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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 다루는 드라마 아냐" JTBC가 '설강화' 논란에 추가 입장을 밝혔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여주인공 이름은 바뀌었지만, '운동권으로 오해 받는 남파 공작원'과 '대쪽 같은 안기부 팀장' 설정은 여전하다.

JTBC가 드라마 '설강화' 논란 관련 두 번째 입장문을 내놨다.
JTBC가 드라마 '설강화' 논란 관련 두 번째 입장문을 내놨다. ⓒJTBC

JTBC가 상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설강화’의 역사왜곡 및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라며 두 번째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첫 입장문을 낸 이후에도 폐지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 데다 본사 앞에 시위 트럭까지 나타나자 좀 더 구체적인 줄거리를 밝히고 주인공 이름도 수정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크게 세 가지다.

1. 1987년 대선 정국 다룬다면서 민주화와 관련 없다?

30일 JTBC는 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며, 1987년 대선 정국을 다루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어떻게 1987년 대선 정국이 민주화 운동 물결과 상관없이 전개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더욱이 이 드라마 가제가 ‘이대 기숙사’였다는 점,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해해 여대 기숙사에 숨겨주면서 로맨스가 싹튼다는 점 등은 민주화 시위가 있던 당시 시대 상황과 분리해 생각하기 힘들다. “1987년 최루탄이 폭죽처럼 터지던 시대”라는 시놉시스 첫 문장만 봐도 대선보다는 민주화 운동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2. ‘대쪽 같은 안기부 팀장’ 해외 파트라 문제없다?

JTBC는 설강화 서브 남자 주인공을 ‘대쪽 같은 안기부 팀장‘으로 설정한 것에 대한 설명도 내놨다. ”힘 있는 국내 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만들어내는’ 동료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 파트에 근무한 블랙요원”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1987년이라면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수지 킴 간첩 조작 사건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홍콩에서 일어난 일이며 북한 망명 문제까지 얽힌 문제가 ‘해외 파트’라는 안전장치를 추가했다는 것만으로 이 드라마가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그 시절 안기부가 광범위한 조작과 고문, 선거 개입 등으로 독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한 행적들은 국내 파트, 해외 파트 따위로 나눠질 수 없는 문제다.

 

3. ‘남파 공작원’인 남자 주인공 관한 설명 어디에?

이날 JTBC는 실존 인물을 연상시키는 여자 주인공 ‘은영초’ 이름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촬영이 진행된 만큼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추가 촬영 및 편집이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적잖은 손해를 감수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운동권으로 오해 받는 남파 공작원‘인 남자 주인공 임수호(정해인 분)에 대한 설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앞서 네티즌들은 ‘임수호’라는 극 중 이름 역시 1980년대 운동권 출신 특정 정치인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모종의 미션을 지니고 북한에서 건너온 훤칠한 공작원이 대한민국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비극적 서사에 몰입하느라 극우 진영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민주화 운동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뒤섞일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JTBC 2번째 입장문 발표 이후에도 각종 SNS에는 ‘설강화 폐지’ ‘JTBC 불매’ 관련 해시태그를 달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두루뭉술한 설명 대신 드라마 1, 2화 대본을 공개하거나 전문가에게 검증을 받으라는 식의 요구도 나오는 중이다. 

JTBC는 아직 방영도 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한 이같은 움직임에 관해 ”창작자를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드라마 제작진의 창작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시청자 역시 비판의 자유가 있다. 그것이 우리 역사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 드라마라면 더욱더 그렇다.

 

김임수 에디터 : ims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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