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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SNS' 못 쓰게 만들었던 에르도안은 정작 SNS 덕 봤다

  • 원성윤
  • 입력 2016.07.18 14:11
  • 수정 2016.07.18 14:18
ⓒCNN

터키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던, 지난 7월16일 밤12시24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를 막아달라며 CNN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보여달라"고 국민이 쿠데타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스튜디오에 출연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아이폰의 화상전화 기능인 '페이스 타임'을 이용한 화면이었다.

CNN터키에 현재도 게시돼 있는 이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20만건을 넘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시청했다. CNN튀르크 앵커 한드 피라트는 급박한 당시를 보여주는 핸드폰 화면을 손에 쥐고 카메라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줬다.

많은 전문가들은 바로 이 장면이 '6시간 터키 쿠데타'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다. 당시 군부는 방송사와 통신사를 통해 쿠데타를 선포하고 전국의 권력을 장악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터키 국민들이 움직인 것은 SNS를 통한 대통령의 말이었다. 심지어 CNN튀르크도 군부가 장악했음에도 대통령의 발언이 그대로 나갔다. 전통의 미디어보다는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는 SNS를 통한 대통령의 발언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한때 미국 망명설까지 돌며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터키 국민의 결집을 촉구하며 "쿠데타를 모의한 세력에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지자들을 결집하는데 이만한 도구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가 SNS를 그동안 탄압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미국 IT전문매체 매셔블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평소 소셜미디어를 "살인자 손에 들린 칼과 같다"며 법원 판결로 트위터, 페이스북의 SNS를 제한했다. 최근 들어 그 빈도와 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매셔블은 “에르도안에 반대하는 기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은 '왓츠앱'이나 인터넷을 우회로 접속하며 정부 통제를 피해왔다"고 소개하며 "에르도안이 이번엔 그의 적들의 전술을 빌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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