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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러시아월드컵 비디오판독 규칙은 헷갈린다

모든 오심이 바로 잡히지 않을 때보다 어쩌면 더 나쁘다.

  • 김원철
  • 입력 2018.06.24 11:57
  • 수정 2018.06.24 12:25
ⓒJOE KLAMAR via Getty Images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졌다. FIFA는 이번 월드컵부터 비디오판독시스템(VAR; Video Assistant Referee)을 도입했다. 한국은 VAR 때문에 1차전을 내줬다. 2차전도 VAR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멕시코의 두번째 골은 후반 21분쯤 나왔다. 멕시코 진영에서 볼을 가지고 있던 기성용이 멕시코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고, 역습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골 이후 TV 중계진은 기성용이 넘어지던 순간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명백한 멕시코의 반칙이었다. 

ⓒElsa via Getty Images

오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엔 VAR이 있다. 1차전에선 한국에 유리했던 오심이 VAR로 인해 바로잡혔다. 2차전에서는 바로 잡히지 않았다. 어떤 오심은 바로 잡히고, 어떤 오심은 그냥 넘어간다. 모든 오심이 바로 잡히지 않을 때보다 어쩌면 더 나쁘다.

ⓒLaurence Griffiths via Getty Images

VAR은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레드카드에 따른 퇴장, 다른 선수에게 카드를 잘못 준 경우 등 심판의 판정 행위 4가지에만 적용된다. 경기당 4명의 VAR 심판이 경기장에 설치된 37대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영상을 확인한다. 

ⓒfifa
ⓒfifa

적용되는 경로는 2가지다. 1)주심이 스스로 판독을 요청한다. 2)VAR 심판들이 주심에게 권고하고 주심이 받아들인다. 즉, 오심의 주체가 스스로 오심 가능성을 인정해야만 VAR이 작동한다. 인간의 실수를 막기 위해 비디오 심판을 데려왔는데, ‘인간 심판’의 허락이 있어야만 관여할 수 있다. VAR이 문제가 아니라, VAR이 작동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뜻이다.

이런 점을 막기 위해 야구, 테니스 등에선 선수나 감독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KBO)의 경우 판독 요청이 들어오면 비디오판독센터가 독립적으로 판정을 내린다. 심판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심지어 이 결과는 시즌 종료 뒤 심판 고과에 활용된다.)

VAR은 이번 대회 초반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0일 열린 모로코와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대표적이다. 모로코가 0-1로 뒤진 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의 가슴에 맞은 공이 손에 닿았다. 하지만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VAR 심판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Sergei Bobylev via Getty Images

 

심판 재량에 달린 일이다보니 오심이 바로 잡혀도 논란은 남는다. 21일 스페인-이란전(1대0 스페인 승)에서는 이란의 동점 골이 VAR로 무효가 됐다. 미묘하게 수비보다 앞선 이란 선수의 위치가 판독을 통해 확인됐다. 오심을 바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과연 스페인이 골을 넣은 상황이었다면 심판이 VAR을 작동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24일(한국시각)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기성용이 분명히 다리를 차인 상황으로 봤다. 주심이 인플레이를 시킨 게 멕시코 선수가 볼만 찼다고 인정해서 경기를 진행한 것 같다. 영상을 정확하기 보지 못해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런 판정 실수가 나오면 비디오 판독(VAR)이 신뢰를 얻기 어렵다. VAR 판단 기준에 대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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