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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는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

  • 신혜은
  • 입력 2017.05.08 11:18
  • 수정 2017.05.08 11:23
ⓒmartin-dm via Getty Images

며칠 전, 여행을 가는데 어떤 책을 가지고 가면 좋을지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답글을 달다가 다른 사람들도 여행가방을 싸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어 글을 하나 썼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 같은 경우는 여행 중에 책을 거의 못 읽는 편이다. 여행하는 동안 아침부터 밤 늦도록 돌아다니다 보면 사실 진득하니 책 읽을 여유가 없다. 다만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도 쉽지 않다.

비행하던 시절, 종종 혼자 호텔이나 카페에 앉아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책을 읽기도 했는데 사실 그나마도 매번 가는 장소인데다 익숙한 풍경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혼자 앉아 있어도 길에 다니는 사람을 구경하거나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 일쑤였다. 때문에 여행을 가면서 많은 책을 챙겨 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데, 여행 중에 책 읽을 시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럽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소견을 드리자면, 휴양지나 긴 시간 여유 있게 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바쁜 여행 일정 속에 많은 책을 가지고 가려는 욕심을 조금 줄이는 게 좋을 듯 싶다. 요즘 유행인 듯 여기저기 여행자들의 캐치프레이드처럼 외치는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를 실천하려면 혼자 밥을 먹거나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 안에 있더라도 홀로 책을 읽기보다는 옆 사람과 함께 작은 이야기라도 나눠 보는 게 어떨까. 뜻하지 않게 책 한자 더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을 수도 있고 그래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현지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

우선 그분께는 북유럽으로 여행을 가신다기에 북유럽과 관련된 책을 가지고 가는 게 어떨지 추천 드렸다. 여행이란 그 나라의 문화를 보는 것인데 (아마 그런 일로 대부분 여행을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현지에서 읽는 현지 이야기는 독서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방금 읽은 책 속의 내용을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 보면서 비교분석을 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데 있어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책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현장에서 바로 해결(?)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여행 목적에 맞는 책을 가지고 가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북유럽 디자인 여행이라면 디자인에 관련된 책을 가져가면 여행 중 도움이 된다. 여행지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책이나 현지 저자가 쓴 책을 가져 가는 것도 추천한다. 동시대를 사는 그곳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도 있고 다른 시대의 사람이라면 공간여행과 함께 시간여행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읽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런 책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현지인과 훨씬 부드럽고 풍성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우리 문학과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괜히 호기심이 생기고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 다들 알지 않는가. 모쪼록 여행 길, 책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여행을 하면서 좋은 독서를 하겠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여행의 빈 공간을 그대로 두어 그 시간을 온전히 누려보면 어떨까. 사실 우리는 그 틈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여행의 틈도 그 자체로 좋은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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