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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북한과 미국의 치킨게임

미국을 보자. 2016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그리 적합한 때가 아니다. 사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2009년 1월, 그의 앞에는 오래된 3가지 외교과제가 놓여 있었다. 첫 번째는 쿠바와의 관계개선 문제였고, 두 번째는 이란 핵문제였으며, 세 번째는 북한 문제였다. 이 해묵은 과제 중에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문제는 아주 멋있게 해결했고, 이란 핵문제는 그런대로 잘 마무리했다. 그런데, 북한 문제는 더 꼬였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07.11 13:40
  • 수정 2017.07.12 14:12
ⓒASSOCIATED PRESS

글 | 임상순(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미국이 잔치 집에 하수도 물을 끼얹었다. 그것도 제대로 시원하게 퍼부었다.

2016년 6월 29일 북한은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고, 김정은을 새로 신설된 국가 최고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드디어,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 김정일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행복한 축제를 오래 봐주지 않았다.

2016년 7월 6일 미국 국무부는 '북한인권침해와 검열 보고서(Report on Human Rights Abuses and Censorship in North Korea)'를 미국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김정은'이라는 제 3세계 국가 지도자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16년 7월 8일 한미양국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북한이 평소 표명해 온 것처럼 '말에는 말', '행동에는 행동'으로 응답해 나왔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대해서는 북한 외무성 성명을 통해, "최고 존엄에 감히 도전해 나선 것은 최악의 적대행위로서, 이제부터 미국과의 관계는 '전시(戰時)'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사드 배치 발표에 대해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로 응수했다. 사드가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약점을 북한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북한과 미국의 정치 일정상 2016년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해는 아니었다. 먼저 북한을 보자. 2016년은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은 5년, 10년 소위 꺾어지는 해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김일성 사망 후 5년이 되던 1998년에 장거리 로켓 대포동 1호 발사에 성공하고, 헌법을 대폭 개정하면서 김정일 시대의 출범을 선언했다.

김정은의 집권 5년차 기념 이벤트는 그의 아버지를 능가했다. 2016년 1월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의 완전성공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수소폭탄에 미치지 못하는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라고 추정한다. 어쨌든 북한의 핵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고 있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방문연구원은, 2020년이 되면 북한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위력의 5배에 달하는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보자. 2016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그리 적합한 때가 아니다. 사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2009년 1월, 그의 앞에는 오래된 3가지 외교과제가 놓여 있었다. 첫 번째는 쿠바와의 관계개선 문제였고, 두 번째는 이란 핵문제였으며, 세 번째는 북한 문제였다. 이 해묵은 과제 중에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문제는 아주 멋있게 해결했고, 이란 핵문제는 그런대로 잘 마무리했다. 그런데, 북한 문제는 더 꼬였다.

2016년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현상유지'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 북한 문제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더 이상 문제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미국은 지난 2016년 3월 한국군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연습 그리고,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연습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며칠 전 미국은 김정은을 인권범죄자로 지명했고,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혼나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마침 한반도로 태풍과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궂은 날씨만큼이나 국제정세가 어두운 시기이다. 며칠 전 영국 총리 카메론은 EU탈퇴 결정 이후 처음 열린 영국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The time to repair the roof is when the sun is shining.(해가 떠 있을 때 지붕을 수리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지혜로운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글 | 임상순

동국대학교에서 북한정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호주로 유학을 가서 국제정치와 인권을 공부했다. 현재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며, 동국대학교 등에서 북한의 대외관계, 북한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The Engagement of United Nations Human Rights Regime and the Response of North Korea」,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전략과 북한의 대응전략」 등이 있고, 저서로, 『오래된 미래? 1970년대 북한의 재조명』(공저), 『국제정치에서 전쟁과 변화』(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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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제 9차 민회는 신구범 전 제주지사의 "행정개혁과 정치"를 주제로 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6.07.21(목) 16:00 - 18:00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지하1층 회의실(종각역 3번 출구)

◈ 대상 : 누구나

◈ 참가비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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