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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길들인 ‘학대' 호랑이로 돈 벌어온 ‘호랑이사원' 철퇴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길들여 관광객과 함께 사진을 찍도록 하는 타이의 ‘호랑이 사원’이 철퇴를 맞았다. 호랑이가 그렇게 양순해지는 데에는 승려들의 매질과 약물 투여 등의 학대가 있었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외신은 31일 타이 호랑이 사원으로 알려진 방콕 서부 깐차나부리의 ‘왓 파 루앙 타 부아’ 사원에 있는 호랑이 137마리를 이송하는 작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타이 야생생물보호청은 30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사원을 덮쳤고, 2000여명의 구조대원이 최소 일주일간 137마리의 호랑이를 인근 랏치부리의 보호시설로 옮길 계획이다.

1990년대 건립된 이 사원은 애초 호랑이 4마리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야생동물 보호 사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호랑이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면서 사실상 동물원처럼 운영됐다. 대표 상품인 ‘호랑이와 사진 찍기’와 ‘아기 호랑이 젖병 물리기’ 등은 관광객 1인당 200달러에 가까운 ‘현금 기부’를 받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사원의 관광 수입이 연간 300만달러(약 35억7000만원) 이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맹수성을 억제 당한 호랑이들의 삶은 비참했다. 승려들이 가혹한 매질로 호랑이를 길들이고 수면제까지 투여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호랑이 개체수가 급증하는 과정에서는 불법 번식 작업 의혹이, 한때 280여마리까지 늘었던 호랑이가 130여마리 수준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는 불법 암거래 의혹이 일었다. 호랑이들이 맹수로 돌변해 관광객과 승려들을 공격하는 일도 잦았다. 지난해 5월에는 이 사원 수도원장이 호랑이의 공격으로 얼굴과 팔을 크게 다쳐 해외토픽으로 보도됐다.

국제 동물단체들은 수년간 타이 정부에 이 불법 동물원을 폐쇄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타이 야생생물보호청이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호랑이 몰수를 시도했지만, 사원의 거센 반발로 중단했다. 애디솜 누치담롱 야생동물보호청 부청장은 AFP 통신에 “사원의 협조를 구했던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에는 법원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호랑이 구조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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