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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콩쿠르에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기쁨": '쇼팽 콩쿠르' 우승 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솔직한 마음

조성진이 두 번째 쇼팽 연주 앨범을 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2016년 쇼팽을 녹음하고, 의식적으로 쇼팽 곡을 녹음하지 않았어요.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정말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경력을 잘 쌓을 수 있는 탐나는 자리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될 위험성이 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때쯤이면 쇼팽을 다시 연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성진은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27일 쇼팽 앨범을 발매한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번 앨범은 조성진의 두 번째 쇼팽 연주 앨범이다.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승한 뒤 2016년 11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녹음한 앨범을 선보였다. 그 뒤 매년 앨범을 냈지만, 쇼팽 곡을 녹음한 앨범은 내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이 들어가 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서 쇼팽이 남긴 협주곡 2개를 완성한 셈이다. 조성진은 “협주곡 2번이 1번보다 더 섬세한 면이 많고 구조도 자유로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번 2악장은 쇼팽이 쓴 곡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1번 2악장보다 더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1번을 연주한 이유에 대해선 “콩쿠르 땐 자신 있는 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번이 곡 길이도 8~10분 더 길고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이나 음악적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도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피아노협주곡 연주에서는 지아난드레아 노세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같은 악단, 같은 지휘자로 완성된 사이클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성진 앨범 표지.
조성진 앨범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번 앨범에는 정열적인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가 실렸다. 조성진은 이 곡에 얽힌 남다른 인연도 소개했다. “2006년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스케르초 2번을 연주했고 스승이신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와 처음 만났을 때도 이 곡을 연주했다. 쇼팽 콩쿠르 당시 준결선 마지막 곡으로도 이 곡을 선택했다.”

조성진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18일까지 전국 리사이틀 투어도 진행한다. 리사이틀에는 쇼팽의 스케르초 전곡이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1부에선 야나체크와 라벨을, 2부에선 쇼팽을 연주한다.

그는 코로나19로 급격히 줄어든 오프라인 무대가 그리웠다고도 했다. “연주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음악과 관객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온라인 콘서트를 했지만, 오프라인 무대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19로 다음 연주가 언제인지 모르니까 새로운 곡을 익히려 해도 손에 잘 안 붙었다. 시험공부를 하는데 시험이 언제인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관객의 소중함을 알고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다.”

조성진.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조성진은 다음 앨범으론 헨델 등 많이 연주되지 않는 바로크 음악가들의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카네기홀에서의 리사이틀, 베를린필하모닉 및 빈필하모닉 협연 등의 꿈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좋은 연주를 하는 게 행복인데, 제가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다음 달 열리는 쇼팽 콩쿠르 본선에 한국인 연주자 7명이 진출한 것과 관련해 “최대한 준비를 완벽히 해서 무대에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콩쿠르 이후에 훨씬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었다”면서 “우승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제 콩쿠르에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기쁨이었다”고 했다.

조성진.
조성진. ⓒ유

조성진은 “아직 여전히 배워가는 입장이고 나이를 먹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이 정도면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조성진의 전국 리사이틀 투어는 전주(4일)를 시작으로 대구(5일), 서울(7일), 인천(8일) 여수(11일), 수원(12일), 부산(16일) 등으로 이어진다. 18일 서울에선 앙코르 공연이 열린다. 앙코르 공연은 네이버TV(tv.naver.com/klassica)에서 유료로 중계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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