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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에 대해 미국이 이성을 찾기 위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2008년 이후 의회 기록을 보면 미국은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아랍 에미리트, 대만에 수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국가들 중 클러스터탄 사용을 인정한 최초 국가다.

  • Mary Wareham
  • 입력 2016.06.09 12:11
  • 수정 2017.06.10 14:12

어떤 정책이 금요일 오후 늦게 발표될 경우, 그건 중요한 정책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휴일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었다면 더욱 중요하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CBU-105 클러스터탄(집속탄) 이전을 '유보'하겠다는 결정이 완벽한 예다. 이 경우 보도자료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 보통 때보다도 더욱 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펼치는 군사 활동에 대한 너그러운 지원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오바마 행정부가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민간인 희생자가 수천 명 발생하고 예멘의 인프라와 경제가 큰 타격을 입으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이는 119개국이 서명한 2008년 클러스터탄 금지 조약의 영향으로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도 클러스터탄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클러스터탄은 넓은 지역에 자탄(새끼탄)을 수천 개 살포한다. 터지지 않은 자탄은 제거되기 전까지 그 지역의 모든 남녀와 어린이들을 위협하는 효과적인 지뢰가 된다.

작년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이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을 비롯한 금지된 클러스터탄을 사용한 것은 엄청난 우려를 낳았다. 클러스터탄 이전 문제를 다루며 백악관은 무기에 대해 생기고 있는 국제적 규범과 맞지 않는 미국 정책의 민감한 면을 건드렸다.

2007년, 2008년에 미국은 클러스터탄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을 맺기 위한 오슬로 프로세스에 항의하며 불참했다. 미국은 거룩한 U.N.이 아닌 노르웨이가 주도한 것이 외교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클러스터탄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전하고 사용해 온 미국은 클러스터탄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이 조약에 대한 우려를 뒷구멍으로 표현했다. 캐나다, 일본, 영국 등 협상에 참여한 동맹국들을 통해서였다. 2주 후 2008년 5월 30일 더블린에서 100개국 이상이 조약에 참여하자, 부시 정부는 클러스터탄에 대한 군사 정책 지시 각서를 내리기로 합의했으나 이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이 폭발하지 않고 남는 자탄이 1% 이상인 클러스터탄을 2018년 이후에는 생산, 이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책은 시행 중인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국방부가 적용 절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현재 미국이 비축하고 있는 클러스터탄의 99%는 불발탄 1% 미만 기준을 맞추지 못하며 파괴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정책의 시행은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2015년 2월에 국방부는 사용 가능한 비축 무기 중 약 221,502톤의 클러스터탄을 제거하고 언젠가는 파괴할 비무장화 계정에 넣었다. 정책의 데드라인인 2018년까지는 추가로 250,224톤이 비무장화 계정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새 클러스터탄 생산 예산을 잡은 것은 2007년이었다. 두 가지 조건을 정한 2007년 12월의 수출 규제법에 따라, 지금도 미국을 클러스터탄 이전을 허가하고 있다. 발사 후 불발탄이 1%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더불어, 클러스터탄을 받은 측은 사용 규칙을 지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민간인 지역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며 군사적 목표물이라고 명확히 규정된 곳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2008년 이후 미국이 수출한 클러스터탄은 국방부가 기준에 맞는다고 판단한 텍스트론 시스템스가 생산한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뿐이었다. 이것은 2008년 클러스터탄 협의에서 금지된 무기지만 미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 무기를 받은 다른 국가들도 참여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의회 기록을 보면 미국은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아랍 에미리트, 대만에 수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국가들 중 클러스터탄 사용을 인정한 최초 국가다. 첫 증거는 2015년 3월말 예멘의 공습이 시작된 지 2주만에 나왔다. 예멘 주민들이 찍은 클러스터탄 사진과 영상이 곧 소셜 미디어에서 돌았다. 공격 위치가 확인됐고 위성 이미지 분석이 이루어졌다.

작년 한 해 동안 국제 인권 감시 기구는 예멘에 4번 실사를 나갔으며 행정 구역 4곳에서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을 사용한 공격이 최소한 5번 있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국제 사면 위원회는 2015년 6월에 CBU-105를 사용한 공격을 기록했다. 이 증거들은 몇 건의 보고서를 통해 발표되었으며 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대중의 격렬한 항의와 폭넓은 규탄이 있었다.

예멘에서 클러스터탄을 사용한 데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작년부터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몇 주에 거셌는데, 무브온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클러스터탄을 이전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청원한 이후, 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에서 클러스터탄 수출 금지를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활동가들은 로드 아일랜드의 텍스트론 본사에서 여러 번 시위를 벌였고, 세 명이 체포되었다. 클러스터탄 연정-US를 구성하는 미국의 비정부 단체들은 외교관 및 공직자들과 손을 잡고 민간인 희생자를 발생시키는 클러스터탄 이전을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전국 및 지역 매체들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를 향한 질문을 꾸준히 쏟아 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클러스터탄 이전 보류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언제나 더 나은 무기를 추구하는 미국의 기술적 해결책의 무용함이다. 미국이 2008년부터 수출한 유일한 클러스터탄이 CBU-105인 이유는 CBU-105는 이전 클러스터탄들의 결함을 개선한 무기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전 클러스터탄들이 미국에서 완전히 금지되기까지는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미국 연구자들은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이 불발탄 1% 미만 기준을 맞추지 못한 사례를 여러 건 발견했다. CBU-105의 금속 용기에 자탄 4개가 전부 붙어있는 경우, 2개가 남아있는 경우가 기록되었다.

폭발물이 든 자탄이 그대로 붙어있는 경우가 있었다. 외딴 마을에서 이루어진 공격을 조사하러 갔을 때, 10살 정도 된 소년이 연구자들이 왔다는 말을 듣고 달려와 그들에게 터지지 않은 자탄을 건네주려 했다.

텍스트론의 CEO는 이런 부속품이 남은 것은 이 무기들이 '설계된 대로 정확히 작동했으며 민간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공중에서 목표물을 맞추지 못한 자탄이 땅에서 스스로 무장 해제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불발탄은 기술적인 면과 무관하게 위험하다고 간주되어야 한다. 전쟁 이후 남은 지뢰와 폭발물 제거와 파괴 자금 조달에 참여한 미국 정부 공직자들은 터지지 않은 폭탄은 '적절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은 훈련받은 기술자가 아니면 손을 대서도, 접근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심지어 국방부 자체 정책에서도 '저절로 비활성화된 자탄 역시 불발탄으로 간주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달에 예멘의 지뢰 제거반 3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으며, 남아있는 인력으로는 새로운 제거 물질들을 다 처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현지인들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안전한' 방법은 제거반이 올 때까지 불발탄을 가만히 놔두는 것이다. 민간인들은 CBU-105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이 어떤 상태인지 알 방법이 없다.

오명을 쓰고 싶지 않은 국가들은 클러스터탄 사용을 부인하거나 자신들은 금지 해당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에서 기록된 6종의 클러스터탄 사용을 여러 번 부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제조사 텍스트론과 마찬가지로 CBU-105는 금지된 클러스터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CBU-105 센서 퓨즈드 웨폰을 '금지된' 무기로 취급하지는 않지만 클러스터탄이라고 설명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인 아랍 에미리트는 과거에 CBU-105를 받은 적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클러스터탄 협약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므로 예멘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한다.

미국은 핑계를 대는 대신, 이제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이 사용하는 미제 클러스터탄에 의한 민간인 피해자 발생에 따른 비판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클러스터탄 이전을 유보할 것을 밝혔다.

이는 클러스터탄에 대한 전세계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걸 보여준다. 클러스터탄 금지 협약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들도 달라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공직자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클러스터탄 사용에 대한 우려 혹은 규탄을 표명하는 결의안을 지지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단 한 번 클러스터탄을 사용했다. 2009년에 예멘에서 자탄을 장착한 크루즈 미사일을 썼다.

CBU-105는 미국의 클러스터탄 금지 협약 참가까지 남은 유일한 장애물이다.

미국은 전세계 지뢰 및 전쟁 잔여 폭발물 제거 프로그램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국가다. 클러스터탄 이전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전세계 분쟁 지역에 남은 미제 무기의 불발탄 제거에 따르는 커져가는 도덕적 책임과 클러스터탄 사용이 양립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아직도 클러스터탄의 군사적 효용이 민간인에 대한 피해보다 더 크다고 생각할까? 인도주의적 우려에 귀를 기울인 오바마 행정부는 올바른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On Cluster Munitions, A Tentative Step Toward Sanity'(영어)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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