 한국전력의 ‘총괄원가’를 웃도는 가격으로 전력을 쓰는 것으로 추산했는데, 누진제는 에어컨이 사치품 취급을 받던 과거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논문을 쓴 조성진 연구위원과 박광수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누진제가 무조건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구조만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대상은 고소득 1인가구”라며 “장애인 등 구조적으로 전력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저소득층이라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전력 소비량 증가에 따라 누진제로 인한 저소득층의 비용 절감 효과는 지속적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원가 이상의 비용을 내는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논문은 누진 단계와 누진율을 모두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누진 단계가 3단계 내외이고 누진 배율도 2배 이내인 데다,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늘면 누진 구간도 그게 맞게 조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누진 단계가 6단계나 되고 누진 배율도 최고 11.7배로 과도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민의당은 누진제 구간을 4단계로 줄여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대신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요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주민 더민주당 의원은 누진 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배율도 2배까지 낮추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누진제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며, 이를 손질하면 저소득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름철 가구당 평균 전력 소비량은 4인 가구 기준 360㎾h인데, 요금으로 따지면 5만원 정도로 높지 않다”며 “최고 구간인 500㎾h 이상을 써 ‘요금 폭탄’을 맞는 가구는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300 ㎾h 이하를 쓸 때는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200㎾h 사용 요금은 우리나라는 1만9천원, 미국은 3만2천원, 일본은 6만4천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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