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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찍은 사진작가의 이야기

뉴스를 보다가 사진을 보았다. 지난 7월 5일, ‘한겨레’가 보도한 사진작가 양승우의 사진집 ‘청춘길일’ 소개 기사다. 기사는 읽지 않고, 사진을 보다가 한 장의 사진에 눈이 멎었다. 속옷만 입은 건장한 사내 2명이 식사를 하는 장면. 한 남자의 몸에는 문신이 그려져 있는데, 그 남자는 이제 막 입에 음식을 넣은 것 같다. 밥상에 놓인 음식을 보면 그리 거한 식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두 남자 모두 ‘필사적’으로 먹고 있는 듯 보였다. ‘문신’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들은 ‘조직폭력배’라고 한다. 며칠 후,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사진집이 도착했다.

최근 사진집 출간과 전시회 소개 등을 통해 알려진 ‘청춘길일’ 등의 사진들은 대부분 ‘조직폭력배’의 사적인 표정과 일상을 담고 있었다. 슬퍼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마음이 짠해지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정작 사진집을 열어보면 “경계가 없는” 사진들의 에너지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다.

돈다발을 쌓아놓고 돈을 세는 조폭,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문신으로 가득한 등에 부황을 뜨고 있는 남자, 술집 여성의 품에 안겨 상념에 젖은 남자의 표정. 무엇보다 이들이 유흥가에서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섹스도 하는 상황들의 사진들은 대상과 사진작가 사이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양승우 작가는 일본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진을 찍어온 작가라고 한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조폭’뿐만 아니라 “가부키초의 야쿠카, 고토부키초의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 곤타씨”등을 테마로 사진을 찍었다. ‘청춘길일’이란 이름으로 묶인 이 사진들에 대해서는 “자살로 죽은 친구를 점점 잊어가고 있는 상황이 너무 했었다”며 그래서 “(이후) 만나던 사람들을 쭉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술 먹으면서 놀다 보면, 카메라에 필름 세팅해두고 ‘아무나 찍어라’라고 방치한다. 나도 취하고 다들 취하고 나면 누가 뭘 찍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현상하면 여러 가지가 찍혀 있다.” 말하자면, 이 사진들은 우리에게 ‘조직폭력배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여주지만, 양승우 작가와 그의 친구들에게는 젊은 시절 함께 어울려 술 마시며 웃고 놀았던 기억인 셈이다.

최근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청춘길일’의 전시회가 열렸다. 하지만 전시는 7월 20일까지다. 미처 전시를 챙겨보지 못해 아쉽다면, 그의 사진집을 구입하거나 양승우 작가의 홈페이지(photoyang.jimdo.com)를 방문해도 좋겠다. 홈페이지에는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콩고 등에서 찍은 사진들도 있다. 너무 솔직하고 노골적이라 불편한 사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사진이 아니라면 볼 수 없었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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