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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한 달째 반(反)푸틴 시위가 열리고 있다

중앙 정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 허완
  • 입력 2020.08.02 15:45
러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하바롭스크에서는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하바롭스크에서는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ASSOCIATED PRESS

러시아 극동 도시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4주째 계속되고 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 접경 지역인 하바롭스크에서는 1일(현지시각) 지역 언론 추산 3만여명이 모여서 “푸틴 없는 러시아” “자유” “푸틴 사퇴”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 당국은 이날 시위에 3500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을 보면, 시위는 지난달 9일 이 지역에서 인기가 높던 세르게이 푸르갈 당시 주시가 돌연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세르게이 전 주지사는 극우 민족주의 성향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2018년 지방 선거 결선투표에서 69.57%를 득표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27.97%)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러시아 중앙정부는 푸르갈이 15년여 전인 2004년께 살인 사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관용차를 타고 있던 그를 전격 체포했고, 비행기에 태워 모스크바로 이송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11일부터 하바롭스크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4주째 계속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푸르갈의 체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의 불허 결정에도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당국의 불허 결정에도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Vyacheslav Prokofyev via Getty Images
수만명의 시위대가 '세르게이 푸르갈을 돌려달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수만명의 시위대가 '세르게이 푸르갈을 돌려달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ALEKSANDR YANYSHEV via Getty Images

 

푸틴 대통령은 푸르갈을 해임하고 이 지역과 연결 고리가 없는 39살 정치인을 주지사 대행으로 임명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장관이 하바롭스크에 찾아와 전기 요금과 기름값 인하 계획을 밝히며 주지사 대행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그러나 하바롭스크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다른 극동 도시에서도 소규모로 번졌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하바롭스크에서 유독 높은 반푸틴 여론 탓에 푸틴이 주지사 체포라는 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일 푸틴 대통령 5기 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이 지역 반대표가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36.64%에 달했다.

하바롭스크 등 극동 지방에는 푸틴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다. 극동지방은 러시아 전체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넓지만 인구는 전체의 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의료와 주택 사정도 중앙에 비해 열악하다. 가스와 석유 같은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이익은 모스크바에 거점을 둔 대기업들이 가져가는 데 대해 지역민들의 반감이 크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100km 떨어져있는 하바롭스크에서는 푸틴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다.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100km 떨어져있는 하바롭스크에서는 푸틴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다.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Dmitry Morgulis via Getty Images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하바롭스크, 러시아. 2020년 8월1일. ⓒASSOCIATED PRESS

 

러시아 지방정부 주지사 대부분은 집권 여당 출신이다. 푸르갈이 2018년 주지사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그가 당선되리라고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현직이었던 여당 후보가 낙승하리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모스크바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예상 밖 푸르갈의 승리로 이어졌다. 주지사 취임 뒤엔 하바롭스크 지방 정부가 소유한 요트와 고급차량이 불필요하다며 매각해 대중적 지지를 끌어올렸다. 푸르갈의 인기는 이 지역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푸르갈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 하바롭스크 지역에서 목재와 광물 거래 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러시아 정부는 푸르갈에게 2004~2005년 사업가 2명 살인을 지시한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했고, 진상은 확실하지 않다.

지역 주민들은 푸르갈이 유죄라고 하더라도 모스크바가 아닌 하바롭스크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 빅토리아는 최근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 “우리는 모스크바에 그가 우리 사람이고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뿐”이라며 “우리는 (그의 범죄 혐의를) 믿지 않지만 그가 설사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그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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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하바롭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