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이튿날인 11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박 시장의 분향소가 이날부터 시청 광장에 마련돼 장례식장은 전날과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오전 굳은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갔다. 박 시장의 부재로 시장 권한 대행을 맡게 된 그는 10분 이상 빈소에 머물다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장례 절차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 부시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전 9시40분쯤 빈소를 방문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꼭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전직 비서에게 고소 당한 사실과 관련해선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답했다고 본다. 그래서 조문한 것”이라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염 추기경은 ”박 시장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돼 참 안타깝다. 유족에게 위로를 드리고 고인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말없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정 이사장은 박 시장과 정치적 지향점은 달랐으나 서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도 빈소를 찾아 박 시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50대 여성은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 시청에 가지 않고 왜 이곳에 왔냐’는 질문에 ”직접 박 시장님을 뵙고 싶었다”고 짧게 말했다.
30대 청년과 여성 2명도 조문을 마친 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시고 청년 생태계를 조성해주셔서 수혜를 많이 받았다”며 ”그렇게 해주신 분이 있어 청년들이 혜택을 받은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기간 서울시장을 역임해온 고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 대해 미안하다”고 유서에 적었다.
박 시장이 지난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