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내놓는다. 오는 2030년까지 아파트를 비롯해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100%까지 끌어올린다는 장기 플랜이다.
현재 국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부동산 재산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만큼 당장 내년부터 주택 보유자 세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실화율 90%안’ 유력…가격대별 목표시점 차등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공청회에 맞춰 3가지 검토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중 현실화율 90%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실화율 90%안이 적용되면 9억원 미만 아파트는 2023년까지 균형기간을 두고 연 3%씩 올려 2030년 90%를 맞춘다.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까지,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4년까지다.
표준(단독)주택도 각각 9억원과 9억~15억원, 15억원 이상의 가격구간에 따라 현실화율 목표시점을 구분한다. 현실화율 90%안에서는 각각 2035년, 2030년, 2027년이 목표다. 표준지는 주거용과 상업용, 공업용, 임야 등 구분없이 2028년까지 90%를 맞춘다.
강남 아파트 보유자 재산세 ‘수천만원’ 전망
부동산 공시가율이 90%까지 현실화되면 고가주택 보유에 따른 재산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강남의 주요 아파트는 1주택자라도 향후 수천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시세 33억원) 1주택자의 재산세는 올해 907만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아파트 시세가 매년 5% 상승한다고 가정하고 5년 후 공시지가 현실화율 90%를 적용하면 내야하는 재산세는 4754만원까지 늘어난다.
같은 방식으로 현재 시세 21억원의 잠실주공5단지 82㎡에 적용하면 보유세는 올해 793만원에서 2025년 2123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한남더힐‘, ‘아크로리버파크’ 보유세 부담은 더하다. 시세 40억원의 아크로리버파크 112㎡는 올해 보유세 2249만원에서 2025년 6289만원까지 상승하고, 시세 47억원의 한남더힐 235㎡ 역시 올해 3977만원에서 2025년 7823만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정부여당, 세 부담 완화 막판 줄다리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정부여당은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놓고 막판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재산세 인하 방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 9억원 이하에 대한 재산세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P 감면하고 6억~9억원 주택에 대해선 재산세율 0.03%P를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매년 크게 오르는 만큼 재산세율 경감에 따른 재산세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이 시세의 90%라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초고가 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세 과세 부담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