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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밥 먹기 전에도, 후에도 꼭 예뻐야 하나?" 여성 외모 강박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박하선 '효소' 광고

과연 이 한편뿐일까

  • 이소윤
  • 입력 2021.08.12 09:16
  • 수정 2021.08.12 15:09
효소광고 캡처
효소광고 캡처 ⓒYoutube

2021년에도 이런 광고를 볼 줄은 몰랐다. 배우 박하선이 광고 모델로 있는 즐건생활 ‘효소’ 유튜브 광고가 여성 외모 강박을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주 소비자와 타겟을 여성으로 내세운 제품에 적절치 않은 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광고에서는 친구 관계인 여성 2명이 등장한다. 음식점에서 나온 두 사람은 배가 부른 듯 “너무 많이 먹었나”라며 대화를 나눈다. 갑자기 박하선은 친구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친구 얼굴과 몸이 아저씨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목소리도 걸걸하다. 친구는 곡물 효소 제품을 섭취한 후 환하게 웃으며 본래 모습을 되찾는다.

효소 광고 캡처
효소 광고 캡처 ⓒYoutube

해당 광고에서 여성은 밥 먹기 전에도 밥 먹은 후에도 항상 예뻐야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광고를 본 네티즌들은 “여자는 밥도 적게 먹고, 많이 먹으면 살찔까 봐 무서워해야 하나. 구시대적이다”, “박하선을 광고 모델로 쓰고 이렇게밖에 기획을 못 하냐”라는 반응을 남기며 시대착오적인 광고라고 비판했다.  

 

고정관념 재생산하는 광고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이윤소 활동가는 “여성들에게 홍보하려는 의도지만 뒤떨어진 감수성으로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광고”라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긍정적인 외모와 그렇지 않은 외모를 가른다는 점에서 외모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이라며 “여성 외모에 대해 부정적으로 소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브에는 아직도 성차별 광고가 많다. 플랫폼에 노출될 때 광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황소연 활동가는 미디어SR에 광고 속 여성혐오를 두고 “광고는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여성혐오적인 콘텐츠가 유통되었을 때 여성혐오, 성차별 문화가 잠식하기 쉽다”고 밝혔다.

또한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여성이나 굉장히 섹시한 여성이 잔을 권유하는 주류광고, 활동적이기보다는 청순한 여성모델을 기용하는 생리대 광고 등이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광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뉴트라콜라겐3.2 광고 캡처
케이뉴트라콜라겐3.2 광고 캡처 ⓒTVCF/YOUTUBE

 

젠더감수성 제고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한 달 간 국내 광고 457편을 모니터링 한 결과, 성차별적 광고는 67.9%(36편)로 성평등적 광고 32.1%(17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성차별적 광고의 경우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광고가 63.9%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내용이 13.9%, 외모지상주의 조장 및 여성의 성적대상화가 11.1%를 차지했다.  

당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고 지적받은 광고는 ‘케이뉴트라 콜라겐 3.2 편’이었다. 해당 광고에서는 쇼핑하고 오던 여성이 자동차 추돌 사고를 일으키는데, 피해 차량 남성이 화를 내다가 여성의 외모를 보고 그대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줘 문제가 됐다. 

양평원 관계자는 “성차별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광고계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기존의 성차별적 아이디어를 답습하고 있다”며 “광고계 담당자들이 광고 속에 내재된 성차별을 제대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젠더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즐건생활 관계자는 뉴스워커에 “광고 속 곡물효소 제품은 소화 불량 상황, 더부룩한 속을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고, 광고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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