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를 수락했다. 이제 공화당은 '트럼프당'이 됐다

  • 허완
  • 입력 2016.07.22 12:26
  • 수정 2016.07.22 12:43
U.S.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gives a thumbs up at the 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 in Cleveland, Ohio, U.S. July 21, 2016. REUTERS/Jonathan Ernst
U.S.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gives a thumbs up at the 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 in Cleveland, Ohio, U.S. July 21, 2016. REUTERS/Jonathan Ernst ⓒJonathan Ernst / Reuters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고층 빌딩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401일 만에, 사업가 출신 엔터테이너 도널드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받아들였다.

“친구들, 대의원들, 동료 미국인들: 나는 미국 대선 후보 지명을 겸손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트럼프는 목요일 밤에 퀴큰 론스 아레나를 가득 메운 공화당원 수천 명 앞에서 말했다.

트럼프는 유세 내내 준비해 온 발언을 읽는 정치인들을 조롱했지만, 텔레프롬프터를 보며 4천 단어 길이의 연설을 읽었다. 범죄, 불법 이민, 테러리즘, 국제 무역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다.

“우리 전당대회가 열린 지금은 우리 나라에 위기가 닥친 때이다. 우리 경찰에 대한 공격과 우리 도시에서의 테러리즘이 우리 삶의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이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우리 나라를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다.”

트럼프는 이런 문제들의 원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바마의 첫 번째 임기 당시 국무장관이었고 지금은 민주당의 트럼프의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여러 번 분명히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남긴 것은 죽음, 파괴, 테러리즘, 나약함이다.” 트럼프는 리처드 닉슨의 1968년 유세를 떠올리게 하는 말을 덧붙였다. “백악관을 향한 이번 경주에서, 내가 법질서 후보다.”

1시간 16분에 걸친 트럼프의 수락 연설은 그가 준비해서 했던 연설 중 가장 길었다. 작년에 그가 준비해서 한 연설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는 거의 연설문에 충실했으며, 그의 전형적인 자유 형식 유세에 흔히 등장하는 인신 공격은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클린턴을 한 번도 자신이 좋아하는 별명인 ‘부정직한 힐러리’라고 부르지 않았다.

트럼프는 2015년 6월에 대선 경쟁에 뛰어들며 가장 전면에 내세웠던 정책 공약인 멕시코 국경의 벽을 다시 한 번 약속했지만, 그 외에는 구체적인 발상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심지어 서로 상충되는 말도 있었다. 그는 이번 선거의 그 어느 후보보다도 더 큰 감세를 약속했지만, 또한 ‘미래의 도로, 고속도로, 다리, 터널, 공항, 철도’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목요일에도, 1년 동안의 유세 중 단 한 번도 그는 이런 프로젝트의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한 적이 없다. 자신의 세금 계획이 경제를 극적으로 팽창시켜 엄청나게 많은 수익이 새로 생길 거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이런 약속들은 아주 전반적이고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능력에 기반한 것들이다. 범죄와 폭력은 ‘빨리, 정말로 빨리 끝날 것이다’. 무역 적자? ‘우리가 손을 볼 것이다’. IS? ‘우린 그들을 무찌를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문제 대부분이 ‘조작된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이 시스템을 조종해 왔던 경험이 이제 미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한다. “나보다 이 시스템을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오직 나만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미심쩍거나 완전히 거짓인 주장 여러 개를 반복해 왔다. 미국이 정체를 전혀 모르는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무역 협상 담당자들이 수천 페이지짜리 합의문에 읽지도 않고 서명을 했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나라 중 하나다 등이다.

그는 심지어 FBI 국장 제임스 코미가 부패했기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한 것을 기소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형적인 유세 연설과는 달리, 목요일 밤의 연설은 차분하고 비교적 짜임새가 있었다. 전당대회장의 트럼프 지지자 일부는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트럼프는 애드립을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그걸 걱정했다.” 올랜도 북부의 빌지지스 은퇴자 커뮤니티에 사는 플로리다 대의원 대릴린 돌림피오의 말이다.

클린턴 캠프와 슈퍼팩들은 트럼프가 연설하는 동안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지적하는 이메일을 수십 통 보냈다. 클린턴 선거 운동 담당자 존 포데스타는 트럼프가 전반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비난했다.

“오늘밤 도널드 트럼프는 쇠퇴하는 미국의 어두운 그림을 그려 보였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해답 – 더 많은 공포와 분열, 분노와 증오 – 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엔 기질상으로 맞지 않으며 전적으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였다.”

Donald Trump's big night in 90 seconds - CNN

트럼프는 과거에 대선 출마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특히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출신지를 의심하는 운동의 가장 유명한 옹호자가 되어 초기 설문조사에서 1위로 꼽혔던 2011년에 대선 출마를 거론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을 살피러 조사원들을 하와이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결국 자신이 태어났다고 말한 곳에서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출생 증명서 원본을 공개한 다음 백악관 출입 기자 만찬에서 그 일을 두고 트럼프를 조롱했다. 트럼프는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일로 인해, 트럼프가 작년에 출마를 선언했을 때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과 외부인들은 트럼프가 이번에도 유명세를 노리는 것일 뿐이라 생각했다. 트럼프가 짜임새를 갖춘 유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 TV 스타인 트럼프의 연예 가치가 많은 관심을 끌었고, 케이블 TV에서 지속적으로 그를 다루었다. 그 덕에 트럼프는 작년 말까지 대부분의 주의 설문조사에서 수위를 달렸다. 그제서야 다른 후보와 외부 보수 단체가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에서 2위를 차지한 뒤 뉴 햄프셔, 사우스 캐롤라이나, 네바다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3월 1일 슈퍼 화요일에 여러 주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경선에서 대의원 대다수의 표를 얻었으나, 일반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지는 못했고, 공화당 활동가 기반은 아직 그를 중심으로 뭉치지 않았다. 월요일만 해도 트럼프와 공화당 전당대회의 새로운 동맹들은 전당대회장에서 그를 지명시키지 않으려는 시도와 맞서 싸워야 했다.

화요일에도 트럼프가 후보 지명에 필요한 득표를 얻었을 때 뉴욕,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에서 온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대의원들은 ‘뉴욕, 뉴욕’에 맞춰 춤을 추었지만, 전당대회장 가장자리에 앉은 텍사스, 콜로라도, 유타, 버지니아 등 출신의 대의원들은 거의 다 자리에 앉아있었다.

경선에서 트럼프에 한참 뒤진 2위를 기록한 텍사스 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수요일 연설에서 일부러 트럼프 지지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공화당 내의 분열이 계속되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원래 크루즈를 지지했던 텍사스 대의원 스티브 토스는 11월에 트럼프에게 투표할 거라고 한다. 민주당의 사실상의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를 막기 위해서이지만, 또한 성인이 된 트럼프의 자녀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나쁜 부모에게서 훌륭한 아이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토스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고위직 중 다수는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11월에 질 것이며, 큰 표차가 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한다. 어떻게 되든, 공화당은 그 어느 때보다 인종적으로 다양해진 미국에 어울리는 유권자 기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트럼프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남성들만 대거 끌어들였다. 이는 미국에서 줄어들고 있는 단 하나의 인구 집단이다.

이 점을 봤을 때,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 상당수는 트럼프의 참패가 공화당에게 있어 가장 좋은 일일 거라고 믿는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게 가장 쉬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후보 지명은] 예외적인 일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내 생각에는 원래대로 될 것 같다. 나는 [이번에] 공화당에 흘러들어온 사람들은 공화당원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환멸을 느끼고 언짢아하며 악의에 찬 자신들의 원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래 전부터 공화당 기금 모금을 해온 익명의 정보원의 말이다.

편집자주 : 도널드 트럼프는 꾸준히 정치적 폭력을 조장하고, 그는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이며, 겉잡을 수 없는 제노포비아, 인종주의자, 여성혐오주의자인 데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전 세계 16억명에 달하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It’s Donald Trump’s Party Now'(영어)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미국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