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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전당대회] 트럼프와 펜스는 경찰의 흑인 총격 대신 항의시위를 겨냥해 "법과 질서"를 외쳤다

미국 내 인종차별이나 경찰 폭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 허완
  • 입력 2020.08.27 14:40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26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26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지난 23일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아들 셋 앞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인종차별이나 경찰의 과잉대응은 외면한 채,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과 폭력, 그리고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펜스는 트럼프의 ‘법과 질서’ 기조를 공화당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더 분명하게 복창했다.

펜스는 전당대회 사흘째인 이날 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역사성지인 맥헨리 요새에서 한 연설에서 “분명히 하자. 미니애폴리스에서든, 포틀랜드에서든, 커노샤에서든 폭력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지난 5월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진 곳이고,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항의시위가 격화한 곳이다.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2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2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펜스는 연설에서 커노샤에서 시위대와 군·경찰이 충돌하게 된 원인이나 블레이크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전날 밤 17살 백인 청소년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펜스는 이 또한 언급하지 않았다.

펜스는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길거리에 법과 질서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7~20일 민주당 전대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조 바이든을 겨냥해 “바이든은 이 나라의 도시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폭력과 혼돈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 여러분은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게 냉엄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펜스는 또 바이든이 경찰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이겠다고 한 점을 환시기키면서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우리는 언제나 경찰과 함께 할 것이고, 지금도 앞으로도 경찰 지원을 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민주당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여러분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민주당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여러분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ASSOCIATED PRESS

 

공화당 전대 하루 전날 발생한 블레이크 사건을 놓고, 대선을 겨냥한 트럼프의 ‘법과 질서’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 때문에 펜스가 연설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았으나, 트럼프-펜스는 이 사건을 ‘법과 질서’ 기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는 엄정한 법 집행 기조를 내걸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반면, 바이든은 블레이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총격을 비판하고 “정의 실현”을 강조하며 트럼프와 대조를 이뤘다.

바이든은 이날 낮 동영상을 올려, 블레이크 가족과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블레이크가 총에 맞는) 비디오에서 본 것은 나를 아프게 한다.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는 온세상이 지켜보는 백주대낮에 경찰에 총격을 입었다”며 “우리의 마음은 그의 가족, 특히 그의 아이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그러면서도 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잔혹행위에 항의하는 것은 옮고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공동체를 불태우는 것은 항의가 아니라 불필요한 폭력”이라며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폭력, 그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 24일에도 성명을 내어 “이 총격이 우리나라 영혼을 관통했다”며 “즉각적이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며 총을 쏜 경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없애야 한다. 이는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세컨드레이디 카렌 펜스가 무대 위에서 청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세컨드레이디 카렌 펜스가 무대 위에서 청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ASSOCIATED PRESS

 

한편, 펜스는 이날 37분 동안 한 연설에서 “바이든은 급진 좌파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미국을 사회주의와 쇠퇴의 길로 이끌 것”이라며 바이든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펜스는 “이번 대선은 미국이 계속 미국으로 남느냐의 문제”라며 “4년 더 백악관에 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또 한 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펜스의 연설이 끝난 뒤 현장에 등장해 연단에 올라 130여명의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트럼프는 전대 마지막날인 27일 밤 백악관 잔디밭(사우스론)에서 10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다만 미 내륙으로 진입하고 있는 태풍 로라의 상황에 따라 트럼프의 연설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이달 말 사임할 예정인 켈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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