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비판에 앞장 서온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2015년 서울남부지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한 장영수 대구 고검장의 사직 소식을 듣고 복잡한 심경을 전하며 ”언젠가 저도 사직서를 써야 할 날이 올 것이고, 그때 좀 덜 부끄럽도록 분투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장영수 대구 고검장의 사직 소식을 듣고 착잡하다는 심경을 전하며 “2015년 서울남부지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한 검찰관계자 중 한 명이라 장영수 선배도 고발하긴 했지만, 그때 제가 무슨 사감이 있었겠습니까. 앞으로 웃으며 만나기 어려운 이름들이라 고발장을 작성하고 제출할 때 아리고 슬펐다”고 고백했다.
장영수 고검장은 남부지검 사건 당시 대검 감찰1과장이었다. 남부지검 사건은 김 모 전 부장검사와 진 모 전 검사가 여성 검사들을 상대로 성적인 희롱 또는 가해한 사건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여성 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며 희롱했고, 당시 사표만 제출한 채 감찰이나 징계는 받지 않았다.
진 전 검사 역시 같은 해 4월 후배 검사를 강제로 추행한 뒤 대검 감찰을 받았지만, 징계는 받지 않고 사표만 낸 뒤 대기업 법무팀 상무로 취직했다. 두 전직 검사는 지난 2018년 뒤늦게 재판에 넘겨져 김 전 부장검사는 벌금형을, 진 전 검사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임 부장검사는 2018년 5월 서울남부지검의 김 모 전 부장검사와 진 모 전 검사의 범죄를 수사하거나 징계하지 않고 사직서를 수리했다며 김진태 전 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 6명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임 부장검사는 또한 페이스북 글에서 ”직무상 의무를 저버리면, 검사도 처벌된다는 선례를 하나 받아내 보려고 수년간 몸부림치고 있는 내부자로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기분이 참 묘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먼 훗날, 저도 사직인사를 써야 할 날이 결국 올 것이고 역사의 냉정한 평가 앞에 서야 할 때 좀 덜 부끄러울 수 있도록 분투해야 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