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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와 사드와 나

작은 소리나 움직임도 탐지해내는 기술은 청각장애인에게, 정밀한 레이더나 위성기술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된다면 장애는 정말로 약간의 불편함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군사기술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증강현실 기술만으로도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할 수 있는지 과학자들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인간의 기술의 발전방향이 온전히 사람을 향할 수 있는 그날을 꿈꿔본다.

  • 안승준
  • 입력 2016.07.19 12:12
  • 수정 2017.07.20 14:12
ⓒChris Helgren / Reuters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재미있긴 한가 보다.

SNS도 기사들도 한 목소리로 속초로 몬스터를 잡으러 가는 원정대를 쫓는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긴 한가 보다.

탄탄하게 짜여진 홍보전략의 승리인지 기술의 진화가 가져온 새로운 게임의 출현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화면도 볼 수 없는 나의 엉덩이마저 들썩거리게 만든 걸 보면 일단 성공한 게임인 건 맞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너도 나도 쉽게 즐기는 트랜드에 함께하지 못하는 내 시력상태가 또 아파왔겠지만 요즘은 실시간으로 올리는 자세한 설명들과 영상까지 멋지게 편집해서 업로드 하는 후기들 덕분에 간접으로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직접 할 수 없다는 아쉬움마저 달랠 수는 없기에 증강현실이며 가상현실이며 하는 첨단기술들의 다양한 방향으로의 발전이 언젠가 내게도 진한 공감을 선물해 주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기사들을 보다 보니 어쩌면 그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도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드라는 괴물 같은 녀석 이야기인데 엄청난 출력과 정밀도를 자랑하는 레이더이면서도 전자파는 인체에 거의 무해한 정도로만 나온다는 기사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명명된 이 녀석은 아무리 높이 날아가는 미사일이라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기사는 설명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최첨단 기술이라면 시각장애인인 나에게도 '포켄몬 고'를 할 수 있는 도우미가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장애물이라도 정확히 알려주고 몬스터의 방향도 정확하게 안내해 준다면 그보다 더한 게임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수조원대의 엄청난 자본과 세계적 권위를 가진 최고 석학들의 연구에서 산출되는 엄청난 군사기술들을 볼 때마다 저런 것들이 용도를 달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곤 한다.

없는 길도 만들어서 달리는 장갑차나 해저 깊숙이 침투하는 핵잠수함들이 재난구조에 사용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지진이 발생한 나라의 응급환자들을 초음속 비행기로 후송하고 도시전체가 무너진 곳에 항공모함 몇 대를 보내어 임시로 거처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지체장애인들의 의수나 의족도 수백kg씩 되는 전동휠체어도 무기에 사용되는 신소재를 쓴다면 훨씬 가벼워지면서도 강도는 몇 배는 단단해 진다고 알고 있다.

작은 소리나 움직임도 탐지해내는 기술은 청각장애인에게, 정밀한 레이더나 위성기술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된다면 장애는 정말로 약간의 불편함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인문학이 어쩌고 철학이 어쩌고 인간의 본질적 행복은 무엇이고 평화의 가치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논하는 석학들을 자랑스럽게 내놓는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들이 한쪽 구석에서는 어떻게 하면 인간을 효율적으로 죽이고 적대국을 빠른 시간 내에 파멸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살상무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도 우스운 일인 것 같다.

최고의 기술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고수준의 편안함이나 즐거움보다는 극도의 잔인함을 꿈꿔야 하는 인간들이 슬프고 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사드가 정말로 그렇게 안전하고 평화 지향적인 기술이라면 나도 '포켓몬 고' 좀 하게 지역마다 기지국처럼 하나씩 설치했으면 좋겠다.

군사기술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증강현실 기술만으로도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할 수 있는지 과학자들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인간의 기술의 발전방향이 온전히 사람을 향할 수 있는 그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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