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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여자 권투 간판' 오연지가 첫 올림픽 앞두고 전한 각오 "나 자신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이겨나간다”

“달리 고민할 게 없었다. 하루하루 루틴대로 해왔다”

  • 이인혜
  • 입력 2021.05.21 16:26
  • 수정 2021.05.21 16:27
오연지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라이트급(60kg)dptj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오연지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라이트급(60kg)dptj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BAY ISMOYO via AFP)

 

“식사량 신경 안 써요. 운동하면 돼요.” 한국 여자 권투 라이트급(60㎏) 간판인 오연지(31·울산광역시청)는 권투선수의 난제인 체중조절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다 먹고 싶은 것 먹는 게 낫다는 주의다. 그만큼 몸 관리에는 자신이 있다. 전화 연결을 도와준 한순철 코치는 “(오)연지는 워낙 열심히 운동한다. 선수촌에서도 소문이 났다. 살찔 시간이 없다”며 웃었다.

후배인 페더급(57㎏)의 임애지(22·한국체대)와 함께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오연지는 메달 유망주다. 2012 런던올림픽부터 여자 권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됐지만,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 올림픽에 나가는 만큼 둘의 ‘첫 무대 메달’의 꿈은 크다.

특히 2016 리우올림픽 예선에서 편파판정 논란 속에 판정패를 당해 본선행을 접어야 했던 오연지의 각오는 매섭다. “두 번 실패는 없다”며 오뚝이처럼 일어선 그는 2017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대회 2연패,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첫 금메달, 2018 국제복싱협회(AIBA) 세계대회 동메달, 2019년 전국체전 9연패,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우승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30대에 올림픽 진출 꿈을 이룬 오연지는 “달리 고민할 게 없었다. 하루하루 루틴대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2018년, 제99회 전국체육대회 복싱 여자일반부 라이트급 결승 임애지(한국체대, 홍) 대 오연지(인천광역시청, 청)의 경기에서 오연지가 공격을 성공하고 있다.2018.10.17/뉴스1
2018년, 제99회 전국체육대회 복싱 여자일반부 라이트급 결승 임애지(한국체대, 홍) 대 오연지(인천광역시청, 청)의 경기에서 오연지가 공격을 성공하고 있다.2018.10.17/뉴스1 ⓒ뉴스1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일주일만 쉬어도 감각을 잃는 게 운동이다. 실전도 고통스럽다. 그는 “싸우다 보면 지치고 힘들고 아플 때가 있다. 그 순간 나 자신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든다. 하지만 상대와 싸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이겨나간다”고 했다.

선수층이 가장 두꺼운 라이트급에는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 즐비하다. 2020년 랭킹 기준으로 세계 1위인 브라질의 소아레스 페레이라, 미국의 라쉬다 엘리스(4위), 중국의 왕콩(5위) 등이 까다롭다. 하지만 오연지(9위)는 대륙 예선 성적을 높게 반영한 올림픽 랭킹에서 현재 2위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트급 톱 선수다. 특히 스텝 스피드가 최상위다.

한순철 코치는 “168㎝의 큰 키에 팔까지 긴 아웃복싱 스타일이다. 상대의 공격을 피해 백스텝을 밟을 때부터 다시 공격해 포인트를 올릴 때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하는 데, 그 동작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2006·2008 AIBA 세계대회 70㎏급 우승자인 아리안 포틴(37·캐나다) 코치도 대표팀에서 그를 돕고 있다.

오연지.
오연지. ⓒ한겨레/ 대한복싱협회 제공
여자 복싱대표팀의 임애지(왼쪽)와 오연지. 대한복싱협회 제공
여자 복싱대표팀의 임애지(왼쪽)와 오연지. 대한복싱협회 제공 ⓒ여자 복싱대표팀의 임애지(왼쪽)와 오연지

 

물론 주먹을 교환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권투를 했고, 2008년 국가대표가 됐지만 맞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함정을 파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머리도 필요하다. 오연지는 “체력을 다지고, 연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다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연지와 임애지는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벗어나 대구 지역에 캠프를 차리고, 체육중·고의 남자 선수를 상대로 연습 경기를 펼쳤다. 한순철 코치는 “7월23일 올림픽 개막에 즈음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투는 경기 때마다 계체를 해야 한다. 평소 몸 관리에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오연지는 휴식 시간에 맛집 탐방이나 요리하기, 쇼핑이나 여행으로 기분 전환을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새벽부터 오전, 오후까지 훈련하며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은 국내 예선에서 탈락했고, 리우올림픽 땐 아쉽게 합류하지 못한 만큼 이번엔 다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는 목표를 묻자, “메달”이라고 했다. 만약 정상에 오른다면 88 서울올림픽 이래 33년 만의 한국 금메달이다. 국내 여자복싱 최초의 올림픽 도전에 나선 그의 목소리엔 생기가 넘친다.

한겨레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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