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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

처음에 나는 ‘이 사람이 진짜 사람일까.’라고 생각했다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 ⓒILLUSTRATION: REBECCA ZISSER/HUFFPOST; PHOTO: GETTY

2년 전, 조시 로주다이스(22)는 틴더에서 비안카라는 여성을 만났다. 그들은 곧바로 잘 통했다. 뉴욕주 버팔로 출신인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고, 비안카는 심지어 조시가 가장 좋아하는 버팔로 출신 하드코어 펑크 밴드의 팬이었다.

완벽한 짝 같았다. 그러나 한 가지 꺼려지는 점이 있었다. 비안카는 소셜 미디어를 전혀 쓰지 않았다.

“그녀가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다는 게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 가짜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게 얼마나 쉬운가. 그리고 트위터를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처음에 나는 ‘이 사람이 진짜 사람일까.’라고 생각했다.”고 로주다이스는 허프포스트에 밝혔다.

지나치게 공유하는 요즘 시대에, 로주다이스는 백지나 다름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최소한 온라인상으로는 그래 보였다. 검색할 오래된 페이스북 계정조차 없어서, 로주다이스는 비안카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 여성 연쇄살인자와 채팅하고 있는 걸까? 인터넷에 개인적 삶을 시시콜콜 올려서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것 뿐인 좋은 사람일까?

다행히 비안카는 살인자는 아니었고, 소셜 미디어에 무관심한 여성일 뿐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도 사귀고 있다.

“사는 곳은 멀지 않았지만, 실제로 만나기 몇 달 전에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었다. 이야기를 좀 나누고 나니 소셜 미디어 없이도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옛날식으로 서로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로주다이스가 처음에 꺼렸던 것처럼, 디지털 발자국이 없는 사람을 보면 조금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태그된 사진을 볼 수 없다면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상대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인데, 온라인에서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18달러 짜리 칵테일을 마시며 그 사실을 알게 되어야 한다면?

한편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는데는 장점도 있다. 상대가 인스타그램에서 속옷 모델에게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보지 않을 수 있다! 데이트하는 내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꿈같지 않나?

물론 “그 사람을 소셜 미디어에서 찾을 수 없어.”라며 철저한 수사에 나선 내 친구도 있었다.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캐롤이고, 그는 전자 담배 회사의 ‘사업가’고, 2013년까지도 ‘멍청한 진보주의자’에 대한 밈을 올렸다.)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내면의 FBI 요원을 끌어내는 일은 없다. 데이트 전에 정찰을 하고 싶은 충동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샌프란시스코의 심리 상담가 테스 브리검은 말한다.

“무언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우리의 뇌는 빈 공간을 채워 앞뒤를 짜맞추고 싶어진다. 불안한 성향이 있는 사람의 뇌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이야기와 이미지로 빈 공간을 채우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 아무것도 없다면 ‘이 사람은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소셜 미디어가 사람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안다. 잘 다듬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우리는 상대를 현실에서 만나기 전에 디지털로 조금이나마 갈피를 잡고 싶어한다.

“소셜 미디어에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해도, 상대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나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모습, 친구들과 노는 모습, 콘서트에 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브리검의 말이다.

특히 여성들로선 “상대가 익숙하고 안전한 상황과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불안이 줄어든다”고 한다.

일부 싱글들에겐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귀지 않을 이유가 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온라인 정치 참여를 조사하는 박사 과정 학생 새라 헨드리카 비커튼은 자신의 삶을 온라인에 워낙 많이 올려, 포스팅을 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는 내 정체성, 내가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파트너와 그걸 공유하지 못한다면 파트너가 내 삶의 상당히 큰 부분과 떨어져 지냄을 의미하고, 그건 잘못된 것 같다.”

텍사스주 포트 워스의 그래픽 디자인 학생 미아 영(21)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 남자친구 비토를 만났다. 고등학교 때의 경험이 얼마나 많이 온라인에 올라가는지를 생각할 때, 비토가 인스타그램 등의 앱에 무관심한 것이 영은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빠져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비토는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았던 것 같다. 두 개의 인격을 갖는 것과 같다. 실제 자신의 모습, 학교 친구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온라인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

always connected, internet addiction, young couple in cafe looking at their smartphones, social network concept
always connected, internet addiction, young couple in cafe looking at their smartphones, social network concept ⓒanyaberkut via Getty Images

5년이 지난 지금, 비토가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 건 영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가 내게 자랑할 필요는 없다. 멍청한 인스타그램 포스트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가 관심이 없다면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팔로워 두 명에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필요도 없다. 너무 로봇 같은 느낌이다.”

영 커플의 사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연애 관계에 대해 자주 포스팅하는 것은 관계의 불안을 가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고 연애하는 것의 장점은 그것 뿐이 아니다. 에밀리 포텔리는 지난 여름에 남자친구 닉을 만났다. 에밀리는 닉에 대해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읽고 지레짐작을 할 수 있는 포스팅이 없어서 그를 알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내가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물어봤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 토론토의 음반사에서 일하는 포텔리의 말이다. “근처에 도사리며 어림짐작을 할 기회란 없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게 했다.”

포텔리는 닉이 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다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함꼐 저녁식사를 할 때면 작은 화면 위에 웅크려 스크롤하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함께 있는 내내 전화만 들여다 보는 사람들과 사귀었던 적이 있다. 상대가 내게, 또는 우리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닉과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을 확인하거나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아니면 우린 전화를 건드리지도 않는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최소한일 때의 처음 단계를 지나고 나면,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는 사실 훌륭하다. 인스타그램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캐롤라인 캘로웨이짐 캐리가 매주 올리는 ‘예술’을 모르는 사람과 사귀는 게 얼마나 멋질지 상상해 보라.

나도 경험이 있다. 회사 홍보를 위한 트위터 계정말고는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 남성과 사귄 적이 있다. 우리가 데이트할 때 그의 전화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인셀이 무엇인지 등등을 설명해주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스토미 대니얼스가 도널드 트럼프의 성기 모양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도 설명해야 했다. 나는 정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나쁜 지식이지만 그래도 지식은 지식이다.)

파트너에게 온라인 가십을 설명해 주고 밈을 문자로 보내주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

브리검의 설명처럼,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에서 실제로 만나 상대를 알게 된다는 의미이며, 함께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두 사람이 석양을 보며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 둘만의 순간이지, 당신 둘과 당신들의 팔로워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큰 장점이 있다. 커플로서 그 순간을 진정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 HuffPost US의 What It’s Like To Date Someone With No Social Media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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