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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IS 테러대상'으로 지목한 한국인, 테러 위험 없었다

  • 허완
  • 입력 2016.06.20 17:26
ⓒ한겨레

국가정보원이 이슬람국가(ISIL)의 테러 대상에 포함됐다고 공개한 한국인이 실제로는 테러 대상과 무관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러방지법 시행 뒤 드러난 ‘테러 정보 부풀리기’ 첫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또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해당 인물의 개인 신상정보를 낱낱이 노출시키는 ‘실수’를 저질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정보기관으로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국회 정보위원회(위원장 이철우)는 20일 간담회를 열어 국정원 긴급현안 보고를 받았다. 전날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슬람국가가 주한미군 공군기지와 한국인 김아무개씨를 지목해 테러를 선동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간담회에 출석했다. 이철우 위원장은 간담회 뒤 브리핑 및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은 김씨가 테러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슬람국가가 자신들의 해킹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누군지도 모르는 한국인을 끼워넣은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지난 8일 테러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이 열흘 넘게 흐른 19일 “테러 대상”이라며 김씨의 신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해당 정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김씨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없다고 봤지만 최근 미국 올랜도 총기 테러 사건 이후 대국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정보 분석을 통해 김씨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도 “이슬람국가가 한국인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내용만 공개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테러방지법과 그 시행령으로 커진 국정원 권한을 감독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테러 정보 부풀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령 한국인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더라도, 이는 정보기관과 경찰 등 범정부 대응을 통해 대처할 문제이지 과장된 정보로 시민들의 테러 공포를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정원의 공개로 김씨와 해당 지역이 불안에 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정보위에서는 김씨의 구체적 신상을 낱낱이 공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국정원은 19일 보도자료에서 “이슬람국가가 경기도에 사는 김아무개씨를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며 김씨의 실명과 주소지, 이메일 주소를 모두 공개한 바 있다. 국정원은 논란이 일자 누리집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김씨의 이름과 주소지를 삭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가장 최근 입수한 테러 정보를 공개한 것일 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 신원 공개 부분은 미스테이크(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정원은 김씨의 신상정보 공개 이틀 전인 지난 17일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국정원으로부터 심리전 등 여러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하라며 통보가 왔다. 이후 김씨가 이사간 사실을 파악해 19일 당사자와 연락해 신변보호 조처를 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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