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며칠 전 분노로 가득한 트윗을 올렸다.
″뉴욕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인데, 이 게 바 로 내 가 지 급 받 은 보 호 장 비다. 연방정부는 의료진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보호장비달라고”
사진 속 ‘보호장비’는 뉴욕 양키스 경기장에서 판매하는 판초우의였다. 비오는 날 야구장에서 입으라고 만든 제품이다.
이 트윗이 폭발적으로 리트윗되면서 화제를 모으자 병원 측은 1일 저녁 ‘보호장비가 아니라 선물’이라고 해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뉴욕의 대형 병원 중 하나인 몬테피오레병원은 ”우리는 (병원이 위치한) 브롱크스의 이웃이자 친구인 뉴욕 양키스로부터 2500개의 판초우의를 기부받았다”며 ”어젯밤과 오늘 아침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순서대로 2500벌을 니눠줬다”고 밝혔다. ”이건 개인적으로 쓰라는 뜻에서 제공된 선물이었다.”
뉴욕 양키스는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으나 구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병원에서 ‘판초우의’를 콕 집어 요청해와서 기부하게 됐다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병원 직원 네 명은 이 문제의 판초우의를 보호장비로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게 선물이었다면, 끔찍한 선물이었다.” 한 직원의 말이다.
NYT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장비 부족 사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앞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중국에서 그랬듯, 미국에서도 의료진들은 마스크와 보호복을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봉투와 스카프 등을 대신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의료업체들은 옷 대신 마스크 생산에 나섰고, 정부는 수십대의 화물기를 띄워 세계 각지에서 의료물품을 공수하고 있다. 의학 드라마 제작진이 소품으로 쓰려던 의료장비를 병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연방 정부 차원의 일괄적인 수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탓에 ’50개주가 이베이에서 경매하듯′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환자가 들어왔는데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공호흡기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 거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말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남아있는 (인공호흡기) 재고는 6일치 밖에 안 된다.”