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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4일 17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24일 17시 59분 KST

"행복주택도 버거운데…영끌하는 2030은 대체 누군가요?"

'영끌 2030' 내세운 부동산 기사의 세 가지 문제

Getty Images

 “저는 행복주택 들어가기도 버거운데, 영끌한다는 2030이 누군지 모르겠네요.”

ㄱ(31)씨는 최근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영끌 2030’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증금 1천만원, 월세 50만원대 원룸에 살다가 최근 청년용 공공임대 주택인 행복주택에 당첨됐으나 주거비 때문에 입주를 주저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형태로 주거환경이 좋은 행복주택은 월세가 20만원대로 낮지만, 1억원에 가까운 보증금이 있다. 자산이 없는 청년을 위해 보증금의 80%, 최대 7천만원을 1.5~2%대 저리로 대출지원을 하지만 대출이자가 월 10만원 이상이다. 8만~10만원 수준의 관리비를 더하면 월 주거비가 50만원 수준이 된다. 그의 월급여는 최저임금(2020년 기준, 월급 179만5310원)을 간신히 넘는다. 소득의 3분의 1을 주거비로 쓰는 데 대해 그는 “집에서 잠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거빈곤 상태의 집에도 살아봤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아파트에 이 정도 주거비라면 가성비가 좋은 건 맞아요. 그런데 이상해요. 주거빈곤청년을 위해 도입된 공공임대인데, 왜 저에겐 여전히 비쌀까요.” 주거비 절약을 위해 주거환경을 포기했다가, 주거환경을 위해 주거비 절약을 포기했다가, 민간임대 시장에서 늘 양자택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ㄱ씨에게는 공공임대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주택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공론화시켰던 ‘지·옥·고 2030’은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과 청년 전용 전월세 대출 공공정책을 탄생시켰지만,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영끌 2030’이 청년세대 ‘집’ 문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세대 내부에서는 ‘지옥고 2030’이 ‘영끌 2030’으로 돌아오면서 생긴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영끌 2030’을 내세운 부동산 기사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무리한 영끌? 구매 여력 충분한 계층의 자산 축적

홍정훈·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 쓴 논문 ‘영끌하는 2030세대와 1가구1주택 소유체제’를 보면, 최근 부동산 기사에 ‘영끌 2030’ 사례로 등장하는 이들은 30대 중후반으로, 20대 후반에 입직했다면 10년 가까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산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다. 실제 부동산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는 3억원 이상의 전세보증금을 순자산으로 지녔거나 정규직 맞벌이 부부로 월 200만원 가량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한겨레
30대 소득계층별 점유형태

이들은 두 연구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추출한 ‘평균적인’ 2030과는 거리가 멀다. 20대의 ‘중간값’은 연소득 3228만원, 부채는 없고 순자산은 236만원에 불과했으며, 30대는 연소득 5146만원, 부채 8060만원에 순자산 8440만원이었다. 상위 20% 가구는 연소득 9300만원, 순자산 2억8천만원이었다. 부동산 기사에 등장하는 ‘영끌 2030’은 상위 20%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두 연구원은 “2030 영끌의 실체는 청년 세대 전반의 무리한 패닉 바잉이라기 보다는 소득과 자산을 축적한 상위 20% 가구의 무리 없는 주택 구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들은 갭투자를 통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이상 금액대의 주택 구입까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원이 쓴 논문은 27일 열리는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내집마련 신화 속에 주거권에서 소유권으로 퇴행

정부의 전세대책이 발표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토론회’에서는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가 ‘2030 영끌에 가려진 청년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공공임대 증대와 부담가능성 제고’라는 발표를 했다. 2011년 생긴 민달팽이유니온은 2030 청년 당사자들이 ‘청년주거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든 대표적 주거단체다. 정 활동가는 발표문에서 “자가 소유를 목전에 둔 일부 청년 세대의 주거사다리를 걱정하는 동안에도 대다수의 청년들은 세입자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올해 청년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밀집한 관악구(6만2683명, 13.6%)의 대학동 주택 152곳을 조사한 결과 51.3%(78채)가 무단으로 용도변경이 되거나 불법으로 증개축을 한 위반 건축물이었다. 위반 건축물은 전세대출도 나오지 않는다.

민달팽이유니온 제공
2010년대 초반 2030의 주거문제가 사회적 공론화가 활발했다. 지난 2013년 12월 청년단체가 주거빈곤청년을 위한 공공주택 정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활동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동산 기사 속 ‘영끌 2030’은 청년을 대표한다기보다 집을 주거가 아니라 소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부동산 기득권에 있는 청년”이라며 “‘자산이 없는 청년’이라는 청년세대의 이미지를 부동산 기득권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가 주최한 ‘2020 서울청년학회’에서 구승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자가 발표한 ‘2030 영끌 담론에 대한 소고’ 역시 부동산 기사가 2030세대를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9년 8월부터 2020년 10월14일까지 ‘영끌 2030’을 다룬 기사 707건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기사들은 영끌이라는 현상을 정부 정책 실패 사례로 소환하기 위한 소재로서 사용하는 경향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구 연구자는 ‘한겨레‘에 “한국 사회에서 집에 대한 논의는 내집마련이라는 주택 구매에 집중된 측면이 존재하는데, 그나마 청년주거단체에 의해 소유권이 아니라 주거권 위주로 전환될 수 있었다”며 “‘영끌 2030’이 과도하게 언급되면서 주거권 중심의 사회적 논의는 사라지고 소유 중심적 집값 논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3법은 소유 세대와 임차 세대의 불평등 완화 장치

구 연구자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주택 소유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종합부동산세와 임대차3법에 대해 흥미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종부세 강화 및 임차인 권리 강화를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장치로 봤다. 2030에게 종부세는 “도시를 과점한 세대(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이며 임대차3법은 “도시의 소유권을 선점한 기성 세대(집주인)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끌 2030’에 집중하는 부동산 기사가 쏟아지는 배경으로 한국의 ‘1주택 소유 체제’를 지목했다. 한국은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통한 자산 형성을 전폭 지원한다. 1주택자는 매맷값 9억원 이하에 대해 시세차익이 얼마가 생기든 양도세가 전액 면제다. 전세제도는 매매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세입자가 누리는 주거안정 효과보다 집주인이 얻는 시세 차익이 훨씬 더 크다.

홍 연구원은 ‘한겨레’에 “2030세대의 대부분은 도시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이미 점유하고 있는 기성 세대의 주택을 이미 구입할 수가 없다”며 “부동산 기사가 주택 구매를 원하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욕구에 집중하다 보니 연봉 1억원 이상까지 공공주택의 혜택을 주고, 주거취약계층에게 돌아가야하는 공공임대정책에 중산층 임대 개념이 들어오는 등 공공주택 정책의 대상과 목적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억원대 전세로 사는 계층이 주로 등장한 전세난 관련 부동산 기사가 쏟아진 뒤 결국 정부는 건설단가 6억원에 이르는 다가구주택을 공공전세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부동산 기사들은 “아파트가 없다”며 트집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