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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친구들 생김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립니다” 현직 판사가 쓴 '페티쉬'라는 칼럼 일부다

거침없는 성적 대상화와 외모 평가로 성인지감수성 미흡을 드러냈다.

ⓒGetty Images

“나의 여자 보는 눈은 고전적입니다. 칠흑 같은 긴 생머리, 폐병이라도 걸린 듯 하얀 얼굴과 붉고 작은 입술,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 (중략) 소년 재판을 하다 보면 법정 안은 물론 밖에서도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생김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립니다.” 

놀랍게도 미성년자 재판을 담당하는 현직 판사가 ‘페티쉬’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이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소년재판을 담당하는 김태균(39·사법연수원 37기) 판사는 15일 ‘법률신문’에 ‘페티쉬’라는 칼럼을 기고하며 법정에 출석한 10대 청소년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판사는 서두에서 “나의 여자 보는 눈은 고전적입니다. 칠흑 같은 긴 생머리, 폐병이라도 걸린 듯 하얀 얼굴과 붉고 작은 입술,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이라는 말로 자신의 여성 외모 취향부터 밝힌 뒤, 소년재판에 출석한 미성년자들의 ‘스타일’이 얼마나 ‘거슬리는지’ 줄줄이 나열하며 성인지감수성의 척박함을 드러냈다.

김 판사는 “생김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립니다. 줄여 입은 교복은 볼품없고, 짙은 화장과 염색한 머리는 그 나이의 생동감을 지워버립니다”라며 그들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춰 스타일을 바꾸라고 훈계한다는 사실도 떳떳이 밝혔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그래서 말합니다. ‘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은 긴 생머리가 이쁘다, 머리는 시원하게 넘기든지 짧게 자르는 게 단정해 보인다, 바지나 치마 줄여 입지 마라’ 그렇게만 하면 정말 이뻐 보일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법률신문에 김태균 판사가 기고한 칼럼 '페티쉬' 
법률신문에 김태균 판사가 기고한 칼럼 '페티쉬' 

김 판사는 이어 ”그러다 문득 깨닫는 게 있었습니다. 저 친구들은 내 눈에 이뻐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고 거기에 만족하면 그것뿐입니다”라는 말로 ‘태세 전환‘을 하나 싶었으나, 이내 다시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은 내 페티쉬일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라고 해당 문단을 마무리하며 글 제목이 ‘페티쉬’임을 잊지 않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즉각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여성변호사회는 “재판 받는 청소년들의 외모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은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재판하는 판사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판사가 재판받는 청소년의 용모와 스타일을 보고, 때때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밝혔다. 또, ″판사가 판사석에서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 대상이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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