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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 14시 56분 KST

세월호가 앵커로 인해 침몰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앵커줄이 끊어지거나 양묘기가 부서졌어야 한다."

세월호특조위 제공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에서 찍은 세월호 선체 모습. 붉은색 동그라미를 친 곳이 앵커(닻)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양묘기다. 앵커를 올리기 위해선 양묘기 앞으로 직접 가야 한다. 세월호는 앵커가 모두 올라온 상태로 침몰했기 때문에, 앵커를 던져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가설이 성립하려면 배가 50도 넘게 기운 상태에서 누군가 양묘기에 가서 직접 조작해야한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과적’ ‘조타 미숙’ ‘고박 불량’.

검찰이 2014년 10월6일 밝힌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다. 그러나 사고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이 밝힌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 세월호가 J자 형태로 급격히 회전해 침몰하는 항적과 기울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여러모로 참사 당일 세월호의 움직임을 분석했지만, 결론은 같다. 세월호 침몰에 검찰이 제시한 세 가지 이유 말고도 다른 요소가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방향타 조절기 고장 가능성

법원 역시 오래전부터 다른 가능성에 주목했다. 광주고법은 2015년 4월28일 세월호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 선박 매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조타 미숙이 사고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세월호를 건조할 당시 우현 최대 타각 35도로 한 선회 시험이 사고 당시 세월호 항적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세월호를 해저에서 인양해 관련 부품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러더’(배의 뒤쪽에 있는 방향타)를 조절하는 장치다. 조타실에서 전기신호를 보내면 솔레노이드 밸브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유압이 작동한다. 가느다란 관을 통해 전해지는 유압이 러더를 좌우로 움직인다. 5도만큼 러더를 움직이려면 그만큼 유압을 가한 뒤 닫는다. 방향 전환을 마치면, 러더가 다시 가운데(0도)로 돌아오도록 유압이 작용한다.

문제는 이 유압을 제어하는 장치가 고착될 때다. 가령 5도만큼 밀어내고 닫아야 하는데, 닫히지 않으면 유압이 러더를 끝까지 민다. 이 경우 배는 급격하게 회전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는 평상시 좌우 35도까지 러더를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난 상태라면 37도까지 러더가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뤄지면, 선체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된다.

최근 선조위 조사 결과 법원이 고장을 의심했던 솔레노이드 밸브에 실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확인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기관 고장이 세월호 침몰을 일으킨 주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에서 침몰 과정을 컴퓨터로 정밀 시뮬레이션했던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역시 솔레노이드 밸브에 발생한 문제가 침몰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조위에서 시뮬레이션했을 때엔 사고 당시 러더가 얼마나 돌아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가며 시뮬레이션했다. (복원력 정도를 의미하는) GoM 값 0.475m에서 우현으로 전타(35도)를 돌리고(한쪽 방향으로 끝까지 조타기를 돌리는 것) 0도로 돌아오게 한 시나리오에 대하여 차량과 화물의 고박 상태를 실제처럼 구현해 시뮬레이션했을 때 사고 당시의 항적이나 기울기 등과 아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GoM 값은 복원력과 관계있는 수치다. 이 값이 크면 복원력이 좋고, 낮으면 복원력이 낮다. 검찰 수사 때 전문 기관에 의뢰해 판단한 사고 당시 세월호의 GoM 값은 0.59m였다.

하지만 이 교수는 세월호 내부 화물 배치 등을 확인한 결과 GoM 값이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교수가 세월호의 선체 움직임과 화물 중량 및 배치를 정밀 조사한 결과 GoM 값과 더불어 화물의 고박 상태와 미끄러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운 배가 평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침몰했다는 가설이 뒷받침된 것이다.

 

고장난 방향타가 정상 복귀된 이유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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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의 양병관 기관장 역시 솔레노이드 밸브의 문제로 배가 전복될 뻔한 적이 있다. 양 기관장은 “항해를 하던 중 조타기가 계속 돌아갔다. 조타기를 5도 돌리면 러더가 5도 돌아간 다음 다시 중앙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래야 배가 5도 방향을 튼 뒤 직진한다. 하지만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나 러더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배가 한쪽으로 계속 넘어갔다(기울었다). 깜짝 놀라 배의 속도를 줄여 위험을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러더가 돌아가는 속도가 중요하다. 배의 안정성을 위해 러더가 돌아가는 속도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전타를 돌린다고 해도 배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나면 유압이 빨리 흘러 애초 설정보다 러더가 빠르게 돌 수 있다. 그럼 배가 전복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공길영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 역시 같은 의견이다. “현재로서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이 침몰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문가들의 설명은 선원들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세월호 조타수 조아무개씨는 2014년 9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항해 당시 우현인 140도 방향으로 조타기를 돌렸는데) 141도, 142도 이런 식으로 자꾸 진행되기에 제가 좌현으로 3도 정도 틀었다. 그런데 계속 진행돼 145도까지 내려가서 5도까지 좌현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거 왜 이래? 자꾸 흘러가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선원들은 방향을 북쪽 0도, 동쪽 90도, 남쪽 180도, 서쪽은 270도라고 한다. 당시 남쪽을 바라보던 세월호의 진행 방향으로 보자면 오른쪽으로 조타기를 돌렸는데, 러더가 제자리로 복귀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는 뜻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때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세월호 침몰의 주원인을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이라 확정할 순 없다. 몇 가지 의문점이 남기 때문이다.

세월호에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2개 있다. 솔레노이드 밸브 2개는 각각 ‘제주행’ ‘인천행’에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돼 있었다. 현재 고장이 확인된 솔레노이드 밸브는 ‘인천행’이다. 선원들이 제주로 갈 때 이 솔레노이드 밸브를 사용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더 큰 의문은 세월호 침몰 때 러더가 좌현으로 8도가량 기울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으로 러더가 우현 37도까지 기울어 고정됐다면 침몰 당시에도 ‘우현 37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러더는 가운데로 복귀해 있었다. 러더가 중앙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에 해양심판원은 참사 이후 조타 장치엔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러더가 돌아갔다가 정상 복귀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 역시 전혀 설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타기가 말을 듣지 않자 선원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다른 솔레노이드 밸브로 러더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러더를 고정하는 실린더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러더는 배의 방향을 정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유압으로 단단하게 잡혀 있다. 하지만 침몰 당시 좌현 8도였던 러더가 인양 때는 우현으로 23도가량 꺾인 상태였다. 유압이 약해져 침몰 당시 물의 저항력이나 인양할 때 선체를 끌어올리는 와이어로 인해 방향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유압이 약해진 상태라면, 솔레노이드 밸브뿐 아니라 러더를 잡아주는 실린더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어떤 이유로 러더가 침몰 당시 다시 중앙에 위치하게 됐는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러더가 있는 타기실은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5월10일 세월호 선체가 똑바로 일어서게 되면 접근이 쉬워진다. 이후 러더 등을 정밀 조사할 수 있다.

 

외력설 입증의 어려움

기관 고장 외에 제기되는 또 다른 침몰 원인은 ‘외력설’이다. 외력설은 크게 앵커(닻)로 인한 침몰설과 잠수함 충돌설로 나뉜다.

우선 앵커를 던져 해저에 걸리게 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일부 주장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 앵커는 조타실에서 조정할 수 없다. 앵커를 내리고 올리는 구실을 하는 양묘기에 직접 가서 조작해야 한다. 양묘기는 선수 갑판 쪽에 있다. 앵커 침몰설이 가능하려면 누군가가 세월호가 쓰러지는 상황에서 갑판 쪽에 나가 양묘기를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직후 세월호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KBS가 세월호에 실린 차량에서 발견된 17개의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세월호는 갑자기 급격히 기울었다.

보도를 보면 세월호는 참사 당일 오전 8시49분37초께 18도가량 기운 상태였다. 그러다 11초 뒤인 8시49분48초에는 50도 넘게 확 기울었다. 급격한 변화 때문에 선내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양묘기 조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잠수함 충돌설은 네티즌 ‘자로’가 2016년 12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세월X’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선조위가 4월13일 외부 물체와의 충돌설(외력설)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다시 쟁점이 됐다.

잠수함 충돌설의 주된 근거는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스태빌라이저가 최대 작동 각도인 25도를 훨씬 넘는 50.9도까지 돌아간 것과 세월호 블랙박스 영상에서 차량이 급격하게 날아가는 장면이 포착된 사실 등이다.

선조위 쪽은 스태빌라이저가 잠수함 등 외력에 의해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으며, 차량이 급격하게 날아가는 장면에서 작용한 힘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 일반적인 배의 회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충돌 등 큰 충격이 있어야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월호의 측면을 잠수함 등이 뒤에서 들이받아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잠수함 충돌설이 입증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세월호 외판에 큰 충격을 받은 흔적이 없다. 배가 넘어갈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면 스태빌라이저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6천t 넘는 세월호를 넘어뜨리고도 잠수함이 별 파손 없이 잠수 상태로 사고 해역을 빠져나가야 한다. 당시 구조를 위해 수많은 선박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잠수함이 손상됐다면 어딘가에서 목격됐을 수밖에 없다.

차량이 날아가는 장면도 충돌 때문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한겨레21이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세월호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배가 기울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차가 뒤집힌다. 큰 충돌이 있었다면 배가 충격을 받자마자 차가 뒤집혀야 한다. 이 때문에 선조위가 잠수함 충돌설을 입증하려면 좌현 선체 외판 조사, 여러 국가의 잠수함 이동 현황 등을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잠수함 이동 기록은 매우 민감한 군사 기밀이다.

 

“세월호 일으키면 결론 나올 것”

선조위 조사 과정을 잘 아는 한 선박 전문가는 “앵커나 잠수함 충돌설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배를 침몰시킬 정도의 힘이 앵커에 전달됐다면 앵커줄이 끊어지거나 양묘기가 부서질 수밖에 없다. 잠수함충돌설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빠르고 큰 잠수함이 부딪쳤어야 세월호가 넘어질 수 있다. 그런 잠수함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 충돌이라면 외판에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충돌로 인한 손상이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